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에피소드는 여덟개, 편당 50분 정도 되네요.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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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호수로'나 '호수행'(...) 정도로 번역해도 좋았을 텐데요)



 - 하얀 눈밭을 비틀비틀 걸어가는 한 남자의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눈동자가 하얗게 변해 있고 온 몸의 이 구멍 저 구멍으로 피를 흘리며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반쯤 얼어 있는 호수 속에 퐁당 빠져요. 번져가는 이 남자의 피와 함께 화면 전환.


 설명할 게 너무 많아서 대충 요약하면. 결국 러시아에 (아마 인근 다른 나라도?) 괴이한 전염병이 확 도는 겁니다. 일단 기침하고 열 나다가 하루 지나면 눈동자가 하얗게 변해서 무서운 얼굴이 되구요. 대략 이틀쯤 경과하면 죽습니다. 치사율 100%에 도전하는 무시무시한 병이죠. 

 그 시국에 매우 K-일일 드라마스런 사연을 품은 1.5가족 + 1가족이 함께 이 난리통을 피해 저~~ 멀리 북쪽에 있다는 사람 없는 호수의 비밀스런 장소로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투 더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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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리면 이렇게 됩니다. 아이 무셔라!!)



 - 예고편에서 보이는 감염자들의 기괴한 비주얼 때문에 좀비물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구요. 

 줄거리 소개를 보시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로드무비입니다. 터치 불가 초강력 전염병으로 인해 국가 체제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발광하는 위험한 인간들, 인간답게 살아 보려 노력하는 선한 사람들 등등을 마주치며 죽고 죽이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머물고 떠나기를 반복하는 이야기죠. 일단 전 이런 형식이 맘에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략 에피소드 하나 당 하나의 새 장소와 인물,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는 식의 이야기요. 요즘들어 이런 식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의외로 별로 없더라구요. 전 이런 거 좋아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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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 구세주 전설!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평범한 막장 구성입니다. 좌측이 지적이고 여린 현 아내, 우측이 억세고 강인한 전 아내)



 - 기본적으로 좀 막장극입니다. 아니 막장극의 요소가 강하다... 는 정도로 해두지요.


 주인공격인 아저씨가 문제인데. 이 양반이 원래 와이프랑 어린 아들 하나 키우며 열심히 살다가 와이프랑 성격이 너무 안 맞는 와중에 바람이 나서 이혼을 했거든요. 그래서 외도 상대와 그 여자가 키우고 있는 다 큰 10대 아들래미와 살고 있었는데. 이 난리통에 본인 자식은 구해야겠다고 설치다 그만 성공해버리는 바람에 주인공과 사실혼 관계의(정식으로 결혼을 안 했다고 나와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전처와 본인 아들이 함께 여행길을 다니게 된 거죠. 당연히 분위기는 드라마 내내 개판이구요. ㅋㅋㅋ


 어쩌다 함께 떠나게 된 이웃 사촌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식하고 막말하는 졸부 캐릭터 아저씨와 알콜중독 반항 십대 딸래미. 그리고 아저씨가 와이프가 병이 나서 다 죽어갈 때쯤 밖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저질러서 함께 살게 된 임신한 전직 스트리퍼... 뭐 이런 구성이에요. 이 셋은 거의 드라마 내내 자기들끼리도 사이가 안 좋고 그 와중에 주인공네 가족이랑은 계속 살얼음판입니다. 사실 이웃에 산다 뿐이지 친한 사이도 아니었거든요. 내심 서로 무시하고 싫어하던 관계였고 그게 개고생 여행길에 여실히 다 드러나 버려요.


 그래서 이야기의 중심 갈등은 이렇게 팬데믹과 별 상관 없이 그 이전에 이미 형성된 내적 갈등을 통해 전개됩니다. 이런 것들이 이제 여행길에 마주치는 다양한 극한 상황들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터져 나오고 그래서 아웅다웅하다가 서로 험한 꼴도 보고, 그러다 또 어떨 땐 화해도 하고, 그러면서 관계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발전해 나가고... 뭐 그런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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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뎃 분이 바로 진상 No.1이자 주인공의 위험한 동반자 옆집 아저씨. 근데 다 보고 나니 연기는 제일 좋았던 듯)



 - 아포칼립스 느낌 가득한 팬데믹 상황에 대한 묘사는 꽤 괜찮습니다.

 비주류 시장 국가의 안 네임드 제작진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답게 제작비를 많이 쓴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첫 화에서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비교적 스케일 커 보이는 장면들을 열심히 때려 박아 스케일 좀 되는 척을 한 후에 이후 에피소드들에서 '스토리 전개상 자연스럽게' 제작비 절감을 하고. 또 그러면서 인물들의 대사나 마주치는 빌런 집단들의 모습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온 세상이 다 망한 분위기를 풍겨주는 식의 제작비 저렴 아포칼립스물의 모범을 충실히 따라가요.


 게다가 나라가 또 러시아 아닙니까. 그냥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숲길과 산길, 늘 흰 눈에 파묻혀 있는 풍경 속에서 개고생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딱히 힘을 쓰지 않아도 세상 다 망한 기분은 충분히 듭니다. 거기에 총 든 미친 놈들 조금, 감염자 몇몇만 뿌려주면 말이죠. 타고난 자연 환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삶의 지혜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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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시작만 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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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내 이런 것만 나오는 거죠. ㅋㅋㅋ)


  

 - 근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요즘 많이 흔하잖아요. 그래서 나름 차별화되는 부분 내지는 특별히 잘 된 부분이 없으면 봐 주고 있기 힘들죠. 


 일단 러시아산이라는 것 자체가 개성입니다. ㅋㅋ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래요. 우리가 평소에 러시아 드라마를 볼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저처럼 넷플릭스를 좀 덜 인기 있는 나라들 작품 구경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분들은 아마 대략 공감하실 텐데, 비슷한 얘길 해도 분명히 나라별로 뭔가 다른 게 있어요. 풍광이든 캐릭터들 사고 방식이든 뭐가 됐든간에 콕 찝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다른 분위기'가 있고 시도 때도 없이 보드카를 벌컥벌컥 전 그걸 즐기는 편이라 일단 맘에 들었구요. 


 앞서 말 했듯이 이게 에피소드 하나마다 중심 사건이 하나씩 발생하고 마무리되는 식의 구성인데, 그 중에 꽤 맘에 드는 에피소드 몇 개가 있었어요. 대체로 좀 훈훈하게 끝나는 에피소드들이 좋더라구요. 뭔가 헐리웃 작품들에 비해 은근슬쩍 사실성 제끼고 급발진하는 이야기가 몇 개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재밌더라구요. 삭막한 분위기 살린다고 너무 현실적으로만 가면 피곤하잖아요. 갑갑한 와중에 환기를 해준달까. 그런 게 있어서 좋았구요.


 마지막으로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 뭐랄까요. 전혀 안 그렇게 생겨먹어가지고는 의외로 따뜻(?)합니다.

 아포칼립스다!! 인간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미쳐 날뛸 거다!!! 라는 드라마가 맞긴 한데요, 그게 그냥 대책 없는 염세주의로 가지도 않고 격하게 변태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면서 자극에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나름 열심히 밸런스를 맞춰줘요. 이게 결국 주인공들도 자기들 살아남자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당한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이야기인데요. 그런 주인공들의 잘못은 늘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면서도 '그러니까 결국 인간은 다 쓰레기야'라는 식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거죠. 전 요즘엔 이런 게 좋더라구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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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따뜻...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



 - 여기까지 적고 나서 돌이켜보니 제가 늘 그렇듯 지나치게 칭찬만 하고 있는데요. 단점 내지는 한계도 많습니다.


 일단 뭐랄까, 그러니까 '무난하게 잘 만든' 아포칼립스물입니다. 뭐든 특출난 구석은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이런저런 아포칼립스물들이 좀 질린다... 라는 분들은 굳이 안 보셔도 될 겁니다. 


 앞서 말했지만 배경이 내내 눈덮인 산길, 버려진 오두막 뭐 이런 것들이고 그냥 러시아의 대자연!!을 제외하면 특별한 볼거리는 없어요.


 역시 앞에서 한 얘기 반복이지만 '발암 캐릭터'에 대한 내성이 없으신 분들은 보면서 엄청 피곤해지실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보다보면 그 진상캐릭터들에게도 대략 정든다는 거


 마지막으로... 정말 아주 매우 많이 크리티컬한 단점인데요.

 끝이 안 납니다. ㅋㅋㅋㅋㅋ 자아 이제 엔딩이........ㄹ 줄 알았지 이것들아!!! 라는 식으로 뙇! 하고 끝나버려요. 그냥 클리프행어도 아니고 엔딩인 척하다 시전되는 클리프행어라서 상심 3배. 좌절 3배. 짜증 3배. 게다가 열심히 검색을 해 보니 시즌 2는 제작진이 '만들겠다'라고 하긴 했는데 그게 지금 촬영 중인지, 다 찍었는지, 사실은 아직 시작도 못 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네요. 아마 찍고는 있겠지만 올해 나오긴 힘들 듯? 이라는 정도. 



 - 그래서 결론은 '일단 보지 마세요.' 입니다 ㅋㅋ 시즌 2가 나오면 그때 쯤에 한 번 고민해보시구요.

 하지만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실 분들이라면 뭐, 특히 아포칼립스물 좋아하신다면 한 번 보실만 합니다. 러시아맛 아포칼립스!

 다만 시청 스트레스 유발 캐릭터들에 대한 내성을 많이는 아니어도 최소한도는 갖추셔야할 거구요. 

 보시기 전에 기대치를 잘 조정하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대단히 유니크하거나 출중한 완성도를 보여줄 정도까진 아닙니다.

 그저 조금 독특한 맛이 가미된 준수한 수준의 망한 세상 서바이벌 드라마 정도. 뭐 그러합니다.




 + 구글에 이 드라마 제목을 치면 추천 연관 검색어로 '투 더 레이크 발암'이 뜹니다. ㅋㅋㅋㅋ



 ++ 결국 생각해보면 만악의 근원은 두 집 살림 주인공 남자입니다. 평범하면서도 은근히 용기 있고 실행력도 있으며 상당히 도덕적인 인간으로 나오긴 하는데, 그래봤자 어차피 두 집 살림의 죄는 피할 길이 없고. 또 따져보면 처음에 자기 핏줄은 구해야겠다며 설치다가 그걸 성공해버리는 바람에 고생길이 열린 거거든요. 현재 가족에 집중하기로 맘 먹고 그쪽을 과감히 포기했다면 그냥 무난~ 하게 호수 도착해서 잘 살았을 것을...



 +++ 자주는 아니고 아주 가끔씩. 대략 두 에피소드에 한 번 정도 갑자기 괴악한 센스의 개그씬들이 등장해서 사람을 당황시키곤 합니다. 



 극중 어떤 캐릭터들 이야기가 진행될 때 자꾸만 이 노래가 그들의 테마곡처럼 끼어드는데, 한창 진지 살벌하다가 갑자기 요런 전개가 되니 매번 당황스럽더라구요. 나중엔 그냥 받아들이고 웃었죠. ㅋㅋ



 ++++ 요즘엔 이렇게 암담한 드라마를 보고 나면 꼭 출연진 단체 사진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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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다 함께 선량한 얼굴로 즐겁게 웃고 있는 현실 사진을 한 번 봐야 드라마 보면서 쌓인 칙칙함이 해독되는 느낌이에요. ㅋ



 +++++ 오늘 화이자 백신 2차를 맞았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러고 와서 이런 드라마를 보니 그냥 좀 웃기더라구요.

 원작도 따로 있다 그러고 또 이게 2019년에 나온 드라마이니 코로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나온 작품이겠습니다만. 

 제작진이 시즌 2 만들기도 여러모로 부담스럽고 조심스럽고 그랬겠어요. 또 반대로 생각하면 나름 찬스이기도 하지만요.



 ++++++ 아.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음향이 그냥 스테레오만 지원합니다. 요즘 세상에 참 드문 일이라 좀 당황했네요. 5.1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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