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때 샀던 티비가 작년에 맛이 갔어요.

10년은 커녕 8년 간신히 버티고 맛이 간 것도 괘씸한데 5년전 첫째가 태어난 이후로는 일주일에 켜는 시간이 너댓 시간도 안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괘씸해서 다음 티비는 무조건 타브랜드로 가야겠다... 고 생각했으나 어떻게든 고치기는 고쳤었고. 당시에 AS 기사님께서 '한 번 더 맛이 가면 그땐 새로 사시는 게 나을 거에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올 여름에 또 맛이 갔습니다. ㅋㅋㅋ


암튼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 보니,

정말 티비는 국내에서 살 게 아니더군요. 어차피 요즘 티비 사는 사람들 거의 다 삼성 아니면 엘지인데, 둘 다 가격 차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여기에 대해서 예전에 기업측 입장으로 '해외, 특히 미국 같은 곳에서는 유통이 힘이 세서 그 쪽에서 세일 가격을 책정하고 블라블라...' 이런 식으로 변명을 했던 것 같은데. 좀 뒤지다 보니 삼성이든 엘지든 기본 가격 자체가 (대체로) 국내보다 한참 낮고, 또 심지어 본인들이 스스로 할인 이벤트를 해서 더 싸게 파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에라이 핑계쟁이들. orz


그리고 그 와중에 좀 헛웃음이 나왔던 것이.

예를 들어 LG의 경우 제품 뒤의 숫자로 등급을 나타내는데, LCD 티비의 경우 9천대가 고급형, 8천대가 중급형, 7천대가 보급형이고 그렇습니다. 그 아래 번호대는 아예 낮은 가격 실현에 방점을 찍은 제품군들이구요.

근데 국내 라인업에는 8천번대가 존재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당연히 7천번대와 9천번대의 가격 차이가 어마무시하죠.

또 엘지 티비의 경우 보급형 이하 라인업엔 wrgb라고 해서 실제 화소수가 줄어 들어버리는 일종의 야매 패널이 쓰였는데. 해외의 경우엔 야매는 아니면서 최대한 저렴한 기종으로 8천번대 선택이 가능한데, 국내는 걍 야매 패널 쓰시든가, 그게 싫으시면 최고급 가격 지불하시든가... 이렇게 양자 택일 밖에 없습니다. 물론 돈이 아주 많으면 LCD따위 버리고 올레드를 영접하면 고민 해결

그래서 결국 비싼 라인업을 팔기 위한 국내 한정 꼼수 아니냐... 라는 의심을 하게 되니 기분이 되게 나쁘더라구요.

정말 자국 소비자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노력해서 호구로 만들어도 되는 건지...;


또... 이건 삼성도 문제이고 엘지도 문제이고 국내 언론 내지는 전문가(?)들도 문제인데.

국내 라인업 제품들의 경우엔 스펙을 제대로,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엘지 국내용 제품들의 경우엔 여기 들어간 패널이 rgb인지 wrgb인지 알려주는 '공식적인' 정보도 없고 '공신력있는' 정보도 없어요.

그래서 대신 같은 제품을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을 하면 해외 사이트에서 보기 좋게 정리해 놓은 표가 짜라잔~ 하고 뜹니다.

국내 제품 스펙을 확인하려면 영어를 써야 하는 거죠. 껄껄껄... 도대체 왜.

이래서야 세계 티비 시장 1, 2위가 모두 국내 기업인 보람이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 아닌가 싶습니다.



덤으로.


다들 아시겠지만 가성비 제끼고 그냥 성능만 추구한다면 엘지 올레드 라인업이 '그냥 정답' 수준으로 압도적입니다만, 비싸죠.

그래서 LCD 라인업으로 본다면 뭐 복잡하게 볼 것 없이 간단하더라구요.

티비의 주 용도가 영화 감상이고 주로 밤에 불 꺼놓고 혼자 즐길 일이 많으신 분들은 삼성 티비 사시고. 물론 더 비쌉니다만

주 용도가 국내 티비 프로그램 감상이고 밝은 대낮에 거실에서 굴러다니며 잉여롭게 즐길 일이 많으시다면 엘지 티비가 조금 더 낫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가장 중요한 건,

뭐가 됐든 집에 있는 오래 쓴 티비 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새것 살 때 그렇게 고민할 필요 없다는 거죠. ㅋㅋㅋ 물론 그 고민 자체가 즐거움인 분들에겐 다른 이야기겠습니다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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