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78분입니다.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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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니 이 과감한 포스터라니!!! ㅋㅋㅋ 암튼 원제는 이렇습니다.)



 - 폴란드 영화이니 배경은 폴란드인데 대체 현실... 이라고 해야 하나요. 사적인 복수가 허용되는 세상입니다. 시작하자마자 10대 소녀가 사냥총을 들고 젊은 남자 한 명을 쏴 죽이구요. 죽은 사람 옆에 무슨 표식을 해놓고 떠나요.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이게 나라에서 정해 놓은 '복수했다'라는 표식 같은 건가 봅니다. 그러고는 엄마와 함께 법무사인지 변호사인지를 만나서 뭐라뭐라 설명을 듣네요. 보아하니 재보복을 막기 위한 '복수권'을 돈으로 매입도 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만. 액수가 커서 그러지는 못하네요.

 당연히 상대 집안에선 다시 복수를 하려 들고, 이것도 무슨 전통이 있는 모양인지 또 그 집안의 딸에게 간지나는 사냥총을 건네주며 복수를 지시합니다. 대략 이런 스토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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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는 어리지만 출중한 능력의 미소녀 킬-러!! 그녀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뭐 이런 걸 기대하게 만드는 설정입니다... 만?)



 - 열심히 기대를 배반하는 영화입니다. 짤막한 영화 소개 글에 다 나오는 요 설정만 봤을 때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 그런 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고 열심히 다른 길로 가요. 예를 들어 두 집안의 딸들이 처음으로 맞부딪히는 데 40여분이 걸립니다. 그러면서 런닝타임의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런 설정에서 별로 안 중요해 보이는 일들, 그러니까 도입부에 사살 당한 남자의 장례식이라든가, 두 집안 각자의 사정과 그 관계라든가... 이런 걸 보여주는데 그마저도 명쾌하게 정리해주지도 않아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그저 두 집안이 꽤 오랜 세월동안 이 복수극을 거듭해왔고, 두 집안 모두 무슨 가문의 명예 같은 데 집착한다는 것 정도.


 그리고 드디어 둘이 충돌한 그 상황... 이후로도 이야기는 영 쌩뚱 맞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니 두 젊은 여성이 사냥총을 들고 서로의 목숨을 노리며 벌이는 피 터지는 대결! 이라든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혹 복수극이라든가... 이런 걸 기대하심 절대로 보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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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여자의 첫 대면. 캐릭터들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와중에 둘의 캐릭터가 확실히 잘 살아나는 걸 보면 각본 잘 썼구요.)



 -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좀 해봤죠. 아니 이게 대체 어쩌라는 얘기지. ㅋㅋㅋ 뭐 만듦새가 허접하면 이러지도 않았겠습니다만, 의외로 기본적인 완성도는 꽤 탄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그렇게 탄탄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좀 어쩌라지 싶은 것들이어서 의아했던 것인데.


 대충 생각을 정리해보니 결국 남성성, 흔히들 말하는 '유해한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풍자 같은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게 애초에 양쪽 집안의 남자들끼리 자기들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벌인 대환장 파티거든요. 그러다 양쪽 집안에 이제 복수할 남자가 남아나지 않게 되자 등 떠밀려 나선 게 딸들이었고. 그 딸들은 이 엄청나게 쓸 데 없고 의미 없는 일에 집안 남자들만큼 집착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좀 영문을 알 수 없게 길게 나오는 남자들 파티 장면이나 갓 태어난 자식 성별 놓고 주절주절하는 장면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 장면... 까지도 영화의 주제가 이거다. 라고 생각하면 대략 납득이 돼요. 그냥 복수 스릴러라고 보면 전혀 쓸 데 없는 장면들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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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대략 이런 분위기의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남자들끼리 모여서 허허허하고 폼 잡는데 정작 얘들은 하는 일 하나 없이 여자들에게 시켜대기만 한단 말이죠.)



 - 단편 아이디어를 영화 만들다 장편으로 불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아마 30여분 정도의 단편으로 압축했다면 훨씬 탄탄하고 재밌다고 느꼈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지금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아요. 미장센도 잘 쓰고 장면 연출도 좋고. 배우들도 각자 역할 잘 하면서 뚱~ 하고 삭막한 영화의 분위기는 참으로 폴란드스러우면서 영화 내용과도 잘 어울려요. 다만 결말이 참 제 맘에 안 드는데 그건 제 성향 탓일 가능성이 크니 대략 넘어가구요.

 대단한 기대감 없이 걍 짭짤하게, 준수하게 잘 뽑은 소품 스릴러. 그러면서 좀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를 원하신다면 한 번 보실만도 하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큰 기대감 없이 말입니다. ㅋㅋㅋ 잘 봤어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 후에야 드디어 벌어진 둘의 대결! 입니다만. 복수를 해야 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쫓다가, 결국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었는데... 어라. 그냥 숲속 은신처로 데리고 갑니다. 애초에 이 복수가 내키지 않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직접 대면하고 짧은 대화까지 나누고 나니 더 죽이기 싫어진 거죠. 그러고서 잠시 시간을 보내 보니 심지어 죽이 맞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계획을 세워요. 복수권 매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무 어린애나 유괴해서 돈을 벌기로 한 건데, 대충 생략하고 의외로 쉽게 성공합니다. 그런데 돈을 받아서 돌아오는 길에 남자애가 갑자기 쓰러져서 발작을 하고, 부들부들 떠는 애를 데리고 황급히 병원으로 달리는데 왠 화물 트럭이 길을 떡하니 막고 느긋하게 일을 하고, 비켜달라 난리를 쳐도 무시하니 총을 들고 나가 개머리판으로 일하던 남자 면상을 한 방 후려 갈깁니다. 그제서야 길을 터주는 남자님이시구요. 결국 병원에선 아슬아슬 세이프. 벌에 쏘여서 그랬던 거라네요. 그대로 병원을 떠나서 애도 구하고 돈도 벌었습니다. 그 돈으로 복수권 매입도 끝내서 이제 둘은 완전한 자유의 몸!


 그리고 에필로그입니다. 처음에 남자를 죽이고 시작했던 아이는 유괴로 번 돈(...)으로 집안 살림에 여유도 생겨 보이고요. 느긋하게 집 앞에 서 있는데 뒤에서 검은 차가 스윽 다가오더니... 그냥 지나갑니다. 장면이 바뀌면 복수를 포기하고 살 길을 모색했던 그 아이가 주차장을 걸어가네요. 그런데 이번엔 뒷배경에 흐릿하게 남자 둘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총을 들고 있고, 모습이 선명해지니 아까 그 화물 트럭 운전사에요. 탕. 아이는 쓰러지고 남자는 그 아이의 시체 위에 도입부에서 한 번 구경했던 그 복수의 표식을 해놓고 사라집니다. 이게 엔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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