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97년에 방영된  '첫사랑' 을 보는 중입니다.

최고 시청률이 60을 넘었던 드라마긴 하지만 꽤 오래된 드라마라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주인공(최수종:장남)의 역대급 민폐 연애질로 망해버린 집안 둘째아들(배용준)의 복수극입니다.

75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라서 당시에도 복고 정서였던 드라마죠. 2020년에, 1996년에 묘사한 1975년을 보는 기분이 좀 묘하긴 합니다.
요새하고 다르게 배우들 얼굴이 어둡고 잡티도 꽤 보여요. 당연히 화질도 나쁘죠.
그리고 드라마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80년대에 등장인물들은 90년대 중반 패션을 하고 있습니다.
앞머리를 잔뜩 부풀리고, 여자들 니트는 몸에 딱 맞고, 입술은 짙은 갈색 립스틱을 바르고 있죠.

제작진 중에 최수종과 이승연 안티가 숨어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두 주인공은 매력이 없습니다.
최수종은 계속 당하고, 얻어맞고, 무시 당합니다. 멜로드라마 남자주인공이란 사람이 그래요. 단 한 방울의 사이다도 안 줍니다.
여주인공 이승연은 조금 나은 편인가 하면, 전혀요. 남주인공은 순전히 얘 때문에 얻어맞고 무시당하고 인생이 꼬이는데 얘는 계속 오빠 오빠 나 오빠 보고 싶어를 시전할 뿐입니다.

그리하여 두 주인공이 나올 때는 과감히 넘겨버리고 -현대 문명의 축복입니다- 줄거리만 따라가고 있어요.
줄거리는 꽤 재미납니다.
멍청한 똘마니-한 번은 봐주는 제법 통 큰 악당-누구도 안 믿는 최종 보스 삼중 구조에다가 이 틈을 비집고 자비 없이 복수하는 이야기니까요.

최지우의 드라마 데뷔작이라고 알고 있어요. 데뷔작 치곤 분량이 상당히 많아서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아줌마 머리에 짙은 화장(그냥 당시 유행)을 하고 나오지만 최지우는 참 예쁘더군요. 초반에 단발 고교생으로 나올 때는 비 갠 초여름 같았어요, 사람이.
최지우와 이승연 역이 바뀌기엔 당시 지명도 차이가 너무 컸지만, 그랬더라면 이승연에게 꽤 이득이었을 것 같아요.
최지우는 좀 더 일찍 지우 히메가 됐을지도요. 하기야 제 눈에만 띄진 않았겠죠.

여기 김태우도 나옵니다. 데뷔작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서 이 양반을 처음 봤어요. 그리고 아직까지 이십 년 넘게 가늘고 긴 팬질 중이죠.
배용준의 - 전개상 언제 빼버려도 안 이상한- 서글서글한 금수저 친구로 나오는데 그 몰개성한 배역이 왠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배도환.
이 드라마에선 물 만난 고기 같아요.
여기서 손현주가 확 떴지만 배도환도 잘 했죠. 자기 일 확실하게 잘 하는 사람을 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이 분 연기 보면서 느꼈어요. 튀고 싶었을 텐데 드라마 안에 잘 녹더군요.

그 외, 윤미라, 전양자, 박상원이 딱 짐작이 가는 역할로 나옵니다.
윤미라 전양자 두 배우는 딱히 선택지가 없었을 것 같지만 박상원은 참 희한하네요. 모든 배역을 박상원으로 만드는 건지, 박상원을 염두에 두고 그 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진 건지, 딱히 '따뜻한 도시 남자' 이미지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긴 하군요. (음...김태우?)
십 년쯤 뒤에 '토지' 의 용이 역할을 맡긴 하지만 용이 역시 착한 남자였죠.
살인마 연기를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지만 굳이 보고 싶진 않군요.;

딱히 시청을 권하진 않습니다. 저야 이십대 중반 최지우 김태우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만 ㅋㅋ

재미란 무엇인가 , 도대체 이 드라마의 재미는 어디서 오는걸까 - 재밌긴 무척 재밌다니까요 - 에 대해 쓰고 싶었으나 졸음이 오네요.

한 주 즐겁게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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