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과의 만남 - 1

2021.09.22 20:23

Sonny 조회 수:530

이게 뭐라고 2부로 나눠서 이렇게 쓰냐고 하시겠지만, 일단은 나눠서 쓰겠습니다 ㅋ 워낙에 성질이 달라서요. 이번 추석 때 간만에 사촌동생을 만났는데 이 녀석이 더 커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제가 요새 런닝맨을 탐닉하고 있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제 사촌동생에게 너 이광수 닮았냐는 소리 안듣냐고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제 사촌동생이 살짝 코가 길거든요. 키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사촌동생은 당황하면서 그런 소리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사촌동생에게 뒤돌아보라는 이야기를 했고 그는 갸우뚱해하면서 뒤로 돌았습니다. 저는 이름표를 찢는 시늉을 하면서 이광수 아웃, 이광수 아웃, 을 외쳤습니다.


예전에는 만나면 아웃백을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아웃백 가자는 말을 안하더군요. 저도 아웃백이 예전만큼 좋진 않아서 가고 싶은 곳을 물어보니 초밥을 먹든가 짬뽕을 먹든가 둘 중 하나를 고르잡니다. 저는 초밥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일단 짬뽕집으로 고고. 짬뽕에다가 탕수육을 먹었는데 그럭저럭 맛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정체불명의 "불맛"이라는 걸 내려고 뭔가 인공적인 조미료를 팍팍 친 느낌이 들었는데 제 사촌동생은 그 불맛이 너무 좋다고 하네요. 탕수육은 잘 튀겼고 소스도 그리 달지는 않았습니다. 


제 사촌동생은 고모가 40넘어서 낳은 자식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부모와의 세대차이가 조금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를 '뭔가 말은 알아먹는 으른'으로 반기는 것 같아요. 그러면 저도 또 괜히 거기에 응하고 싶어서 젊은 척을 마구 하는 편입니다. 이럴 때 저는 마블에 좀 감사하는 편입니다. 비록 제 취향과는 반대로 공정작업스러운 영화들을 찍어내지만 그래도 세대를 초월해서 또 열올리고 이야기 할 수는 있으니까요. 저는 사촌동생이 아직 안 본 <샹치>이야기를 했습니다. 궁금해하는 사촌동생에게 비추를 마구 날려댔죠. 그러면서 또 어쩔 수 없이 "라떼" 이야기를 섞을 수 밖에 없었는데, 저는 명절마다 "브라운관"에서 성룡을 만났던 세대기 때문이죠. 폴리스 스토리라든가, 프로젝트 A라든가... 그래서 <샹치>의 초반 액션이 "라떼"에 보던 그 시절의 액션을 고대로 재현해서 좀 반갑고 재미있긴 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개똥같은 닌자라든가 어설퍼지는 중국 무술 씬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했습니다. 제 동생은 그거 그래도 흥행하고 있지 않냐면서 그 링이 뭔가 키워드가 될 것 같다고 예측하더군요.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후속작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예전 악당들 나오는 거 아냐고 묻고 말았고 저는 또 "라떼"를 벌컥벌컥 마시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을 마구 떠들어대며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라떼"의 스파이더맨에 비하면 아직 애송이 같다고 마구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 다음에 나올 스파이더맨이 "쩔어주길" 사촌동생과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는 쇼미더 머니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는 잘 몰라서 원슈타인은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고 사촌동생은 그가 떨어졌다고 알려줬습니다. 저는 그 사람 노래 너무 잘해서 떨어진 게 충격이라고 말했고 사촌동생은 쇼미더머니9의 최대 수혜자는 원슈타인이니 아쉬워할 거 없다고 위로를(?) 해주더군요. 그 사투리 랩을 쓰는 사람의 근황을 묻자 사촌동생은 뭐 간간히 앨범 내고 노래 내고 있다고 알려주었고 그가 반짝스타로 그칠 것 같다는 제 예상과 다르게 나중에 또 좋은 곡을 낼 것 같다는 그만의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사촌동생은 스윙스가 쇼미더미니 9에 참가자로 다시 들어가서 다시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깊다고 말했고 저는 이미 이름값 충분히 올라간 놈이 뭐하러 미꾸라지 개울가에 또 들어가서 개네들 파이를 뺐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장제원 아드님이 사고를 더 일찍 터트렸다면 그 이야기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사촌동생은 제가 영업한 비비 아직도 듣고 있다면서 이번 신곡도 쩐다고 말해주었고 저는 사촌동생이 소개해준 재키와이가 최근 노래가 안나왔다면서 아쉬워했습니다. 최근에 영업당한 릴체리를 알려주고 싶었으나... 생각이 안나서 그냥 지나가버렸네요. 아, 그리고 스우파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는 유일하게 아는 아이키 이야기를 좀 했고 사촌동생은 노제에 흥분해서...ㅎㅎ


짬뽕을 먹고 돌아와서는 사촌동생이 쩐다는 게임을 알려준다면서 데바데를 마구 플레이했습니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라는 게임이고 살인마 한명과 생존자 네명이 상반된 목적으로 서로 겨루는 게임입니다. 호러영화의 슈퍼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인데, 무려 할로윈의 마이클 마이어스나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 쏘우의 돼지가면도 나오고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의 레더페이스도 나옵니다. 이 중 한명을 골라서 같은 게임의 생존자 네명을 다 죽이거나, 아니면 이 살인자를 피해 끝끝내 탈출구를 열어서 도망치면 됩니다. 저는 보기만 하는데 너무 살떨려서 몇번이나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게임이 참 잘만든게, 살인마가 가까이 오면 자기가 플레이하는 생존자는 점점 심장박동이 커집니다. 생존자는 무조건 도망치는 게 아니라 발전기를 켜서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걸 작동하는 게 꽤나 시간이 걸립니다. 발전기를 한참 돌리다가 갑자기 심장박동이 켜지고 오른쪽 스테이터스 중에서 '고양이'가 켜지면 그건 살인마가 이쪽을 쳐다보면서 오고 있다는 소리니 당장 도망가야합니다. 살인마가 생존자들보다 약간 느리고 창밖을 뛰어넘어가는 기능은 없어서 어찌저찌 도망은 갈 수 있지만 막 도끼를 던져대거나 뒤에서 뭘 휘둘러대면 여간 무서운 게 아닙니다. 제 동생은 많이 해봐서 그런지 살인마가 오면 약올리면서 잘 튀더군요. 저는 사촌동생 성화에 못이겨서 두번인가 했는데, 처음에는 발전기 켜다가 바로 등에 도끼 찍혀서 죽었고, 두번째 판에서는 동생이 캐릭터 설정을 바꿔줘서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풀숲이나 바위 뒤에 숨고 발전기만 돌려댔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게 살인마가 절 못찾았고, 저는 발전기 돌리다가 계속 마우스클릭을 타이밍을 못맞춰서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다행히 살인마 분께서 다른 생존자들을 학살하는데 열심이셔서... 이런 류의 게임은 저한테 너무 힘듭니다. 컨트롤이 2d 360도에서 현란한 건 적응을 하겠는데 XYZ축 다 있는 삼차원 화면에서는 너무 어려워요...ㅠ


저녁밥을 먹고는 간만에 농구를 했습니다. 사촌동생에게는 레이업이란 공을 떨어트리고 오는 거라고 열심히 또 가르침을 주었고... 별로 뛰지도 않았는데 땀을 엄청 많이 흘렸고 공원에 있는 기구 중 앉아서 몸을 끌어올리는 의자같은 걸 너무 빡세게 해서 그 다음날 내내 근육통에 시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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