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행복, 시도)

2018.10.01 21:37

안유미 조회 수:900


 1.지난번 글에 달린 댓글에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댓글이 있었죠. 하지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원래 인생이란 건 엿같아요. 엄청나게...엿같단 말이죠. 나는 인생을 조금씩 나아지게 해보고 있지만 그건 엿같은 것을 덜 엿같은 것으로 바꾸어가는 것뿐이거든요. 엿같은 것을 확실하게 좋은 것으로 바꾸는 데에는 전략과 자원, 실행력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니까요.


 그래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은 그렇거든요. 99.9%의 인간에게 '좋은 인생'이란 건 주어지지도 않아요. 좆같은 인생을 사는 놈들과 덜 좆같은 인생을 사는 놈들이 우글거리는 게 이 세상이죠. 그래봐야 좆같은 인생을 사는 것과 덜 좆같은 인생을 사는 것의 공통점은, 좆같은 인생을 산다는거죠.


 나도 그래요. 이전보다는 덜 좆같아진 인생을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좆같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입만 열면 투덜거리는 거죠. 언젠가 행복해지면 듀나게시판에 투덜거리는 걸 그만두겠죠. 아니 애초에, 행복해지면 여러분들이 듀나게시판에서 나를 볼 일도 없겠죠. 행복해진 내게 듀나게시판 같은 곳에 올 시간이 어딨겠어요?



 2.그래서 사람들이 지껄이는 조언들은 도저히 내게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그들이 하는 말들을 보면 그들은 늘 덜 좆같은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지껄이고 있단 말이예요. 진짜 좋은 인생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약간 덜 좆같은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해서 떠들고 있으니까 사람들과 나눌 말이 없는 거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투덜거리는 것만 보고 염세적이라거나...허무주의적이라거나 하지만 아니예요. 나는 진짜로 좋은 인생을 목표로 노력하며 살거든요. 덜 나쁜 인생을 살려고 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좋은 인생을 살려고 산단 말이죠. 애초에 좋은 인생을 목표로 살고 있지 않으면 투덜거리고 있지도 않겠죠.



 3.뭐 갑자기 페미니즘 얘기 해서 유감인데, 내가 여자였더라도 페미니스트 같은 건 안 됐을 거예요. 왜냐면 페미니즘 같은 이념은 타인과의 연대나 타인의 지지, 타인의 공감...이런 걸 기반으로 성립되잖아요. 한데 나는 다른 놈들과 뭔가 생산적인 걸 하는 게 싫거든요. 내가 다른 놈들과 무언가를 한다면, 그건 반드시 비생산적인 일이예요. 왜냐면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엄청나게 끔찍해질 수 있다는 걸 늘 잊지 않거든요.


 하지만 다른 놈들이 페미니스트가 되든 말든 판단은 안 해요. 상대가 어지간히 반사회적인 짓거리만 안 하면 상대의 의견을 조롱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나의 '어지간히 반사회적인'의 기준은 꽤나 관대한 편이죠.


 

 4.휴.



 5.왜냐면 전에 썼듯이 어떤 사람의 의견은 곧 그 사람의 처지거든요. 어떤 사람의 의견이나 결정을 비웃는 건 그 사람의 지혜나 통찰력을 비웃는 게 아니니까요. 어떤 사람이 내린 결정을 비웃는 건 사실 그 사람의 처지 그 자체를 비웃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렇기 때문에 세간의 사람들이 대체로 비웃곤 하는 다른 사람들의 결정이나 삶의 태도... 나는 굳이 비웃지 않아요. 내가 딱히 착해서는 아니고, 나도 끔찍할 정도로 선택권이 없는 인생을 살았던 적이 있거든요. 


 그러니 어떤 사람들의 의견이 끔찍하더라도, 시끄럽더라도, 짜증나더라도...그들을 설득할 필요도 조롱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위에 썼듯이 사람들의 의견은 곧 그들의 처지일 뿐이니까요. 


 그러니까 당신이 누군가의 의견을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그들의 처지를 바꿔 줘야 해요. 그들을 말로 설득하려고 해 봐야 소용이 없거든요. 그들의 처지를 바꿔 준다면 그들의 의견은 자동으로 바뀔 거예요.



 6.한데 어떤 남자들...슬슬 조직화되어가는 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을 반대하곤 해요. 안티 페미니스트라고 하던가요? 그리고 그것은 건전한 비판이 아닌, 대체로 조롱이나 폄하...비하하는 행태를 띄죠. 하지만 이건 좀 이상해요.


 애초에 자신의 정체성을 '무언가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규정짓는다는 거...이건 폼이 안 나잖아요? 무언가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다는 건 그것에 매몰되어 있다는 뜻이니까요. 예를 들어 모태신앙이었다가 종교가 너무 싫어져서 냉담자가 된 사람들...종교 얘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요. 무언가에 대해 무관심해 할 수 없고 적극적으로 싫어하는 것 또한 그것에 사로잡혀 있는 거라서 안 좋다고 여겨요. 


 그리고 무언가에 대해 무관심해 할 수 없을정도로 반대하고 싶다면, 그냥 말하면 돼요. 조롱이나 폄하의 형태를 띌 필요는 없죠. 그야 이건 내가 속편한 소리를 하는 것일수도 있겠죠. 나는 현실에서는 극렬 페미니스트나 뭐 그런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데여본 적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말만 주억거리는 건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안티 페미니스트들에게도 고까워 보일지도.


 하지만 역시 그래요.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건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예요.



 7.가끔 채팅방에서 나쁜 놈들에 대한 주제가 올라오곤 했죠. 정확히는, 나쁜 짓을 저지른 놈들 말이죠. 그럴 때마다 나는 '걔네들 처지가 좆같으니까 좆같은 짓을 한거겠지.'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무슨 소리야? 처지가 좆같아도 좆같은 짓을 안하는 사람도 많아. 그놈들이 좆같은 놈들이니까 좆같은 짓을 한 거야.'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하지만 글쎄요. 인간이 그렇게 강해야 하나요? 좆같은 처지로 살면서 좆같은 짓을 안한다...? 내 생각에 그건 힘든 일이예요.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나는 '태어난 놈들'이면 다 불쌍하게 여기는 편이라서요. 처음부터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으면 좆같은 처지를 겪을 일도, 좆같은 짓을 저지를 정도로 몰릴 일도 없었겠죠. 


 어쩔 수 없죠. 태어났으면 자살하든가, 좋은 인생을 목표로 해 보던가 둘 중 하나밖에 없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덜 좆같은 인생이 아니라 진짜로 좋은 인생을 목표로 하는 거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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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미친듯이 놀 수 있는 곳에 갈거고...내일은 미친듯이 놀 수 없는 곳에 갈거예요. 왜 미친듯이 놀 수 없냐면 처음 가는 곳이라서요. 그래서 번개를 칠까 하다가...어차피 아무도 안올 거 같아서 그냥 솔플을 하기로 했어요.


 어쩌면 또 모르죠. 처음 가는 곳이라도 미친듯이 놀 수 있을지도. 시도는 해 봐야죠.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잖아요? 시도라도 해보는 거 말이예요. 왜냐면 덜 좆같은 인생을 살 뿐이면서 이게 좋은 인생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보단, 뭔가 시도라도 해보는 게 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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