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니 보조개 소년?

2019.11.06 14:34

하마사탕 조회 수:612

누굴 말하는건지 아는 분들이 있으시겠죠. ㅎㅎ

요즘에 게시판이 이상하게 바뀌어서 광고가 화면을 가리기도 하고 옛 메인게시판 글이 추천글(?) 식으로 같이 뜨기도 하죠. 무심코 눌렀다가 넌출월귤님이 올리신 과외 제자들에 대한 글들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댓글이 남아있지 않은 건 참 아쉽습니다.)


바랬지만 남아있는 예전 기억과 그때의 분위기가 되살아나서 간질간질 좋기도 하고, 세월이 무상해서 서글프기도 하고 짧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에 잠겨있었네요.

넌출월귤님이 엉뚱하고 귀여운 보조개 소년에 대한 글을 올리시던 당시에 저도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보조개 소년과 동갑이어서 괜히 친근감이 들었고, 실제로 어떤 애일까 궁금하기도 했었죠. 그때 소년이었던 아이는 지금 어엿한 청년이 돼있겠네요. 저 또한 그렇고요.


수능, 내신, 논술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라고 해서, 대입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던 그때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꽤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던것 같은데 역시 다 지나고와서 보니 그런 때도 있었구나 싶네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고등학교 생활을 했는데 그땐 스마트폰이 없어서 듀게는 야자 끝나고 집에 와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의 끝이 돼야만 밀려있는 게시글을 읽을 수 있었던 그때가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때가 재밌었지 생각도 들어요.


우연히 알게된 듀나 사이트는 영화 리뷰가 방대한데 정리도 잘돼있어서 심심하면 들어와서 이것저것 별점평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안 본 영화지만 리뷰를 하도 여러번 읽어서 본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도 많고 그랬네요. 그때는 어렸어서, 게시판의 점잖고 유식한 어른 유저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곳은 내가 글을 쉽게 올릴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인상이었어요.


어렸을 때가 그리운건, 뭘 해도 처음인게 많아서인 것 같아요. 새롭게 알게 되는 영화,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 새롭게 가보는 곳, 그래서 무엇을 해도 신기하고 신선하고 낯설면서 너무 재밌으니까요. 야자 끝나고 와서 보는 케이블 채널의 프렌즈 재방송이나, 듀게 글들이 그렇게 꿀잼일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무얼 해도 새로운 나이에 접하는 영화들은 당연히 지금보다 더 큰 인상이나 충격을 받으면서 본 것들이 많고요.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그때는(위성도시에 살았습니다) 아주 가끔 서울에 가는게 두근거리는 행사였죠. 필름 2.0이나 씨네 21 한권을 사서 학교 책상에 올려놓으면 하루 종일 뿌듯하고 행복할 수 있었고, 처음 먹어보는 베이글이 너무 맛있었고 친구들과 카페나 던킨에 가서 앉아있으면 뭔가 멋있어진 기분으로 사치를 누릴수 있었죠.


지금도 새로운 경험을 하며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고, 꿈을 향해 꾸준히 걸어가고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넌출월귤님의 글들을 읽으니 그렇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구나 새삼스럽게 되새길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네요.

넌출월귤님 뿐만 아니라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같은 시간대를 살았던 모든 유저들께도요.

그때 저와 또래였던 유저분들도 있었는데, 같은 또래인데 어떻게 저렇게 생각이 깊고 똑똑하지?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넌출월귤님이 닉을 바꾸셨는데 제가 캐치하지 못한건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글이 뚝 끊겨서 궁금하네요. 쭉 활동을 하셨는지, 아니면 방문을 안하신지 꽤 되셨는지, 아니면 지금도 눈팅을 하고 계실런지요. 옛 메인게시판에서 많이 활동하셨던 분들 중 남아있는 분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요.


보조개 소년은 잘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여전히 순수하고 남에게 즐거움을 주고있을지. 나이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참 재미없고 별로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전 저와 동갑인 친구들을 보면 늘 정이 가고 애틋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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