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을 보니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남자들이 많다는 의견도 있던데...

제 생각에 그런 분들은 그냥 꼰데인 것 같습니다. 마초란 말도 적절하지 않은거 같고, 말 그대로 꼰데죠. 자기는 나름 만날 여자 다 만나봤고, 더 이상 여성에 대한 미련이 없으면 그런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공공연하게 여성들에게 적개심을 표현하는 남성들도 마음에 드는 여성분을 면전에 두고 있으면 그렇게 못해요.


자신도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말 그대로 열등감 폭발을 하는거죠.

제가 알기로는 이성관계가 원만한 남성들은 그런 식으로 여성 일반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혹시나 그 남성이 말 그대로 된장녀, 그러니까 남성에게 물질적으로 의존적인 여성을 만나더라도, 자신 입장에서는 허리가 휘어지는 한이 있어도 그런 유형의 여성이랑 계속 만나고 싶으니까 그런 여성에 대해 흉보거나 그러진 않죠.


제가 볼 때 여성 일반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부류의 심리 상태는 이런겁니다.

자기도 남들 하는 것처럼 여자도 만나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그래요. 근데 그게 안되는 겁니다. 일종의 문제 상황이 발생하는거죠.

자 그럼 그 문제 상황에는 원인이 있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나 살펴보는데 그런거 같지는 않아요. 자신이 생각할 때 자기는 외모나 성격이나 경제력이나 가치관으로 봤을 때 뭘로 보나 평균적인 대한민국의 남성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진단하는 겁니다. 나한테 문제가 없는데 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내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혹은 되어야 할 집단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는거죠. 그 타겟이 바로 남성에게 지나치게 물질적으로 의존하는 여성형입니다.

실제로 그런 여성을 봤냐하면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아마 못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여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전체 비율로 따졌을 때 다수를 차지할리가 없기 때문에, 분명 소수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여자만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한 인터넷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요. 설령 그 비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남성들에게 물질적으로 의존적인 여성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사라든지 카페 글이라든지 상담글 이라든지, 남성에 대한 애정은 없지만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행동을 하는 여성들의 사례를 웹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열에 하나, 혹은 백에 하나 나올 법한 사례가 모이고 그것이 자주 노출되다보면, 전체 여성 혹은 상당히 높은 비율의 여성이 그런 성향을 갖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자신의 문제 상황이 매우 명확하게 해명될 수 있죠. 오호라, 내가 마음에 드는 여성을 못만나는건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대한민국 여성들 일반에 문제가 있는 것이로구나.


하지만 제가 볼 때는 그래요. 자기도 연애를 하고 싶고 여성을 만나고 싶은데 남들 다하는 그걸 못하는 남성은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니 남들 다 하는걸 왜 자기만 못하냐고요.

그럴만한 능력이 부족하든지, 아니면 자신과 맞는 여성을 만나려는 노력이 부족하든지 한거죠. 남성이든 여성이든 혹은 동성을 좋아하든 충분히 노력하면 왠만하면 자신과 맞는 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안해놓고 자신이 연애 못하는걸 자신한테는 문제가 없으니, 가치관 자체에 문제가 있는 대한민국 여성들 일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거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여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가 이 비슷한 상황이라서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다들 연애를 못하고 살면 모르겠는데 남들 다하는거 나만 못하니까 배알이 꼴리는거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위와 같은 사고 과정을 전개시키지 못했어요. 지나치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나머지, 내가 하고 싶은 연애를 못하는게 내 탓이라는걸 뼈저리게 알아버린 거죠.

나도 여자 만나고 싶고 연애하고 싶은데, 나랑 그러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두번 안되다보면, 아 나랑 그 사람이랑 안맞나보다라고 생각을 할텐데 통계 수치가 쌓일 수록 나 자신한테 문제가 있다는게 명확해지는거죠.

혹시나 그 선수에 대한 팬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만 이승화 선수를 예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승화 선수가 개막 몇 경기 동안 안타가 없다면, 그 원인을 여러가지로 분석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안좋았다든지, 상대 투수의 구위가 좋았다든지, 상대방 배터리가 이승화 선수와 승부하기를 피했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스무타석 넘도록 안타가 없으면, 그리고 시즌 절반이 넘어가고 56타석에 들어섰는데 안타가 7개 밖에 안되면 그건 그냥 이승화 선수가 야구를 못하는 겁니다. 시행 횟수가 충분히 쌓이면 다른 설명이 필요가 없어요.

문제는 분명히 나 자신한테 있는 겁니다.



물론 오랜기간 연애 상대가 없는 남성분들 중에는 연애를 하는 것 자체에 별 흥미가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몇번 해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든지, 해보진 못했지만 연애에 대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든지 그런 분들도 많죠.

그런 분들한테는 문제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그런 분들은 여성에 대한 적개심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잘 드러내지 않을거 같습니다. 아쉬울게 없으니까요.

설령 그런 분들이 여성 일반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건 그 분들이 인터넷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이지 인터넷만 끊으면 그 분들도 제대로 사태파악을 할 수 있을거라 장담합니다.



자 그럼 이 글의 하일라이트인 자폭을 해보겠습니다.

나도 여자를 만나고 싶은데 그렇게 안되는게 나한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걸 알았다고 칩시다. 그럼 사태가 나아질까요?

올바른 사태 파악을 바탕으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든지 아니면 연애에 대한 미련을 버리든지 할 수 있을까요? 뭐 그런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제 입장에서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여전히 문제는 지속되며 해결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인터넷에서 찌질대는 족속은 어떨까요?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자신이 만나지 못하는 여성들 전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남성들이요.

제가 볼 때는 차라리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일단 나한테는 문제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으니 자기 자신은 떳떳한거죠.

세상은 잘못 돌아가지만 난 중심을 잡고 서 있습니다. 사태를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착각 속에 사는게 무조건 불행한건 아니에요. 자존심도 지키고 부조리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지조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쳐도, 이런 남성들이 연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는 쪽 보다는요.

이성에게 어필하는 가장 중요한 매력중 하나가 자신감입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마찬가지에요. 원빈 조인성 급이 되면 자신감이 없어도 연애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게 아닌 이상 이건 거의 연애에 있어서 필수 요소입니다.

사태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는 남성들은 최소한 자존심, 자신감은 유지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열심히 여성 일반을 공격했더라도, 정작 필요한 순간이 되면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어요.

기본은 한 겁니다. 마지노선은 지킨거죠.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학을 일삼는 남성들은? 외모가 연애에 있어서 예선이라고 하던데 이런 남성들은 대회에 참가할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여성들도 이성애자인 이상 연애는 최소한 남자랑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자랑 연애할 수는 없잖아요.



고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내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이 다른 그 누가 아닌 내 책임인 것을 깨닫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그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합니다.

차라리 여성 일반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한심하고 찌질한 족속들이 부러워질 지경이에요.



뭐 언제나처럼 결론은 이겁니다. 다른게 없어요. 반반무많이처럼 거의 인생의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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