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듀게에 정 떨어졌던 순간이 있다면,

예전에 '동물에 지나친 애정을 갖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라는 글이 올라왔을 때예요.

반려동물에게 생일파티를 해주고 최고급 요리를 주자는 게 아니잖아요.

 

2. 개고기 안 먹습니다. 먹어본 적은 있어요. 심지어 맛있긴 하다고도 느끼긴 했는데,

고작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식견을 추천하거나 다시 먹고 싶진 않고, 그 정도의 의지는 있어요.

개가 '불쌍하다'라는 이유가 논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면, '맛있다'는 이유도 논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어요.

 

3. 모든 걸 법적인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좀 무서워요.

현재의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고, 불법화를 하려면 논리적인 근거를 대라라는 이유로 개고기 반대론자를 반박하는 사람들요.

(그런 점에선 찬성론자들이 확실히 유리한 입장이죠. 뭐든 '근거를 대라' 한 마디면 끝나나까. 그리고 그들은 계속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겠죠.)

법 위에 감성이 있고 감성의 힘은 결국 법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불법화가 가능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불법화가 되어버린다면 그 아무도 반박을 못 하게 되겠죠.

 

4. 불법화되어야 한다라고는 말은 못 하겠지만, 불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그렇지.

이유는요? 미안한 느낌이 듭니다. 그 어떤 다른 동물보다도 더요. 논리적이지 못 하죠. 논리를 따지자면 끝도 없어요.

 

5. 구제역 시 돼지 생매장을 비난하자, 가식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 있었죠. 저러면서 돼지고기는 맛있게 잘 먹을거라고.

결론적으로 죽은 건 똑같지만, '정도의 차이'라는 것이 있죠. 유기견을 안락사시키는 것과,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걸 같게 볼 수 있을까요.

 

6. 사실 개고기 얘기에 더 발끈해진 계기가 있어요.

예전에 도보로 시골길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좁디좁은 녹슨 철창 안에 갇힌 큰 개 한마리를, 주인이 꺼내고 있는 걸 봤어요.

개는 꼬리를 살랑 흔들고 일어서더니 주인한테 그대로 안기는데, 자기가 키우는 개를 그런 철창에 넣어뒀을 것 같진 않고.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한동안 불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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