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지겨움과 지방)

2020.01.29 02:43

안유미 조회 수:424


 1.사는 것도 지겹네요. 어쩔 수 없죠. 원래 삶이란 건 지긋지긋한 거거든요. 일상이라는 원심력에서 빠져나오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그걸 만끽해봐야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삶의 재미라는 건 위험에 있지 않나 싶어요. 잠깐잠깐씩 위험한 상황에 몸을 던졌다가 다시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말이죠.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안도감을 느끼고 싶어지고, 안도감을 막상 느끼면 다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니까요.



 2.하지만 무의미한 위험은 별로예요. 그냥 암벽등반을 하거나 그냥 위험한 곳에 가는 건 무의미하게 목숨을 거는 거니까요. 목숨이나 돈 같은 걸 걸거라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무언가의 보상이 따라야죠. 그냥 무의미한 스릴을 겪는 건 사양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비일상을 겪기 위해 '돈을 쓰는' 건 사실 진정한 행복은 아니예요. '돈을 거는'것이 진정한 행복과 연결되어 있는 일이죠. 물론 돈을 지불하는 재미도 가끔씩은 있어야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은 지불이 아니라 배팅을 위해 존재하는 거예요.



 3.하지만 지겹네요. 어쩔 수 없죠. 내일은 뭘하나...라고 생각해봤자 할 것도 없단 말이죠. 술을 마시고 운동하면 오히려 몸을 해친다는 글을 본 뒤로는, 술을 마신 다음날은 웬만하면 운동을 하지 않아요. 


 인생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단 말이죠. 이 형기를 끝내는 방법은 죽음뿐이고요. 뭐 그냥저냥 재미있는 일도 종종 일어나지만 문제는 재미있는 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단 말이예요. 



 4.휴.



 5.그리고 문제는, 나는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내가 다 기획하거나 내가 다 만들어내야 해요.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를 재밌게 해주려고 찾아오는 놈들은 없거든요. 


 어쨌든 그래서 돈이 많이 필요해요. 나는 사람들의 인내심을 늘 사야 하는 처지가 되어가고 있거든요. 돈이라도 받고 나를 참아주는 일을 사람들에게 시키면서 살아야 하는 팔자가 된 거죠.


 물론 성격을 고쳐먹거나 남을 재밌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방법도 있겠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그건 불가능한 일이예요. 안 되는 일이니까 굳이 시도할 필요도 없는 일인거죠.



 6.어쨌든 '돈을 쓰는'것과 '돈을 거는'것 말고 남아도는 시간을 때울 만한 소일거리가 필요해요. 목적이 있으면 시간이 자원이 되지만 목적이 없으면 시간은 짐이 되니까요. 


 게임은 정말 재미가 없고...독서는 글쎄요. 요즘 책들에는 별로 돈 되는 정보가 없어요. 정보가 아닌, 남들의 생각은 별로 궁금하지 않고요. 



 7.인생이라는 감옥...여기선 얌전히 형기를 마치는 놈들도 있고 중간에 스스로를 끝장내는 놈들도 있죠. 난 잘 모르겠어요. 사실 사람들이 내리는 결단은 그들의 처지에서 기인하니까요. 


 사람이란 건 죽을 정도로 외로울 수는 있지만 죽을 정도로 지겨울 수는 없거든요. 뭐 내 경험으론 그래요. 인간과의 만남...이라는 비타민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복용하면 외로워서 죽을 일은 없어요. 지겨운 건 해결되지 않지만 지겨운 건 그렇게까지 힘든 건 아니거든요. 지겨운 것만으로는 절망감은 느낄 수 없으니까요.



 8.내일은 뭘하나...모르겠네요. 지방이나 한번 갔다 오고 싶은데 나는 나를 잘 알거든요. 지방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거나 버스에 앉는 순간 이미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지겨운 건 해결되겠지만 그순간부터 짜증과 귀찮음이 느껴질 테니까요.


 사실 지방에 갈 거면 '지방을 잘 아는'사람과 함께 가야 해요. 혼자서 맨땅으로 지방에 내려가봐야 어디에 뭐가 있는지 헤매기만 하다가 돌아오곤 하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4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2
125171 웅남이를 봤어요...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 [3] 왜냐하면 2024.01.08 536
125170 2024 골든 글로브 수상 결과 [2] 상수 2024.01.08 386
125169 뒤로 가는 남과 여에서 [3] daviddain 2024.01.08 202
125168 [디즈니플러스] 아주 독한 힐링물, '더 베어' 시즌 1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4.01.08 452
125167 프레임드 #667 [2] Lunagazer 2024.01.07 60
125166 [넷플릭스, 디플] 도쿄 MER, 달리는 응급실 [4] S.S.S. 2024.01.07 289
125165 [시간의 향기] [4] thoma 2024.01.07 166
125164 2023 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Award Winners [2] 조성용 2024.01.07 164
125163 #경성크리쳐 시즌1 다보고<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4.01.07 404
125162 [넷플릭스바낭] 미국인들이 작정하고 건전하면 이렇습니다. '종말에 대처하는 캐롤의 자세' 잡담 [8] 로이배티 2024.01.07 617
125161 열녀박씨계약결혼뎐 완결.. 라인하르트012 2024.01.06 295
125160 요즘 들은 신곡 MV들 - 1조, 도레미파, To X, Chill Kill, Love 119, What Love Is, Off The Record 상수 2024.01.06 130
125159 [근조] 전 천하장사 황대웅 [2] 영화처럼 2024.01.06 320
125158 Wild palms [9] daviddain 2024.01.06 134
125157 프레임드 #666 [4] Lunagazer 2024.01.06 88
125156 [디즈니플러스] 하이테크 퍼즐 미스테리, '외딴 곳의 살인 초대'를 봤어요 [25] 로이배티 2024.01.05 575
125155 아주 사소한 것 [5] daviddain 2024.01.05 299
125154 프레임드 #665 [4] Lunagazer 2024.01.05 74
125153 Glynis Johns 1923 - 2024 R.I.P. [1] 조성용 2024.01.05 109
125152 사랑의 스잔나를 봤습니다 [4] 돌도끼 2024.01.05 3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