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니까 원래는 공부해서 영상 좀 폼 나게 만들어 보자고 구독했던 어도비 플랜이 제 PC의 사양 문제로 뻘짓이 된 후로, 이걸 그냥 취소 해 말아? 하다가 '인디자인'이란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와서요. 그때부턴 그걸로 교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왜 학생들 졸업할 때 던져주던 책 있잖아요. 거기에서 어차피 아무도 안 읽을 이상한 논설이라든가, 교사들이 쓰는 쌩뚱맞은 학술적 글 같은 거 다 빼고. 걍 애들 글이랑 그림 + 심심풀이 앙케이트에다가 교사들의 졸업 축하 인사 정도... 만 넣어서 만들면 애들 보기도 낫고 만들기도 쉽지 않을까? 라는 아무 생각 없는 생각(?)으로 저질렀지요.


어차피 개인적으로 걍 '뭐 설마 이거 받아서 화내는 사람 있겠냐'는 맘으로 혼자 생각한 것이고 공식적인 학교 업무도 아니라서 동료들에겐 말도 안 하고 학생들 글, 그림 받은 거 빼곤 다 혼자 했습니다. 걍 파일 받고 의견 수렴하는 용도로만 반장들 단톡방 하나 만들었고 싫다는 애 억지로 시키는 일 안 생기도록 주의하면서 알음알음. (물론 치킨 피자 떡볶이 파티로 유혹하긴 했습니...) 그래서...


당연히 퀄은 구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겨 있는 내용물은 좋은데, 그걸 모아서 엮어야 하는 제가 일생에 미술을 잘 해 본 적이 없고 패션 센스도 꽝인 50 가까운 아저씨이니 뭐 보기 좋은 게 나오겠습니까.


그래도 어떻게 얼기설기 만들어서 pdf 출력한 후 일단 어제 거들어 준 반장 놈들, 그리고 졸업생들 담임 교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보내주니 다들 좋아는 하네요. 그럼 면전에서 싫은 티를 내겠니 그리고 그걸로 끝내려고 했는데.


그걸 제가 들여다보니 갑자기 이게 걸리고. 그래서 고치고 다시 저장. 다시 보니 이번엔 다른 게 또 눈에 띄고... 를 24시간 동안 반복하며 최종본, 최종의파이널, 최최종의라스트파이널, 최최최종의완결(이길), 완성본(제발)... 등등의 단계를 거쳐 방금 전에 드디어 레알진짜진실의완성본.pdf가 완성되었습니다.


분명 다시 들여다보면 또 어딘가 거슬리겠지만 그래서 그냥 그만 보려구요(...) 



2.

난생 처음 써 보는 이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 재밌네요.

그러니까 이게 '워드 프로세서가 아니라 출판 프로그램'이라는 게 뭔 소린지 처음엔 이해가 안 가고 말장난 같고 그랬는데요. 쓰다 보니까 그게 무슨 의민지 대충 알겠습니다. 그냥 못생겨도 괜찮으니 텍스트 정보를 대략 '보기 편하게' 정리해서 만들면 되는 문서다... 라고 하면 한글이나 워드 쓰는 게 백배 낫습니다만. 뭘 좀 예쁘게, 그리고 자유롭게 꾸며 보려고 하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좋더라구요. 그냥 텍스트를 많이 다루는 쪽으로 특화된 포토샵 or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을 때에 비해 조금씩 적응을 하다 보니 대략 감도 오고, 또 이건 이 나름대로 편의 기능들이 꽤 잘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해서 즐겁게 작업을 했구요. 뭔가 종이에다가 직접 손으로 그려가며 만들어내는 갬성 같은 게 있어서 좋았습니다. hwp 갖곤 그런 게 안 되잖아요. 최소한 되게 힘들구요. ㅋㅋㅋ 다만...


제가 디자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ㅋㅋㅋㅋㅋ 이번 한 번으로 족했고 아마 다시 이걸로 뭘 만들어 볼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방학 하면 이제 포토샵&라이트룸이나 각 잡고 기초부터 공부해봐야겠습니다. 책 만들 일이야 영원히 없겠지만 사진은 계속 찍을 테니까요.



3.

얼마 전에 있었던 학교 연말 행사에서 학생들이 '담임들에게 깜짝 이벤트로 떼창을 해주려고 하는 데 뭐가 좋겠냐'고 묻길래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결국 '언젠가는'을 추천해줬습니다. 졸업할 애들이니까 어울리겠다 싶었죠. 이미 탑골 작별 노래 대표곡인 '이젠 안녕' 같은 건 좀 식상하기도 하구요.


근데 애들 반응이 재밌더라구요.

일단 멜로디는 좋은데 리듬이 좀 구리다나요. ㅋㅋㅋ 

그런데 다들 가사는 정말 좋다며 그걸 고르더니만. 이벤트하면서 지들이 부르다가 지들이 단체로 울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공연 행사 같은 거 할 때 보면 애들이 의외로 20세기 노래들, 저걸 얘들이 왜 알아? 싶은 노래들을 많이들 고르는데요.

니들은 젊은이들 주제에 왜 맨날 그런 걸 부르니? 라고 물어봤더니 대답이 대략 이랬습니다.


 1) 멜로디가 예쁘고 좋다.

 2) 노랫말이 감동적인 게 많다.

 3) 여럿이 함께 부르기 좋다.


뭐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살아 남은 곡들이니 당연히 그 시절에 먹어줬던 곡들이고 또 완성도도 높은 곡들이니 그런 거긴 하겠습니다만.

전 여기서 2)번이 뭔가 끄덕끄덕스럽더라구요. 요즘 젊은이들 노래 가사들은 일단 그 괴상한 영어들부터 어떻게든 좀(...)



4.

최근 1주일 동안은 영상 & 교지 제작이 겹쳐서. 그리고 학교 일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정말 일만 하고 아무 것도 안 한 수준... 이었는데요.

그러다보니 평소에 다니던 게임 커뮤니티도 아예 안 들어가고 정치, 사회 뉴스도 안 보고 살았죠.

오늘 일 끝내고 여유가 생겨서 간만에 둘러 보니... 뭐 역시나 별 일이 다 있었군요. ㅋㅋ

참 대단들하시네... 하며 뒤늦게 소식들 따라잡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역시나 이런 거 하나도 모르고 살아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은 없네요. 그렇게 탑골이 된다



5.

아들은 이제 고학년이랍시고 부모의 스포일링 없이도 산타의 정체를 깨달은 상태거든요.

근데 아직 저학년인 딸래미는 여전히 산타를 믿고 있습니다.

오늘(아니 어제;)도 오늘 밤에 누워서 자는 척하고 기다렸다가 산타를 만나서 면담을 좀 해봐야겠다느니, 대체 산타는 내가 착한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냐느니... 이런 말을 하고 있었는데요.


웃기는 건 아들래미의 반응이었습니다.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더라구요.

저 놈이 왜 저러나... 해서 나중에 물어봤더니 동생이 사실을 깨닫지 않게 지켜줘야 한다나요. ㅋㅋㅋ

덩치도 동생이 더 크고, 말도 동생이 더 잘 하고 심지어 더 논리적이거든요. 힘으로든 말로든 싸우면 늘 오빠 패배... ㅠㅜ 그래서 어디 데려가면 다 딸이 누나이고 아들은 동생인 줄 아는 그런 남매인데. 그 와중에 그래도 본인이 오빠라고 동생 동심 챙겨주는 게 참 귀여웠습니다. 장하다 이 녀석!!!



6.

어쨌든 크리스마스이고.

올해가 1주일 남았네요.

'크리스마스 기분' 같은 건 느껴본 지 이미 한오백년... 이지만 그래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월요일이니 좋구요. ㅋㅋㅋ

이 시즌에 무조건 한 번은 들어줘야 하는 노래나 또 올려 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내일부턴 영화도 보고 다시 뻘글도 올려보고 하려구요!!

저 포함 게시판의 모든 분들이 2023년의 마지막 한 주를 즐겁게 보내시길 빌어 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제 버릇 못 주고 굳이 또 덤을 붙여 봅니다.



 나온지는 몇 년 됐지만 은근 롱런하며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곡이지요. 저도 학생들이 자꾸 부르고 다녀서 알게 됐는데요.

 근데 이렇게 제대로 들어 보니 되게 일본 노래스러우면서... 동시에 뭔가 떼창하기 좋은 것이 '그대에게' 생각도 나고 그렇네요.

 다만 지금의 제 취향엔 너무 달달해서 계속 듣게 되진 않습니다. ㅋㅋ 그냥 애들이 무반주로 떼창하는 게 더 듣기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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