1.어느날 밤, 한 어린 여자아이가 자다 말고 엉엉 울었어요. 그녀의 어머니가 아이를 안아주며 왜 우냐고 물어보자 어린아이는 모두가 죽을 거고 자신조차도 죽어버릴 거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슬퍼져서 울었다고 말했어요. 그녀의 어머니가 아이를 다독이며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해줬고 어린아이는 잠에 들었어요.


 아이가 다음날 일어나자 맛있는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그 아이는 어젯밤 했던 무서운 생각을 잊어버리고 다시 잘 살았어요.


 

 2.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딸아이를 속였다는 거예요. 그야 그건 합리적인 것이겠죠.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버리면 오늘 마주해야 할 하루를 제대로 살아낼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중이예요. 그 사람이 그걸 잊어버렸든 말든간에요.



 3.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죽음에 대해 잊어버린 사람도 있을 거고 죽음이 이젠 별로 무섭지 않은 사람도 있을거예요.


 하지만 무서운 건 이거예요. 당신이 죽음에 대해 의연해졌든, 초연해졌든, 별 상관 없어졌든간에 죽음은 곧 끝이라는 거죠. 죽음에 대해 의연할 수 있는 것도 살아 있으니까 가능한 거니까요.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던간에 죽으면 완전히 끝...1억년이 지나든 10억년이 지나든 100억년이 지나든 다시는 깨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어떤 경지에 도달했건 어떤 깨달음을 얻었건 말이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사실 그래요. 왜냐면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살아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4.휴.



 5.나는 지난 10년동안 열심히 놀았어요. 일찍 결혼한 사람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있을 나이인데...어쨌든 놀고 있었죠.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게 사는 것도 일종의 광증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인지 지난 10년간은 죽음의 공포에서 꽤 떨어져서 지낼 수 있었어요. 일종의 광기가 죽음에 대한 걱정과 공포를 잊게 만들어 준 거죠.


 하지만 요즘은 노는 걸 줄이고 작업을 하기 시작하니 다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고 있어요. 예쁜 여자와 만나서 그녀가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여줘도 어차피 이 모든게 끝나버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할 때도 헛된 노력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예쁘고 어린 아이돌들의 사진을 보거나 움짤을 봐도 오히려 점점 공포감이 강해져요. 죽음이 저런 아름다운 것들을 다 앗아갈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요.


 물론 죽음에 대해 잊어버리려면 잊어버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1초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멈추면 1초 뒤에 다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드는 거죠. 지금도 죽음이 다가오고 있을 수도 있는데 괜히 죽음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건 너무 안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6.왜냐면 어떤 정신승리를 하든, 어떻게 마음을 먹든간에 결국 죽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죽음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는 것 자체가 정신승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정신승리를 하는 것도 살아 있으니까 하는 거니까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그만둬선 안될 것 같아서요.


 이럴 거면 차라리 다시 술집에 놀러다니면서 미친 듯한 생활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행복하지 않나...싶은 생각을 하기도 해요.



 7.오래 전에...약 6년 전에 듀게에 냉동인간에 대해 쓴 글을 읽었어요. 냉동인간이 되는 계획은 당연히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죠. 한 100년 뒤에 깨어나면, 뇌를 다른 몸으로 옮겨 이식하는 기술이 분명 있을 거니까요. 


 그 글은 '냉동인간이 되려던 계획을 그만두고 요즘 열심히 놀러다니니 재미있다.'라고 끝나고 있는데...글쎄요. 문제는 이제는 그렇게 사는 것도 재미가 없어요. 다시 미친듯이 술퍼마시고 여자를 따라다니는 걸로 잊어버린다 해도...또다시 몇년 지나면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죽음을 무서워하고 있을 거니까요. 어쨌든 열심히 살고 싶어요.





 -----------------------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너무 걱정할까봐 약간 더 써봐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레이 커즈와일의 문서나 특이점, 노화 방지에 대한 연구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곤 해요. 어쨌든 오늘 당장은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요.


 한번 나자신과 약속해보는 방법도 좋겠죠. 딱 20년만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걸 잊어버리고 열심히 살자고요. 노화나 불로장생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20년동안 열심히 연구할 거니까요.


 어쨌든 진시황이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나 루이 15세보다는 내가 죽음을 이겨낼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4
125236 이쯤에서 다시 보는 아이유-은혁 [15]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0 8661
125235 인앤아웃 광고.jpg [16] 자본주의의돼지 2012.03.21 8660
125234 디스 패치, 뒤끝 있네요 (어제 힐링 캠프 이병헌 편에 부쳐) [8] espiritu 2013.03.12 8656
125233 성재기씨.. 짠 하네요. 장례식장에서도 부조금으로 일베충들에게 농락 당하다니 [11] 黑男 2013.08.12 8653
125232 화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13] 버드화이트 2012.07.19 8652
125231 [인어공주]의 진짜 결말 [11] 유로스 2012.05.03 8651
125230 이경실이 조영남 윤여정을 다시 만나게 하고 싶다고 하네요 [20] ewf 2010.11.30 8646
125229 얼굴 안 보이는 유명인사 하니 생각나는 방송 하나. [2] 자본주의의돼지 2010.12.13 8644
125228 충격이네요. 펭귄性생활이 이지경일줄은... [31] 무비스타 2012.06.10 8643
125227 뭔가 활력이 사라진 듀게... [138] 주근깨 2010.06.08 8637
125226 대학동기한테 고백을 받았는데... 참 힘듭니다. [17] 유은실 2012.08.07 8634
125225 나사렛 예수(JESUS OF NAZARETH) - 2부(완결) 무비스타 2010.12.25 8632
125224 남자답게 생겼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18] Any Love 2011.12.07 8631
125223 현빈옆의 탕웨이, 왠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26] 라디오스타☆ 2011.02.15 8621
125222 백종학이 흔한 이름일까요? [4] 재클린 2011.08.14 8620
125221 광해와 데이브 결국 기사화 됐군요.(스토리 스포 있음) [18] 자본주의의돼지 2012.09.28 8616
125220 각자의 시선 가끔영화 2018.04.09 8613
125219 전세값은 왜 이리 오르나, 전세값이 오르는 원인에 대한 은행원의 설명 [40] bankertrust 2011.03.04 8611
125218 괜시리 생각난 볼품있는 명품족 한명. [30] philtrum 2010.09.09 8610
125217 핀란드 사람들이 좀 수줍어 하나요? ㅎ [31] toast 2011.07.28 86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