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기간 동안 '단상'이란걸 교장이 훈화하듯, 가상의 단상을 가져다 놓고 격식을 차려 말을 꺼내는 건지 알았어요.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는게 이상하다는걸 알았을텐데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TV를 전혀 안 보던 기간에도, KBS에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었는데 이사 온 후 KBS 다시보기를 무료로 할 수 있더군요. 지금까지 낸 귀중한 수신료로 만든 것들 좀 보자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88/18]로 유명한 분들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있더군요. ([88/18]은 유투브에 올라와있어요. 보고 스타일이 맞다면 더 찾아볼 수 있죠. https://youtu.be/cS-MZlwLqYQ )


지금 5편을 다 보고, 1편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요. 이름과 걸맞게 한국의 근대성을 구축하는 시대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다큐멘타리라고 하기에는 정보가 그득하거나 하진 않지만, 종합예술스러운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스타일리쉬한 편집과 은유적 영상 인용, 힘써 구성한 상황에 맞는 글씨체와 음악을 듣다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보면서 옛날에는 참 코미디들의 정치 은유가 직설적이기도 하고 꽤 괜찮기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토론에 나온 일반 시민들은 다들 어찌 그리 말을 잘 하는지. 다른 무엇보다도 그 시대에 송출되어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되었을 이미지들이 실감을 재구성할 수 있었고, 같은 한국인데도 낯설음을 통해 많이 변했다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편만 본다면 [시대유감, 삼풍]이  될 것 같네요. 한국은 언제나 격변의 시대인 것만 같고.


돌아오는 6월 29일이 삼풍 백화점 붕괴 25주기라는데, 코로나가 그 때 쯤 가신다면, 양재 시민의 숲에 한 번 쯤 가보고 싶네요.


p.s. 온라인에서도 무료로 볼 수는 있습니다. 화질이 안 좋다는 것을 감수한다면 말이죠. 여기서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5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73
125312 푸바오는 3월초까지, 강추위라 장갑을 새로 샀습니다, 뭐더라(...) [2] 상수 2024.01.23 230
125311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준 영화들 돌도끼 2024.01.23 214
125310 멍청한 일 [2] catgotmy 2024.01.23 154
125309 세인트 세이야 봤어요 [1] 돌도끼 2024.01.23 141
125308 인디아나 존스와 아틀란티스의 운명 [1] 돌도끼 2024.01.23 178
125307 Norman Jewison 1926 - 2024 R.I.P. [3] 조성용 2024.01.23 176
125306 [왓챠바낭] 그냥 보고 싶었던 그 시절 B급 영화, '다크 앤젤' 잡담입니다 [21] 로이배티 2024.01.23 382
125305 제 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리스트(홍상수&이자벨 위페르) [1] 상수 2024.01.22 291
125304 프레임드 #682 [4] Lunagazer 2024.01.22 56
125303 축구 ㅡ 포르투갈 듀오 daviddain 2024.01.22 70
125302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4] Sonny 2024.01.22 389
125301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3] 물휴지 2024.01.22 124
125300 시대별 소설 [4] catgotmy 2024.01.22 230
125299 [영화바낭] 그 시절 어린이 영화는 참 거칠기도 하죠. '구니스' 잡담 [18] 로이배티 2024.01.21 462
125298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부산공연, 많이 별론가보네요. [4] S.S.S. 2024.01.21 411
125297 프레임드 #681 [4] Lunagazer 2024.01.21 59
125296 1월의 책들 [2] thoma 2024.01.21 252
125295 "고려 거란 전쟁"은 더이상 못보겠네요 [6] 산호초2010 2024.01.21 817
125294 잡담 - MI: 데드레코닝 파트 1 -> 데드레코닝으로 변경, 노년은 80세부터, 내 생각에 대한 착각 [6] 상수 2024.01.21 256
125293 오늘의 목표 catgotmy 2024.01.21 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