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며칠 안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에요. 장르는 일뽕(?) 액션 스릴러 정도 되고 런닝타임은 1시간 46분. 스포일러는 있을 수가 없는 영화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저 차는 대략 3분도 안 나오는 것 같은데...)



 - 주인공 케이트는 킬러입니다. 프리랜서는 아니고 회사 소속이죠. 매즈 미켈슨이랑 같은 회사면 재밌겠 어려서 고아가 된 후로 아빠처럼 키워준 우디 해럴슨의 지도편달로 킬러 조기 교육을 거쳐 탄생한 프로페셔널이죠. 근데 그런 양반이 하필 회사의 미래가 달린 가장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아무 남자나 만나서 주는 거 넙죽넙죽 잘 받아 먹다가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드링킹 해버리셨네요. 덕택에 임무는 실패했고, 이제 남은 건 누가 자신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밝히는 겁니다. 이게 뭐 독약 같은 것도 아니어서 치료제 따윈 없고 길어야 24시간 뒤면 죽는 상황에서 일본 도심의 밤거리를 누비는 한 마리 야수!!! 우리 케이트찡은 과연 어떻게 되...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완전 소중 윈스테드님)



 - 아니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요. 케이트는 죽습니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에요. 애초에 마신 게 어중간한 독약 같은 게 아니잖아요. 주인공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못박아 놓고 제한 시간을 던져준 후 그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그 과정인 거죠. 그 안에 뭘 채워 넣었느냐... 가 핵심인데요.


 문제는 그게 영 별로입니다. 자기가 스스로 잡아 놓은 컨셉을 괴상하게 낭비해버리는 알 수 없는 영화에요.



 - 그러니까 얘가 죽잖아요? 시간 제한이 있잖아요? 그럼 당연히 액션은 액션이지만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가 되려고 애를 써야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안 그래요. 24시간, 하룻밤이라는 시간 제한을 두고 시작해서 실제로는 24시간도 아니고 동 틀 때까지 몇 시간만에 끝나는 이야기인데 괴상할 정도로 이야기 페이스가 느긋합니다. 뭔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느긋하게 앉아 다른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장면도 여러 번 나오구요. 나름 급전개 중에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시간 제한 말고 또 하나의 중심축이 되어줘야할 '누가 그랬을까'도 마찬가집니다. 추리도 추측도 뭐 아무 것도 없어요. 그냥 '지금 내 임무 때문이겠거니' 하고 주인공이 부지런히 그쪽 애들만 패고 쏘고 죽이고 다니긴 하는데 그냥 주인공이, 그리고 영화 자체가 거기에 관심이 없어요. 그냥 되는대로 닥치는대로 찾아내고 쥐어패다 보면 갑자기 범인이 툭 튀어나와서 '내가 그랬는데?' 이러고 끝입니다. 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쨌든 윈스테드님은 소중합니다.)



 - 대충 애초의 의도는 알 것 같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주인공 '케이트'가 어쩌다 자기랑 엮인 십대 소녀와 교감을 나누면서 죽기 전에 나름 '가족' 행세도 해 보고, 킬러를 벗어난 새로운 삶의 맛이라도 살짝 본 후에 후련하게 세상 뜨는 감동적인 이야기... 같은 걸 중심에 깔고 액션을 버무린 형식을 바란 거겠죠. 그래서 그 십대 소녀와의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해요. 하지만, 위에서 말한 저런 기본도 안 지키는 사람들이 그거라고 제대로 했겠습니까... ㅋㅋㅋ 뭐 와닿는 거 정말 1도 없어요. 둘이 왜 저래? 저 애는 주인공을 왜 저리 좋아하고, 주인공은 그 바쁜 와중에 지금 쟈 데리고 뭐함? 이런 생각만 계속 들다 끝납니다. 


 나름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라면 뭐랄까. 원래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의 설계도(?)는 확실히 보이거든요. 그리고 그 부분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나쁘지 않아요. 사부이자 사실상 아빠 역할인 우디 해럴슨과의 관계 같은 것도 그렇고. 나름 단순하고 평면적인 이야기를 탈피해서 뭔가 해 보고 싶었다는 의도는 확실하게 보이죠.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냥 종합적으로 다 망했는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주윤발... 은 농담이고 어쨌거나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입니다. 설득당해 주세요.)



 - 마지막으로 액션 이야기를 하자면... 나쁘지 않지만 아쉬운 부분이 자주 눈에 밟히는 정도?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주연을 맡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가 최대한 소화하려고 노력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난이도 조정(...) 같은 게 눈에 띄어요. ㅋㅋ 뭐 난이도를 좀 조정하더라도 재생 속도로 훼이크를 쳐서 좀 더 박진감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많은 장면들이 익숙한 느낌으로 폼은 나는데 뭔가 미묘하게 느려요. 어찌보면 더 실감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래 보이는 장면도 있지만, 이건 그냥 좀 스피드 업 했음 더 폼났을 텐데... 하는 장면들도 있고요. 그 와중에 쌩뚱맞게 박진감 넘치는 초반 카체이스 장면 같은 건 꽤 괜찮았는데...


 이것도 결국 크게 칭찬해주기 힘든 게 최종 결전의 연출 때문입니다. 와, 이게 진짜 구려요. 그게 장면 연출, 안무가 구린 게 아니라 그냥 애초부터 설정이 망했습니다. 어쨌거나 이게 '고독한 살인기계' 장르 아니겠습니까. 근데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이 싸움을 거의 안 해요. ㅋㅋㅋ 어찌저찌해서 득템한 아군들을 끌고 가는데 싸움은 갸들이 다 하고 주인공은 그냥 폼 잡으며 걷다보면 상황 정리. 이렇거든요. 어쩌라는 겁니까. 도대체 이 영화를 만든 양반은 뭔 생각이었던 건지 진지하게 궁금해졌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가장 완성도 높고 재밌었던 카체이스씬. 아마 1분 남짓 정도 될 겁니다. ㅋㅋㅋㅋ)



 - 그나마 좋은 점이라면 배우들입니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우디 해럴슨 둘 다 아무런 개성도 질감도 없는 캐릭터들에 나름 살아 있는 사람 느낌을 불어넣느라 개고생하는 게 보이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어요. 아사다 타다노부나 쿠니무라 준 같은 사람들은 뭐... 뭘 보여주기엔 분량이 많이 짧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들 짬밥만큼 할 수 있는 건 다 하지 않았나 싶구요. 암튼 되게 없어 보이는 이 영화를 그나마 조금은 뭔가 있어 보이게 한 건 배우들의 힘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영화를 구원하기엔 아주 많이 모자랐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저는 이 영화에 왜 나왔을까요? 라는 표정의 아사다 타나노부 아저씨)



 - 결론적으로.

 그냥 일당백 액션이라면 일단 봐야 하시는 분. 저처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좋아하시는 분... 만 보세요.

 그 외엔 추천하지 않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40
117252 리차드 도스킨의 우생학, 주디스 버틀러의 불법이지 않은 근친상간 [10] 사팍 2021.09.27 821
117251 후배들에게 일장 연설한 후 [5] 어디로갈까 2021.09.27 614
117250 넷플릭스, 두 편의 복수극 [4] thoma 2021.09.27 533
117249 <축구> 오늘은 이 사람 생일입니다 [4] daviddain 2021.09.27 253
117248 오징어 게임 5편을 보고 사팍 2021.09.27 291
117247 Eiichi Yamamoto 1940-2021 R.I.P. [1] 조성용 2021.09.27 390
117246 왜 조용한가? [23] 사팍 2021.09.27 963
117245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잠깐 해보고 [4] catgotmy 2021.09.27 294
117244 게시판에 넘쳐나던 머저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3] 도야지 2021.09.27 1034
117243 소월을 감상함 [6] 어디로갈까 2021.09.27 423
117242 오징어 게임 4회를 보고... 사팍 2021.09.26 622
117241 오징어게임 다 보고 많이 울었어요. 안녕이젠 2021.09.26 746
117240 축구 중계 - 다가오는 더비 [6] daviddain 2021.09.26 223
117239 진중권의 정의 [3] 사팍 2021.09.26 646
117238 오징어 게임 3화를 보고 사팍 2021.09.26 369
117237 베팅 사회(세팅 사회?) [9] thoma 2021.09.26 431
117236 The Unholy Wife (1957) catgotmy 2021.09.26 218
117235 오징어 게임 2화를 보고(간단 줄거리 있음) 사팍 2021.09.26 340
117234 오징어 게임 배우들, 김주령, 정호연, 한국의 케이블TV계 시상식은 존재하는가? tom_of 2021.09.26 487
117233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들에 관해서...(스포일러) [23] S.S.S. 2021.09.26 8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