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야 연어야

2021.10.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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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친구가 보내준 연어의 회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연어학자의 말이 솔깃하더군요. 북태평양에는 5억 마리 가량의 연어들이 사는데, 그들은 4년마다 바다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이 태어난 강바닥을 향해 돌아간다더군요.
아직까지 연어들의 회귀가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명쾌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학설로는 연어의 머리 속에 소량의 철분이 있는데, 이것이 지구 자기의 영향을 받아서 가능한 거라더군요.

영상을 보노라니, 마젤란이 파타고니아에서 성 엘모의 불을 만나고 남미 대륙에서 '턴' 할 때, 그것은 천문학의 사건이었다고 폴 비릴리오가 말한 게 떠올랐습니다. 별들이 운행하는 방향이 달라질 만큼 그 '턴'은 전회에 해당된다는 것인데요, 그와 마찬가지로 연어의 회귀 역시 지구과학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연어는 단지 수십 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들 중 일부분은 삼천 킬로미터를 여행하기도 합니다. 연어가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죠. 하지만 폭포 위를 뛰어오르는 힘든 과정을 거치며, 연어는 5백만년 동안 진화해왔습니다. 물살을 타고 오르는 것은 연어의 전공과목인데요, 꼬리 지느러미를 사용하지 않고 물살을 타고 오르는 모습은 제 턱을 열리게 하는 장관의 모습이었습니다.

연어의 몸은 완벽한 유선형인데다  북태평양의 바닷물로 다져진 완벽한 근육질을 자랑하죠. 자, 그런데 그 살맛을 보기 위해 폭포 위에는 회색곰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지 뭡니까. 연어들은 낮게 뛰어올라요.  곰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어의 살맛을 보지 못한 지 오랜 회색곰들이 갓 잡은 첫번째 연어를 두고 어미와 새끼가 실랑이를 벌이는 게 어이없더군요.
늑대들도 등장합니다.  굶주려 있는, 연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적이죠.  몇 개의 컷으로 하늘에서 하강한 흰머리독수리가 연어사냥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한순간 연어들의 몸이 빨갛게 물들어가더군요.. 홍조는 성적 생활의 시기가 왔다는 유전자 신호 체계의 작동이라죠. 큰일이구나,  어서 비가 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웅덩이에 갇혀 폐사할 텐데라는 긴장감이 드는 순간,  다행히 북태평양 상공에서 회오리치는 구름들이 대륙의 해안가로 몰려옵니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온 것이 탈이라면 탈이더군요. - -

연어학자는 연어에 관해 많은 것을 알 테지만 모르는 것도 많은 듯싶어요. 그러니 회색곰이 연어를 잡는 광경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곰에게 다가간 거겠죠. 곰이 연어만 생각하며 죽은 연어를 강바닥에서 건져올리기 위해 열심히 발을 놀리는 모습을 보노라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유전자와 환경은 어떻게 얽혀 있는 것일까? 진화론은 사후적 설명에 불과한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겸손한 목격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라죠. 저는 과연 목격자 역할을 할 담력의 소유자일까, 아닐까라는 자문을 해보게 하는 주제의 영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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