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31분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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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포스터의 두 사람만 봐도 대략 어떤 성격의 이야기일지 짐작이 되지요.)



 - 뭔가 '겨울왕국' 오프닝스럽게 뮤지컬 느낌 나는 어부들의 합창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르는 노래 제목이 영화 제목이에요. 그러고는 아주 수상한 음악과 함께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자매의 모습이 보이죠. 엄마가 죽었고 장례식이 진행 중이에요. 그때 마을의 다른 곳에선 한 남자가 뭐라뭐라하며 도망가는 여자를 붙잡아 쓰러뜨리는 상황이 벌어지구요.

 잠시 후 주인공 자매의 딱한 사정이 밝혀져요. 엄마는 마을 아줌마들에겐 참 헌신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멋진 사람이었지만 부모 자격은 별로 없는 사람이었고. 말 잘 듣는 모범생 장녀는 엄마 곁에 남아서 계속 도왔지만 그 대가는 엄마의 빚 때문에 유산은 커녕 지금 사는 집까지 은행에 빼앗기게 된 상황이구요. 비교적 반항아였던 둘째는 집 떠나 살다가 엄마 건강이 안 좋아지자 돌아와서 1년 가까이 함께 지냈는데... 장례식장에서야 대학 등록금은 커녕 있는 집까지 날리게 됐다는 걸 알고 분개합니다.


 화가 나서 뛰쳐 나간 둘째는 마을 술집에서 퍼마시고 놀다가 수상할 정도로 현찰이 많은 남자랑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한 사고로 아무래도 그 남자가 살인범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찌저찌해서 몸싸움을 벌이다 그 남자를 죽여 버립니다. 이렇게 본인 사정이 급해지니 바로 돌아와 자고 있던 언니를 깨우는 동생. 둘은 경찰 신고를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시체를 처리하기로 하고 그렇게 하는데... 당연히도 실수를 하겠죠. 언니가 시체 해체(...)를 위해 들고 간 칼을 현장에서 잃어 버렸어요. 그리고 그 칼을 찾으러 간 동생은 칼 대신 쌩뚱맞게 거액의 현찰이 든 봉투를 줍고... 이후는 대략 짐작이 가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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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어색하고 인생이 시궁창이었으며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려는 그 찰나에 서 있던 자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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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메나! 돈다발이!!!! 라는 설정입니다. 익숙하죠. ㅋㅋ)



 - 본의 아니게 범죄를 저질러 버린 어리버리 평범 인간들. 굴러 들어온 돈봉투.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상황은 계속해서 꼬여가며 주인공들을 막다른 상황으로 몰아대고 사건과 관련 없어 보였던 주변 사람들이 하나 하나 이 일과 얽히면서 주인공들을 압박해들어가는 이야기... 인데 기본적으로 코미디입니다. 그러니까 '파고' 이후로 특히 유명해진 코엔 형제 스타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고 실제로 영화의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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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쌩뚱맞은 뱃사람들의 코러스가 코믹한 분위기를 잡아 주고요.)



 - 그 와중에 이 영화의 차별점이라면, 시작부터 끝까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일단 주인공들도 자매니까 다 여성이고. 짜잔~ 하고 등장해서 영화 내내 포스를 발산해주는 빌런 캐릭터도 여성이구요. 이 빌런과 대립각을 세우는 마을 원로 모임 비슷한 사람들도 다 동네 할매들입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불쌍한 캐릭터 하나도 여성. 남자들은 가끔 팀으로 등장해서 합창하는 어부들을 제외하곤 경찰 둘 밖에 없어요. 이들도 뭔가 열심히 하긴 하지만 스토리에 그렇게 큰 영향은 못 주고요.


 그리고 그냥 '주인공이 여자들'로 끝나지 않고 거기서 뭘 조금 더 합니다. 그러니까 이 바닷가 시골 마을이 알고 보면 강하고 억센 할매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착 시킨 곳이었다는 거. 그리고 주인공들의 엄마도 그 일원이었고 빌런은 물론이고 빌런과 대립하는 할매들도 뭐뭐... 그런 식입니다. 모계 사회... 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지만 암튼 괴상할 정도로 여성들만 많은 동네이고 그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를 끌고 가요.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 쯤엔 이게 주인공들보다 할매들의 이야기에 가깝도록 마무리가 되는데요. 뭐 꼭 여성들이 많아서! 가 아니라 이렇게 흘러가는 전개 자체가 독특하고 꽤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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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장례식에도 왔던 익숙한 동네 할매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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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평범한 동네 할매들이 아니었다! 라는 전개가 좀 재밌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이면서 특히 할매들의 이야기라는 게 포인트에요.)



 - 사실 그 외엔 뭘 더 이야기해야하나... 싶은 영화입니다만.

 배우들은 좋아요. 일단 언니 역할의 소피 로우가 좋습니다. 살짝 독특한 분위기에 불쌍하고 인생 갑갑한 캐릭터가 참 잘 어울리네... 싶었구요.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감춰뒀던 울분을 터뜨리며 동생을 압도하는 식으로 변해가는 모습도 잘 표현했어요.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건 사실 할매들의 영화이고. 그 중심엔 우리 성격파 배우 마고 마틴데일님이 계십니다. ㅋㅋㅋ 여기저기 인상적인 조연, 단역으로 자주 보이시는 분인데, '성격파 배우 마고 마틴데일'이라는 보 잭 홀스맨이 붙여준 별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아서 열연을 해주세요. 아마 이 캐릭터와 이 배우님이 없었다면 영화가 좀 심심하거나 평범해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멋지게 잘 하셨습니다. 이런 좀 흔한 스타일의 스릴러들 중에선 당연히 상위권에 올려주고도 남을만한 열연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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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파 배우 마고 마틴데일!!! 님의 활약을 볼 수 있습니다. '보 잭 홀스맨'은 옳았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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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남자 배우들은 뭐. 이야기 특성상 별로 특기할만한 인상을 남기는 일이 없습니다. 배우들 탓이 아니고 원래 그런 이야기라서.)



 - 그래서 뭐 결론은...

 제목에 적었듯이 '파고' 류의 영화들, 다른 말로 '코엔 형제 스타일' 영화들 좋아하는 분들이면 보세요. 비슷한 듯 다르면서 완성도도 준수하니까요.

 무덤덤하면서 간혹 피식... 하게 웃기는 류의 범죄 스릴러 좋아하면 보실만 할 거고.

 호호 백발 할매들이 중심 인물들로 활약하는 범죄물이 흔하진 않잖아요? ㅋㅋ 이런 컨셉이 땡기시면 또 보실만 하겠습니다.

 막 특별히 대단할 부분은 없어요. 하지만 목적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잘 살려내며 만들어진 수작이고 저는 즐겁게 봤습니다.

 끝이에요.



 + 아마 이걸 본지 최소 1년은 넘었을 겁니다. 이것저것 몰아보다가 뻘글 쓰는 걸 깜빡하고 세월이 흘렀는데. 올해 듀나님께서 리뷰 올린 걸 보고서야 아차. 내가 이걸 보고도 아무 말 안 적었네... 라고 깨닫고 뒤늦게 적었어요. 당연히 다시 봤구요. 본의 아니게 두 번 본 영화가 되었군요. ㅋㅋㅋ



 ++ 동명의 주제가가 은근 중독성이 있는데요.



 뭔 노랜가... 하고 검색해보니 19세기부터 기록되어 전해지는 미국 뱃사람들 구전 가요 겸 노동요인가 보네요.

 대충 아무 말이나 하다가 헤이~ 헤이~ 블로우~ 더 맨 다운~ 하는 후렴구로 수렴되는 노래이고. 특별히 정해진 가사 없이 그냥 그렇게 부르는 노래라고 해요. 그래서 유튜브에 검색해 봐도 되게 다양한 버전들이 나오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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