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 스포일러는 없어요.



- 전 김지운 감독 영화들을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쉴드 칠 마음은 애초에 0.0이구요.

 의외로(?) 되게 못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괜찮은 부분도 조금은 있고 대체로 평이하면서 특정 부분이 많이 구립니다.

 그 부분 부분들을 합해 놓고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히 구리긴 해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보는 내내 '그래서 이걸 왜 만든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감독이 즐겨 다루는 주제(뭐 조직 속에서 부속품 취급 받는 하찮은 개인이라든가)를 또 다시 다뤘다고 해서 호평하는 글을 본 적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심형래도 집요하게 늘 같은 길을 가긴 합니...



- 좀 위험한 발언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원작 '인랑'이 상황을 잘 만나서 평가에 버프를 많이 받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시작할 때 크레딧으로 원작을 애니메이션판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견랑전설 켈베로스 어쩌고는 일단 넘어갑니다)

 오시이 마모루가 (매니아들만 알 시끌별 녀석들 극장판은 일단 넘기고) 패트레이버로 전세계에 존재감을 알리고 공각기동대로 추앙받던 와중에 나왔잖아요.

 특히나 한국에서는 일본 문화 개방 시류에 아트 필름 흥행 시류까지 타면서 더더욱 그랬구요.

 하지만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그냥 그 애니메이션만 본다면 '인랑'은 좀 애매한 느낌의 작품이었고. 실사로 만들기 많이 난감한 물건이었으며.

 동시에 한국 사회상으로 번안하기가 참으로 난해한 이야기였습니다. 

 이걸 원작으로 한국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애초에 주어진 한계 안에서 꽤 많이 해냈다고 봐 줄 수도 있긴 한데,

 애초에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영화를 본 후에도 마찬가지라 딱히 칭찬해 줄 맘도 안 생기네요. ㅋㅋㅋㅋ



- 좋은 점을 먼저 말 하자면, 액션들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매애애앤 마지막 결투 같은 건 너무나도 한국 액션영화스러워서 좀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외엔 대체로 준수했어요.

 특기대 갑옷('프로텍트 기어'라고 정확하게 적어야 하려나요)의 지나치게 깡패 같은 내구성 때문에 좀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 옷을 입은 놈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하나 같이 '이것봐! 얘들 진짜 무시무시하다고!!!' 라고 보여주는 게 내용상 필요한 장면들이라서 그냥저냥 납득했구요. 그거 안 입고 한참 오래 싸우는 어떤 장면은 제이슨 본 시리즈 스타일 액션을 나름 꽤 잘 참고했더군요.

 그리고 정우성 & 강동원이라는 상당히 걱정되는(?) 조합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 모두 자기 밥값은 충분히 해냈습니다. 애초에 캐릭터들이 평면적인 게 오히려 배우들에게 득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쁜 점은... 

 일단 전혀 납득이 안 되는 세계관이 제일 큰 문제였죠. 고작 특수 부대 하나의 존재 의의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 열강과 남북 통일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며 시작하는데 '그냥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세계관을 눈 감고 넘어가 주면 또 그 특기대 갑옷의 실용성에 의문이 생기구요. 그 다음엔 특기대의 존재 의미 자체에 의구심이 생기고 그 다음엔 공안인지 뭔지랑 섹트, 그리고 특기대가 왜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스케일로 쌈박질를 하는지 납득이 안 가고 그 다음엔...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눈 질끈 감고 넘어가려고 해도 그게 불가능해요. 왜냐면 영화의 주된 이야기가 특기대와 다른 기관들이 서로 잡아 먹으려고 아웅다웅하는 건데 그게 계속 납득될 만큼 설명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든 좋은 점을 발견해주자!! 라는 맘으로 그런 부분들을 다 무시하고 넘어가 주면 이제 평평하기가 입간판 부럽지 않은 캐릭터들이 공감 제로의 행동들을 거듭하는 가운데 (강동원, 한효주의 관계는 아무리 봐도 그냥 서로의 비주얼에 반했다고 밖엔 설명이... 아. 훌륭한 설명인가요.) 현실 세계에선 절대로 덮고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는 난장판 쌈박질이 자꾸만 벌어지죠. 이러다 보니 비교적 잘 연출된 액션씬들도 감흥이 팍팍 떨어집니다. 전혀 납득 안 되는 세계관 속에서 전혀 감정 이입 안 되는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이해가 안 가는 선택과 행동을 거듭하고 있으니 거기 몰입 하기가 쉽겠습니까. 


 그 외에 눈에 띄는 구린점이라면... 음. 음악이 구립니다. '나쁜 한국 영화 음악'의 전형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네요.



 - 어찌보면 21세기 초반에 해마다 한 두 개씩 튀어나오던 '한국형 블럭버스터'의 김지운 버전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돈 많이 들여서 비주얼과 액션에 신경을 많이 썼고 확실히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당시 기준으로 평가해줄만한 부분이 있으나 그 와중에 캐릭터와 드라마가 증발해 버려서 재미는 되게 없었던 영화들이요.

 비평적으로는 어떻게든 머리를 싸매고 좋은 점만 찾아내면서 괜찮게 평해줄 수도 있겠지만, 흥행은 망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던 기획이었고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김지운의 본심이 궁금하네요. 이게 정말 장사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투자 받고 만들어낸 건지, 아님 흥행은 망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이런 거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건지(...)



 - 한효주의 연기를 참으로 오랜만에 봤는데. 이 분의 최근 다른 출연작들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정말 심각(...)하더군요. 어색하고 민망한 일본 만화 갬수성의 대사들이 많은 역할이긴 했지만 대사빨 탓으로만 돌리기엔 그 외의 다른 장면들 연기도...


 - 샤민호군은 유명 감독, 호화 캐스팅의 블럭버스터 영화에 나오고 싶었을 테고 제작사측은 한국 아이돌 스타 캐스팅을 투자도 받고 수출도 하고 싶었을 테고...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비중이 너무 심각하게 없더군요.


 - 시작할 때 나레이션 & CG 이미지들로 세계관 설명하는 장면에서 '홈프론트: 레볼루션'이라는 게임 생각이 났습니다. 구렸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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