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희망버스 후기

2011.07.11 14:36

절망속아름다움 조회 수:1264

방금 <비정규직 없는 세상> 카페에서 최전방에서 경찰들과 싸웠던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나니까 안전하게 뒤에만 있었던 저는 부끄러워서 후기를 못 쓰겠어요. 다만 한 가지 느꼈던 것에 대해 간단하게 써보려 합니다.

어제 경찰과의 대치 중반에 거의 맨 앞까지 갔었습니다. 이때는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무차별적으로 난사하기 전입니다. 경찰이 세운 거대한 벽의 양 옆에서 시민들은 전경을 밀어내기 위해 싸우고 있었습니다. 전경들은 분무기에 최루액을 넣어서 눈에 뿌렸습니다. 눈을 씻어낼 물이 필요했는데 시민들이 모아준 물을 전달하고 나서는 물이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여학생들이(안타깝게도 대열의 앞쪽에는 여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것도 갓 스물이 지난 듯 보이는 여학생들.…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물 좀 주세요라고 계속 외쳤습니다. 그 혼란 와중에 뜬금없이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교양 강의 시간이었는데 교수님께서 한대수의 물 좀 주소를 들려주면서 유신 독재시대에 자유에 대한 갈망을 노래한 것이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자유라고 수학공식 마냥 알고 있던 저는 앞으로 한대수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어제의 상황을 떠올리며 경찰들이 뿌린 최루액을 씻어주던 그 물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희망버스를 다녀올 때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오게 됩니다. 처음에는 김진숙님과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갈 때마다 제가 더 큰 희망과 배움을 얻어서 오게 됩니다. 

1차 희망버스를 다녀오고 2차를 가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한달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계속 김진숙님의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카페에 수시로 올라오는 글을 확인하였습니다. 한동안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게 우편함이었습니다. 경찰에서 소환장이 날라왔는지 확인하는 것이지요.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가서 술을 마셔도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했습니다. 그 친구가 이런 말도 하더군요. 여행가서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데 네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운지 혹시 무슨 일 있는 것 아니냐고요. 심지어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도 이게 과연 올바른 소비인가라는 생각과 계산원으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계시는 걸까 하는 어쩌면 쓸데없는지도 모를 이런 생각과 걱정들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힙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안 납니다. 이 끊임없는 걱정과 불편함은 언제쯤 끝날 것인지아마도 김진숙님이 85호 크레인을 두 발로 걸어 내려오는 날 알게 될 것 같습니다.

 

1) 난데없이낙타를님 1차에 이어 이번에도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구요. 닉네임을 밝히기 원하지 않으셨던 듀게분, .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부산에 사시는 무도님 준비해주신 음식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모두들 3차 희망버스 때 또 만났으면 좋겠어요!

 

2) 제 후기 읽으시고 불편하신 분들 계시지요? 제 불편함 나눠드리려고 이렇게 썼습니다^^ 3차 희망버스 가자고 권유는 못하겠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견디실 수 있는 분, 집에 있는 것이 더 불편하신 분은 함께 3차 희망버스 타러 가요.

 

3) 1차 희망버스에 관한 지식인들의 기고문과 일반인들의 후기를 모아 후마니타스에서 <깔깔깔 희망의 버스>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인터넷 서점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판매수익은 전액 희망버스 행사기금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책 소개 링크 올립니다.

http://www.humanitasbook.co.kr/book/?mode=view&no=129&sort=&p=1&mcat=&scat=&search=&word=

 

4) 다양한 후기들과 비판의 목소리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카페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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