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사내 정치란 뭘까..(1)

2020.06.05 09:50

가라 조회 수:1005

0.

지난 번 바낭글에 잠깐 언급했던 대로 저 팀장 짤렸(?)습니다.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인사발령이 떴을때는 차라리 다행이다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며칠 지나고 또 소문(?)들을 들으니 다행인 일이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일단, 저희 조직이 폐지되고 소속 팀들은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조직이 폐지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많지만, 하여튼 확실한건 CEO 직속 조직이었던 저희를 폐지시킬 정도로 CEO가 밀렸다는 거겠지요.


1.

상사님은 영업에 있는 CS팀을 끌고 와서 조직은 유지시켜보려고 한 것 같은데, 코로나19 시국에도 선방하고 있어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영업 부사장이 자기 밑 팀을 뺏길리가 없지요.  결국 막판에는 상사님이 저를 불러다가 자기 나가는건 각오했다. 팀장인 네가 팀원들 잘 추스리고, 아마 팀원들 여기저기서 빼가려고 할 것이니 디펜스 잘해라 같은 소리도 했습니다.



2.

결국 조직개편이 떴습니다. 저희 조직이 없어지고 팀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여전히 CEO 직속입니다. 어...? 

CEO 직속으로 팀단위가 있었던 적이 없어서 다들 어리둥절.... 

CS팀을 못 끌고 오면서 도리어 상사님 짤리고 영업 부사장 밑으로 가는게 확실하다며 저희 팀원중 좀 시끄러운 친구가 팀장님이 공장에만 있어서 영업 부사장을 모르니 큰일이다. 그분 어떤 스타일이니 잘 보이셔야 한다. 지금 본사에서 제일 잘 나가는게 영업 부사장이니 그쪽 줄 잘 잡아야 팀장님도 승진하고 우리 팀도 살아남는다. 어쩌구 저쩌구 떠들었거든요. 


그리고, 저희 상사님이 팀장이 되고 저는 팀원이 되었습니다.



3.

저희 상사님은 정식으로 '이사대우부장'이었습니다. 그냥 줄여서 이사님이라고 했고, 명함에도 이사라고 찍혀 있었나 그랬습니다.

그래서 '대우'를 떼려고 노력했었는데, 도리어 '이사대우'가 떼어지고 그냥 '부장'이 되었습니다.

이사대우부장이면 뭐가 다른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단 임원들이 받는 교통비나 통신수당, 접대비, 판공비같은걸 받는 것 같더라고요. 자리도 임원급으로 넓게 줍니다.


본인도 충격인것 같고요...

발령뜨고 팀원들이랑 티타임이라도 하셔야 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주말 지나고 하자면서 퇴근하시더라고요.



4.

하여튼, 팀장님이 모아놓고 내가 실무를 안한지가 오래되서 (이사대우를 오래 하긴 했습니다), 당분간은 가차장이 업무 총괄하는 팀장 역활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바꿔나가자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한테만 따로 '현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반드시 다시 조직을 재건하고 승진하겠다!' 라며 열의에 불타는 모습은 아니더라고요. 그냥 다 놓은 느낌...

CEO가 너희 조직은 유지시킨다며 언질을 줬던것 같은데, 이렇게 된거 보고 CEO에게 굉장히 실망한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 이 사건(?)으로 인해 CEO한테 힘이 없다는건 전사적으로 알려진것이기도 합니다.



5.

그런데, 제가 신입때 반년간 멘토 담당을 해주신 다른 팀장님이 힘내라고 말해주길래 팀장 되고 좀 힘들었는데 짤리니 도리어 시원합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정색을 하며 

'가라야.. 너네 부장님은 임원급이라 언제든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분이셔. 그런데 팀장으로 강등시킨건, 네가 팀장으로 못 미더워서 그런것일수도 있어. 앞으로 잘해야 한다. 너도 이제 실무자가 아니야'  라고 하시더라고요.


아... 이런 시각도 있구나.... 휴...


앞으로 저희 팀은 어떻게 될까요.



P.S) 

회사가 보수적인 제조업이라 한번 팀장이 되면 팀장급으로만 돌고, 임원급이 팀장으로 강등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오너 바뀌고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한데...

저는 팀장이 아님에도 시스템에 아직 팀장 권한이 살아 있어요... (보안해제권한이나 팀원들 근태, 법카 사용내역 승인 및 조회 권한 같은 것들...)

까먹은건지, 그냥 살려놓은건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28
125192 디스패치, 이번엔... [46] 조작 2013.07.03 8533
125191 권양숙은 부엉이 바위 안 가나요? [70] 방드라디 2013.01.09 8532
125190 혼혈남자 배우는 뜨는데 혼혈여자 배우가 뜨기 힘든이유는? [18] 로사 2011.04.26 8531
125189 손호영, 번개탄 피우고 자살 시도…생명 지장없어(2보) [17] 자본주의의돼지 2013.05.24 8529
125188 31살 남자 방 ㄱㄹㄹ [29] 임주유 2013.09.30 8529
125187 섹스터....(19금?...덱스터 오프닝 추가) [17] 꽃과 바람 2010.12.15 8529
125186 연휴동안 빠진 여자.. [3] 라인하르트012 2017.10.07 8520
125185 여자인간으로 사는 슬픔과 괴로움(약간 19금) [21] Koudelka 2011.05.23 8520
125184 이탈리아의 매우 원색적인 한-그리스전 경기평 [8] soboo 2010.06.14 8516
125183 어떤 교복이 이쁜가요? 2탄 [27] 자본주의의돼지 2013.05.21 8513
125182 듀나님의 옛 영화리뷰마다 이상한 엮인글이 하나씩 있네요;; [2] 낭랑 2014.02.18 8512
125181 마녀사냥-신동엽,성시경,허지웅,샘 해밍턴 [21] 자본주의의돼지 2013.08.05 8510
125180 박시후 사건 업데이트 상황. [14] 자본주의의돼지 2013.02.20 8510
125179 이상한 프로포즈 문화가 불편합니다 [59] commelina 2014.04.13 8505
125178 노트북에 동인지 넣고 캐나다 갔다가 세관에 걸려 징역 1년 살 뻔... [6] catgotmy 2012.10.16 8500
125177 영드 스킨스 쩌네요 (+ 영드 셜록 + 미드 홈랜드 잡담) + 영드 추천 부탁 + 유산소 운동과 좋은 미드/영드의 상관관계 [33] silver linings 2013.03.28 8498
125176 어느 학예회, 우리아빠 메탈리카야 [8] philtrum 2010.09.25 8498
125175 여초카페 4대장 분석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1.15 8495
125174 독서를 많이 하면 사람의 품격이 높아집니다.JPG [63] Ostermeier 2011.02.17 8494
125173 19금 특집- 싸다구 맞기 좋은 섹드립 및 작업멘트 100선. [11] 자본주의의돼지 2013.04.19 84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