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아점 먹다가 우연히 켜둔 테레비에서 남자의 자격 실버 합창단 오디션을 봤어요. 첨엔 소리만 듣다가 그다지 곱지않은 노래에 뭐지? 했더니 옷을 단정히 차리신 할아버지,할머니가 노래를 해요. 어 근데 이거 예능 맞나요.. 갑자기 눙물이..ㅠㅠ

노래를 잘하고 좋아해서 평생을 합창하며 살아오신 80 할머니는 한때는 잘한다 소리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나이들어 못한다며 수줍지만 당차게 종달새를 부르셨어요. 푸른 창공을 가로지르며 종달새처럼 날아오르는 그 노래가 세월의 시달림에 고음에서 꺾어져도 너무나도 멋드러지게 들렸던 건 왜일까요? 순간 눙물이 후두둑-ㅠ 세월아 너는 무심히 가도 내 열정은 여기에 남아있다할머니의 노래는 가슴을 울렸어요.

사랑하는 집식구를 먼저 천국에 보내신 할아버지.. 천국에 간 식구와 남아있는 자식들에게 노래를 바친다고 선택하신 노래는 고향생각.. 근데 가사가..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없다.. 어휴 어르신 제 아침밥은 어쩌라구요. 엉엉ㅠ

늙는다는 건, 홀로 남겨진다는 건 뭔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년의 삶, 그리고 죽음.. 헛되지만 놓을 수 없고 붙잡고 싶지만 불가능한 이 삶에 노래 한 자락 풀어놓는 이 심심하고도 묵직한 광경에 그저 눙물이. ㅠ

노년의 삶에 대해 늘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거- 그러니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고 무심히 말하던 젊은 내가 이미 그 문에 들어선 어르신들에겐 얼마나 가당치않게 보였을까 작은 후회가 일어요. 누구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듯.. 노년의 삶과 모든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위안의 마음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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