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8 21:13
1.
저녁에 팥빙수를 사러 한 커피 가게에 들렸습니다.
컵 빙수 2500원
큰 빙수 3500원
큰 빙수란 게 롯데리아에서 파는 팥빙수 정도의 크기입니다 컵 빙수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제일 작은 잔의 크기 정도고요.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가게 사장님인 어머니 곁을 맴돌면서 매니저 노릇을 하고 있더군요.
심지어는 가게 근처를 어슬렁대면서 안면이 있는 동네 아주머니께 커피 한잔하고 가란 호객까지 하면서..... ;
그 동네 아주머니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니 얘가 커피 한잔하고 가라네?ㅎㅎ" 하면서 카페라떼 두 잔을 사서
나가시더군요. 커피를 만들고 팥빙수를 만드는 사장님께 돈을 계산대 위에 얹어 놓는다고 말하고서 자리에 앉아
팥빙수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호객을 마치고 가게 앞을 잠시 어슬렁대다 가게로 들어온 남자아이가 말합니다.
"이 돈 누구 거죠 어머니? (어머니라고 하더군요)"
"어 거기 손님 거야"
"제가 처리할게요 어머니"(아이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컴퓨터로 작업하더니 핑 소리가 들리며 돈통이 열리자 돈을 넣습디다)
"주문하신 팥빙수 나왔습니다"
전 속으로 고놈 참 귀엽네 생각하면서 팥빙수를 받으러 계산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사장님께서 주시는 팥빙수를 받아들던
찰나에 사장님이 숟가락 몇 개 드리느냐고 묻기에 한 개만 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그 순간 그 남자아이 매니저님께서 제게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혼자 먹을라고요?"
"어 혼자 먹을 거야"
"와 난 컵 빙수 하나도 배불러서 못 먹는데 그걸 혼자서 다 먹을라고요?"
뭐 인마. 느네 가게 팥빙수 별로 안 크거등. 아놔.
요즘 애들은 소식 체질인가 봐요 ㅡㅜ
2.
팥빙수를 사 들고 집으로 걸어가던 중 두 아가씨가 제 앞에서 하하 호호 커다란 목소리로 얘기하며 지나가더군요.
참 또렷하게 그녀들의 대화가 들려왔어요.
"야 근데 지난번에 내가 맥도날드 그거 봤잖아"
"그거?"
"응 그거. 그거 그거. 차로 햄버거 받아오는 거. 그걸 뭐라고 하더라 (아가씨, 그거 맥 드라이브임) 하여간에 그거 봤어 웃기드라"
"괜히 미국인 척하는 거지"
"그니까 깔깔깔깔깔"
"냐하하하하하하"
그게 왜 미국인 척하는 건지, 그게 미국인 척한 게 왜 웃긴 건지 그냥 길거리에 구르는 돌만 봐도 웃음이 나는 아름다운 이십 대 초반
처자들인 건지 잠시 멍...... 하다가.
팥빙수 포장을, 일회용 비닐(야채 싸는 주방용)안에 팥빙수 그릇 넣고 매듭을 돌려 묶기 해서 주셨단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서
마치 어딘가로 팥빙수 배달을 하는 것 마냥 살포시 팥빙수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터덜터덜 집에 왔답니다.
근데 지금도 그게 왜 괜히 미국인 척하는 건지 의문이에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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