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라가 동물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국내 최초로 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AHA(american humane association)가 제안한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그간 한국에는 이런 종류의 가이드라인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카라가 제안한 가이드라인은 AHA의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것인데, 국내 최초의 지침이라는 점에서 여러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이 가이드라인은 방송 PD들,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이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되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카라가 방송업계 관련자 1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촬영현장에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59%에 이르는데, 이런 응답비율은 업계 종사자들의 문제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할만한 지침은 전혀 없었던 거죠. 


지침이나 기준이 없는 상황은 미디어에서 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SBS 스페셜의 '완장촌'에서는 출연자들이 살아있는 닭을 산 채로 끌고 다니다가 돌을 내리쳐 죽이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는데 제작진은 이를 두고 "사회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이라 굳이 편집을 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에는 동물이 쇼를 위해, 잔혹한 방법으로 공포에 노출되며 죽어야 했던 이유는 제시되지 않습니다.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11/2010011101535.html


유튜브 1인 미디어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동물의 발을 밟거나 잠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부터, 노골적 폭행, 쇠꼬챙이로 지지기, 술 먹이기 등의 명백한 학대행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침은 동물출연 컨텐츠 제작자들 중 윤리적인 컨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이 가이드라인은 컨텐츠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기준들을 제공합니다. 가이드라인 작업자들은 "사람들이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것을 즐기기만 한다면, 미디어에서의 동물 학대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동물학대적 미디어를 퇴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안에 대해 시청자들이 의식화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에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https://www.ekara.org/report/ekara/read/13679 



[모니터링 결과 1] 유튜브 413개 동물 영상 모니터링했습니다!

https://www.ekara.org/activity/education/read/13310










2. 카라가 동물영화제를 3회째 열고 있어요. 온라인 상영이고 11월 3일까지입니다. 



상영작 두 작품을 보고서 간략한 감상도 함께 남깁니다.



-애니멀 피플(The Animal People)


헌팅던 생명과학이 잔혹한 동물실험과 학대 행위를 하는 것에 맞서(원숭이의 배를 산채로 열거나 비글에게 폭언 폭행을 하는 등) 대규모 보이콧 시위를 주도했던 조직인 SHAC(Stop Huntingdon Animal Cruelty)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SHAC은 "우리는 사람들이 헌팅던 관련자들의 집에 찾아가 창문을 깨는 일이나, 그들의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 동물을 구조하는 일을 지지한다"라고 밝히고, 기업 관련자들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FBI의 타겟이 되는데요. 이들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로 보호받기에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자 아예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가 입법하기까지 합니다(Animal Enterprise Terrorism Act).


주로 동물권 활동가들의 발언과 시위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배제되고, 법률적으로 억압당하고, 제도적으로 축출당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문제시하는 이 작품은, 후반부에 와서야 헌팅던 내에서 이루어진 끔찍한 실험 장면을 보여줍니다. 장면이 지나간 직후 기업 관계자와 감독은 폭력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기업 관계자 : 폭력은 광범위해요. 뭐든 자유를 빼앗고 사람의 정신이나 육체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건 폭력입니다.

감독 : 실험도 폭력으로 보시나요?

기업 관계자 : 실험이요?

감독 : 동물 실험 같은거요.

기업 관계자 : 아뇨. 아니요. 그건 폭력의 범주에 안 들어가죠.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는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고 신문도 있고 라디오도 있고 TV도 있죠. 인간은 서로 소통해요. 인간은 내일을 두려워하죠. 동물은 내일을 두려워하는 법이 없어요. 오늘만 두려워하죠. 아프게 하면 동물은 겁을 먹지만 지금만 아픔을 느낍니다. 동물은 지배할 수 없어요. 네가 이런저런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 너를 감옥에 넣겠다 네 형제를 잡아다 죽이겠다 그러니 얌전히 굴어라, 동물들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해요. 동물이 아픔을 느끼는 건 지금뿐이에요.



작품을 보는 내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폭력, 살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도 당당한지 궁금해지는데, 이런 답변에서 답을 얻게 되는 듯합니다.




-피폭소와 살다(Nuclear Cattle).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폭 지역에 남겨진 소들과 농민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정부에서는 농가에 방사능 피폭소들을 살처분하기를 요구하는데, 일부 농민들은 이를 거부하고 더이상 돈이 되지 않는 소들을 보살핍니다. 대지진 이전에는 본인들이 소를 도축장으로 보내 생계를 유지해왔음에도 이후에는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소를 지키려 하는 겁니다. 


다큐 안에서 농민들이 취하는 포지션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소들이 안타까워서 지키고 싶은 것처럼 보이다가도, 정부가 제시하는 보상금이 불만족스러워서 협상 수단으로 소들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출연하는 농민 중 한 사람은 "그냥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른 이용가치를 찾아야 한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방사능 피폭소가 이용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소를 보호하는 농민도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기에 농민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는 좀 어렵습니다. 


오히려 동물권을 폭넓게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좀 다른 맥락이 보입니다. 판매할 수 있을 때에는 기꺼이 도살장으로 내몰 수 있었던 소들이, 교환가치를 상실하고 나서는 다른 종류의 대상이 됩니다. 농민들은 소들에게 하나하나 이름도 붙이고, 이들의 처지를 살피며 울기도 합니다. 도망친 소를 살처분에서 구제하고자 장비를 들여와서 농장 안으로 옮겨놓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이 다큐멘터리는, 자본주의 맥락에서 급격하게 분리된 장소에서 동물을 보는 인간의 시선이 변하는 방식 역시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영화제 페이지 확인해보세요.


https://screen.purplay.co.kr/kaff/festival_introductio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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