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나눔을 그리워함

2021.08.29 16:44

Kaffesaurus 조회 수:366

지난 목요일, 정말 간만에 강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비록 줌으로라도요. 그리고 그보다도 더 오래간만에 많은 동료들이 직장에 출근한 날이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새로산 오랜지색보다는 조금 더 붉은 색의 (화가인 동료말이 칼 라숀이 일본에서 영향받은 붉은 색이라고 하더군요)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이른 아침 강의가 끝나고 오전 커피 타임에 박사과정 디아나가 손으로 저의 위 아래를 흩으면서 '와 커피 공룡!' 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러면 일어서서 '감사 감사' 화답합니다. 정말 직장에서는 한 10개월 만에 본 카로가 색이 저한테 참 잘 맞는다고 한마디 거들자, 자가근무가 원칙인 기간동안 저처럼 어떤 이유로 출근해 일한 날이 많았던 솔이 이렇게 말해줍니다. 

"it is tiresome to see how fabulous she looks every day"

네, 모두 함께 웃고 저는 제 입으로 그릴 수 있는 한 최대의 미소를 지은 뒤 와, 솔, 내 평생 못 잊을 말이네라고 답변했습니다. 

(아 제가 미인이라 말이 아닙니다. 제가 제 체형에 잘맞는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색깔이 화사한 옷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거죠.그리고 이쪽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 옷에 신경안쓴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저희 부서는 비교적 많이 건강한 부서입니다. 늘 다 서로 좋을 수는 없지만 누구와 누구가 심각하게 갈등이 있어서 일을 하지 못한다거나, 어떤 부서처럼 함께 밥도 못 먹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특별한 나쁜 일이 없었기에,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다들 선이 어디인지 알고 또 언어를 무기로 사용한 일이 별로 없다는 거죠. 언젠가 오랜 병가 뒤에 재활의 일종으로 원래 다른 대학에서 일하던 C는 저희 부서 사무실을 빌려 일했습니다. (본인이 있던 일자리로 바로 돌아가면 스트레스 형상을 다시 느끼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서 일하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랑 친해져서 같이 집에서 저녁도 먹고 했는데, 언제 저보고, 오늘 예쁘다란  듣기 좋은 말을 하더니 금방 아 미안 이라고 하더군요. 왜?  그랬더니 아 너의 겉모습에 대해 코맨트 한 거 였잖아 라면서 미안해 하길래, 좋은 말이었는데? 저희 부서에는 남녀 상관없이 서로 그런 말 자주 하는 편이거든요. 또 한번은 저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니? 라더니 또 미안.' 왜?' 물었더니, '내가 너를 이방인이로 만들었잖아.'  나 원래 이방인이야, 그정도 말로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수 없어. 이 친구가 우리부서에서 한 학기 지낸 다음 낸 결론은 부서를 바꾸어야 겠다 였습니다. 진짜로  원래 일하던 부서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번에도  자가 근무1년에 대해 쓴거 같은데 자가 근무가 비교적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면 저는 아닌 사람입니다. 자가 근무 시작 처음에 불편하다고 느낀건 제가 하는 업무가 자가 근무 들어가면서 시간이 더 드는 것이었고, 그 뒤 지적인 대화의 부족이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가자,  무게를 주는 일들을 동료들과 대화로 그 무게를 나누고, 풀고, 또 나의 결정이 나만의 결정이 아니라 한 커뮤니티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그런 힘을 받을 그 자연스러운 대화의 순간들이 없어진게 힘들더군요. 지금은 또 다른 것을 보게됩니다. 제가 이 코로나 시기에 동료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서 하는 이야기는 정말 '문제''일'들 입니다. 우리가 전에 자연스레 만나서 하던 시시콜콜한 즐거운 이야기들은 없는 거죠. 저도 그렇고 제 동료들중 아무도 자기 정원에 올해의 토마토 수확이 어떻게 되었는 지에 대해 말하려 전화하지 않습니다. 동료들의 어린 아이들이 한 재미난 이야기들도 듣지 못했습니다. 고양이 엄마들의 하소연들도 강의 후에 느끼는 그 에너지도요. 함께 웃는 일이 없었습니다. 진정한 커뮤니티의 힘은 어려움을 뿐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구나, 그 즐거움이나 어려움이 그냥 사는 게 그렇지 하며 지나가는 흐르는 시냇물처럼 대단한 광경이 아니어도, 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목요일 점심, 사실 저희 부서에 취직한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솔이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하자 소피아는, 어 정말, 잘 기억해 두어야 겠네 라고 했습니다. 왜냐는 솔에게 저희가, '솔, 우리부서는 뭔가 좋은 일이 있으면 빵이니 케익이니 이런 거 구워서 축하하거든. 어떤 때는 그럴일들이 많아서 계획을 짜야 하기도 해. 그런데 이제 일년 반이나 지났으니 그동안 모아 놓은게 엄청 많잖아, 다들 돌아오면 대단도 않을 거야. 다이어트하기 힘들 부서라고' 솔은 웃으면서 자기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라고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가 글루텐 알레르기 있다고 말하지 말랍니다.   


시끌벅적하게 부풀어 오르는 기쁨의 에너지 그리고 그 안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는 그 기쁨. 그립습니다. 


(저희 부서가 늘 좋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좀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의 잘못으로부터 배우고 바꾼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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