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스포일러가 있어요.

 

 

 

 

<경성 스캔들>의 이수현과 차송주예요. 종영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는데도 가끔씩 그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고 애잔하네요.

<경성 스캔들>은 전체적인 짜임새는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방영 당시 중반까지는 참 즐겁게 봤던 드라마였어요. 선우완, 나여경,

 이수현, 차송주 모두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캐스팅도 더 이상 적역이 없다 싶을 정도로 배우의 이미지와 어울렸죠. 능글 맞지만 귀엽고

수트발 제대로인 강지환, 순수하고 다부진 한지민, 반듯하고 엘리트인 류진, 화려하지만 어쩐지 우울해보이는 한고은만큼 그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는 지금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네요. 특히 언제나처럼 반듯한 엘리트 이미지인데도 그 비극성과 애처로움 때문에 캐릭터에

 폭발력이 있었던 이수현 캐릭터에 류진, 처연하고 매혹적인 차송주 역할에 한고은 외의 다른 배우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 작품

때문에 특히 류진과 한고은의 차기작에 기대를 했었는데 그 후 딱히 그만큼의 폭발력 있는 매력적인 역은 못 본 것 같아서 아쉬워요.

 

배우들 사이의 케미도 아주 좋아서 선우완과 나여경 커플의 풋풋한 느낌, 이수현과 차송주 커플의 애절하고 어른스러운 느낌뿐만 아니라

선우완과 이수현의 우정, 선우완과 차송주의 소울메이트 관계, 나여경과 이수현의 오누이같은 느낌, 나여경과 차송주의 서로 배려해주는

관계 등 어떻게 엮여 있어도 참 보기 좋고, 커플들끼리 감정 엇갈리는 것 없이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해서 보기도 편했죠. 지라시

기자들이랑 사치코 여사 등 조연들 나오는 에피소드도 재밌고, 대체로 중반까진 유쾌한 분위기라 즐겁게 봤답니다.

 

하지만 15회 차송주의 죽음 때문에 저에게 이 드라마는 복습이 무척 힘든 작품이 되었어요. 비극적인 드라마 캐릭터가 한 둘이 아니지만

정말 이 둘만큼 떠올릴수록 마음이 쓰이고 아픈 커플이 없네요. 이 둘은 시대의 아픔 때문에 그야말로 영혼을 팔면서 살아왔어요. 한 명은

조선 총독부에서 일하면서 변절자로 낙인 찍히고, 한 명은 마음에 없는 남자들과 어울리는 기생으로 술 팔고 웃음을 팔고 있죠. 그리고

그런 서로의 처지를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죠. 아마도 처지는 달라도 그게 어떤 마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이수현은

다른 사람의 밀고로 인해 같이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또다시 차송주의 죽음으로 이수현은 두 사람의 목숨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가게 되어버렸어요. 이쯤 되면 작가가 원망스러운 것이 이수현은 아픔이 치유되기는커녕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을

 똑같은 방식으로 잃는 아픔을 두 번이나 겪게 됩니다. 하얀 원피스를 물들이며 죽어간 차송주도 마음 아프지만 이수현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마음이 아파서, 이 드라마를 다시 보기가 힘들어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참 끈질기게 이 두 사람이 생각이 나요. 드라마 메인 커플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비중이 큰 것도 아니었는데 왜이리 마음에 깊게 남은 걸까요.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차송주의 대사처럼 이야기 개연성 상관없이 이수현과 차송주가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하면서 살아갔으면 했어요.

 

두고두고 기억날 장면

1. 총독부에서 차송주가 이수현에게 취조 받고 온 후 처연한 눈빛으로 희망가를 부르던 장면. 같은 순간 명빈관 앞에서 어린 시절 서로 만났던

추억을 더듬고 있는 이수현.

2. 이수현이 술 먹고 당신이 웃고 싶은 사람 앞에서만 웃을 수 있었으면, 당신이 피 묻지 않은 손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얘기하며 차송주의

처지를 마음 아파하면서 울며 잠들던 장면. “기생이나 되니까 당신이 아무 마음의 부담 없이 여길 오지. 술이나 마시니까 당신이 솔직해지지. 안 그럼

내가 어떻게 이렇게 가까이서 당신 얼굴을 볼 수 있겠어요.”라며 잠든 이수현을 가만히 안아보던 차송주.

3. 손님들 접대하던 차송주를 찾아온 이수현. 이수현을 보고 가련하고 서글픈 눈빛으로 쳐다보던 차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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