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56분. 장르는 액션 스킨을 입은 코미디인 척 하는 드라마(...)입니다.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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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포스터의 좋은 예. "오직 복수로 심판한다" 는 개뿔. ㅋㅋㅋ)



 - 세 가지 잘 연결되지 않아 보이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1.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수염이 덥수룩한 랍비룩의 할아버지가 귀여운 손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전거를 사주려고 하는데 딸 아이가 원하는 파란색 자전거가 없네요. 사장님은 상냥하게도 '지금 예약하시면 구해볼게요!'라고 제안한 후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데... 그 전화를 받는 건 자전거 도둑이었습니다.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길에 세워진 남의 파란 자전거를 훔치는 도둑님.


 2. 기업에서 무슨 프로젝트 브리핑을 하는 듯한 상황입니다. 수염 기른 아저씨가 자기가 만든 알고리즘을 막 설명하고 있는데 듣는 갑들은 매우 시큰둥해요. 이 아저씨는 무슨 '우연으로 보이는 세상 만사의 패턴을 분석해내는 알고리즘' 같은 위대한 걸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결과물이 하찮거든요. 이래저래 항변을 해보지만 결국 실패. 동료와 함께 잘립니다.


 3. 드디어 매즈 미켈슨이 등장합니다. 역시 수염을 기르고(...) 어디 멀리서 군복을 입고 가족과 통화 중이에요. 파병 다니시는 분 같은데 귀국이 3개월이나 밀렸다고. 그래서 상심한 와이프는 마침 자전거를 잃어버려서(!) 등교 수단이 없어진 딸을 데리고 '오늘은 학교 째고 시내 나가서 신나게 놀자!'라며 차에 시동을 걸지만 차는 또 고장이 났네요. 그래서 둘은 기차 역을 향하는데...


 드디어 이야기가 결합이 되기 시작합니다. 기차 안에서 2번의 해직자와 3번의 모녀가 만나요. 방금 해직된 수염남은 매너 좋게 자기 자리를 애 엄마에게 양보하고.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기차는 충돌 사고를 겪고. 방금 양보 받고 자리에 앉았던 애 엄마만 죽습니다.

 매즈 미켈슨도 급귀국하여 침통해하고. 2번의 주인공은 자기 양보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 때문에 복잡한 심경이 되죠. 그러다 본 뉴스에서 마침 그 기차에 재판 중인 거대 조폭 집단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우두머리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하기로 한 남자와 그 변호사가 타고 있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본인 특기를 살려 이것저것 조사를 해보고는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사실을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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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정직한 포스터. 이것도 어디까지나 '비교적'이긴 합니다만.)



 - 사실 저 인트로만 봐도 이야기가 대략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처음부터 짐작이 되죠. 이 글에는 그걸 굳이 적지는 않겠습니다만.


 암튼 영화는 해직자와 친구 둘까지 해서 3인조 너드들이 과묵 폭력성향 살인 기계 매즈 미켈슨의 와이프 복수 전쟁에 협력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만. 중요한 건 여기에서 그 '복수 전쟁'과 그에 따른 액션은 그냥 덤이라는 거에요. 주인공이 매즈 미켈슨이니 영화 팔려면 액션을 넣어야해!! 수준이랄까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들의 내면과 관계에 대한 드라마입니다.


 인생의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 살면서 숱한 학대와 멸시를 받아온 사람들. 그리고 그 결과로 뭔가가 겹핍 되어 세상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 하고 살아가는 우울한 양반들이 어쩌다 한 데 모여서 함께 일을 하다가 개그도 하고 액션도 하고 소소하게 훈훈한 일도 하다가 결국 서로를 구원해주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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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고 웃기지만 동시에 아주 진지하게 우울한 중생들...)



 - 근데... 영화는 분명 위에 적은 저런 이야기가 맞습니다만. 이야기가 좀 독합니다. 개그도 독하고 캐릭터들도 세구요. 뭔가 적당히 80 정도로 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은 걸 100까지 밀어붙이는 그런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영화의 매즈 미켈슨은 도무지 인간다운 소통 같은 걸 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 폭력남으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그게 좀 실감이 납니다?

 너드 3인방은 물론 자기 딸에게도 맨날 호통과 위협으로 일관하고 그 호통이 안 먹힌다 싶으면 일단 패요. 네, 패버립니다. 그리고 그게 참 셉니다(...) 보통 이런 성격의 헐리웃 영화라면 주인공이 폭력을 휘둘러 봤자 코피 흘리거나 얼굴에 멍 좀 들고 끝날 텐데 이 영화에선 코뼈가 부러지고 도로에 내동댕이쳐 버려지고... 허허허. 그래서 보다보면 저게 주인공인지 빌런인지, 과연 고쳐 쓰는 게 가능은 한 인간인지, 그러려고 애를 써 볼 가치는 있는 인간인지 의심이 가죠.


 너드 3인방에나 후반에 추가되는 신입 멤버들에 대한 묘사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 사람들은 다행히도 매즈 미켈슨처럼 '빌런이냐?'랄 정도는 아닌데. 영화가 이 분들의 과거 상처나 아픔을 드러내는 방식들이 대체로 좀 강합니다. 아련하게 회상과 미소 이딴 거 없고 음... 암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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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긴 그대로 거칠고 삭막하고 위험한 매즈 미켈슨과 생긴 거랑 달리 사실은 다 진지한 너드 3인방)



 - 그래서 보다보면 뭔가 영화가 좀 당황스럽습니다. 액션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네? 했는데 이야기는 엄청나게 진지 우울 살벌하고. 근데 또 보다보면 장르는 코미디 맞고. 근데 저런 센 장면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매끄럽게 흘러간다기보단 쿵쿵거리며 자갈밭을 굴러가는 느낌이 드는데, 다행히도 그게 이야기나 캐릭터들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고. 결과적으로 헐리웃의 비슷한 성격 영화들과 차별화가 되면서... 더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말하자면 장르는 헐리웃에서 즐겨 쓰는 그 장르 맞고 공식도 같은데 헐리웃식 말랑말랑 필터링을 좀 걷어내니 이야기가 되게 진지하고 있어 보인달까...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제가 이 영화에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이었네요.



 - 근데 뭐 어쨌거나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다행히도 재밌습니다.

 배우들 연기가 참 좋아요. 그래서 너드 3인방도 매즈 미켈슨과 그 딸도 모두 보다보면 납득이 되고 공감이 되구요. 덕택에 진지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도 이야기 구성을 위한 핑계 정도가 아니라 진짜 영화의 주제로서 잘 살아 나구요.

 동시에 유머들도 꽤 잘 먹힙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만났음 절대 정 들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이 드는 거겠죠.

 그리고 액션은 뭐... 위에도 적었듯이 의무 방어전 수준입니다만. 그래도 매즈 미켈슨의 '프로인 척'하는 액션 장면들은 설정을 잘 해서 찍은 성의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폼이라든가, 전술이라든가, 순간적인 상황 판단 같은 걸 나름 있어 보이게 잘 연출했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를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해주는 그 '어쩔 수 없는 삶의 불합리함' 같은 주제도, 한 번 생각해볼만한 느낌으로 잘 구현해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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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기대하고 보시면 안 된다는 말씀.)



 - 그래서 결론은 재밌는 영화라는 겁니다.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외로 참 다크하고 우울한 이야깁니다) 그래도 다 보고 나서 찜찜함과 불쾌함이 남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웃길 때는 웃기고 슬플 때는 슬프고, 결정적으로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이야기에요. 제겐 이게 꽤 큰 칭찬이거든요. 사실 영화를 보면서 '쟤들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이걸 보면서는 나름 꽤 응원했네요. ㅋㅋ

 루저들 나와서 부둥부둥하는 헐리웃 영화들이 너무 달착지근해서 싫었다. 이런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역시 유럽 놈들이 독해요. <-




 + 예전에 (라스 폰 트리에 빼고) 덴마크 영화를 본 게 뭐가 있나... 싶지만 드라마는 몇 개 봤어요. 넷플릭스 덕분이죠. 

 정말 몇 개 안 되지만 그래도 그 작품들에서 접했던 덴마크라는 동네 분위기가 이 영화에서도 슬쩍 느껴지는 게 반갑고 좋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재밌게 봤던 '리타'의 센스가 이 영화랑 비슷한 면이 있었거든요. 우린 '적당히'를 모른다!!!



 ++ 초반에 주인공이 갑님들에게 브리핑을 할 때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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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하필 이 영화를 본 날 제가 친구 둘을 만났는데 그 둘의 차가 각각 아우디와 벤츠. 그리고 제 차가 현... ㅠㅜ

 이 얘길 해줬더니 열심히 모아서 테슬라를 사라더군요. ㅋㅋ 



 +++ 아. 이 영화의 거창한 제목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영화 속에 나오는 조폭 집단 이름입니다. 영화 보기 전엔 무슨 저스티스 리그 짭이라도 되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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