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영화의 국적은 프랑스라고 하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48분이고 장르는 강간복수극(...)입니다. 스포일러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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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제목. 정직한 포스터. 정직한 영화.)



 - 사막 한복판에 쌩뚱맞게 놓여진 럭셔리한 별장에 헬리콥터가 착륙합니다. 내리는 건 롤리롤리롤리팝스럽게 막대 사탕을 빨고 있는 어여쁘고 조금은 앳된 섹시 미녀. 별장 주인은 유부남이고 얘는 애인인 거죠. 헬기 조종사 아저씨는 여자분 몰래 별장 아저씨에게 선물이라면서 효과 끝내준다는 마약을 건네요.

 그냥 평범하게 에로틱한 하룻밤이 지난 후, 별장엔 갑자기 총을 든 칙칙한 아저씨 둘이 나타납니다. 깜짝 놀랐지만 주인 친구들이라는군요. 함께 휴가를 맞춰 사냥 놀이를 하기로 했는데 날짜에 착오가 생겨서 집주인 예상보다 하루 먼저 왔대요. 그래서 넷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과정에서 여자에게 꽂힌 칙칙 아저씨 하나는 다음 날 아침, 집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성폭행을 저지릅니다.

 뒤늦게 돌아와 상황을 파악한 집주인은 자기 애인보단 친구편을 들어 버리고, 어이가 없음에 깊이 빡친 여자에게서 '니 마누라한테 다 일러 버린다!!'라는 말을 듣고선 '아무도 날 위협할 순 없어!!!' 라며 여자를 절벽에서 밀어 버려요. 그리고 여자는 절벽 추락 +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복부 관통 크리로 즉사...


 해야 당연한 상황입니다만. 살아납니다!!! 그리고 도망쳐요!!! 뒤늦게 자리에 있어야 할 시신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남자 셋은 여자 사냥에 나서고. 여자는 여자대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제목 값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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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리롤리~ 당차고 섹시하게 등장하지만)



 - 나름 역사가 깊은 하위 장르에 속하는 영화인 것인데요. 그 장르명이 좀 난감하죠. 강간복수극이라고... 음...;

 그러니까 명칭 그대로 주인공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고. 영화 초반에 불한당들에게 (보통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 당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탈출하는 거죠. 그러고는 그 남자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살벌한 복수를 실행한다... 이런 식인데. 내용만 놓고 봐선 나쁜 남자들을 여자가 벌한다! 는 식이지만 사실 초반에 주인공이 당하는 성폭행 및 폭력 장면 또한 이런 영화의 흥행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대체로 아주 모순적인 장르 되겠습니다. 특히나 여성 관객들 입장에선 편히 즐기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 불량식품스런 장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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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닝타임 30분 뒤. ㅋㅋ 영화 끝날 때까지 피자국과 상처는 늘어만 갑니다.)



 - 근데 이 영화는 좀 특이합니다. 내러티브상 100% 확실한 그 장르 영화 맞는데요. 네... 좀 특이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감독님 정보를 찾아봤더니 바로 이해가 되더군요. 여성 감독이에요. 그러니까 여성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강간복수극인 거죠.

 그래서 뭐가 특이하고 뭐가 다르냐면요.


 일단 주인공이 성적으로 아주 개방적인 캐릭터로 그려져요. 상대가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찾아와 즐기고, 심지어 갑자기 마주친 그 친구들과 노는 자리에서도 그 낯선 남자들을 유혹하듯 일으켜세워 부비부비(...)를 시전하고 그러거든요. 이 게 의미가 있는 것이, 보통 이 장르 영화의 주인공들은 아주 순수하고 착하며 성적으로 소극적인 캐릭터로 그려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지켜줄 가치가 있는 정조'를 가진 캐릭터가 온갖 험한 일을 당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는 게 이 장르의 공식인데 그걸 비틀어버린 거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신문 사회면의 성범죄 관련 기사로 실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쉽게 '피해자도 자초한 면이 있네!'라고 이야기할 법한 그런 캐릭터에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성립됩니다. '성적으로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성이라고 해서 성폭력이 정당화 되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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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빌런겸 누드 액션으로 볼거리 역할을 담당하신 남자친구님...)



 그리고 처음에 벌어지는 성폭력 장면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느낄 '불건전한 쾌락'을 최소화 하겠다는 거죠. 반면에 주인공 남자 친구는 시작부터 고추를 덜렁거리며(드립이 아닙니다. 정말 나와요. 덜렁ㄷ... ㅋㅋㅋㅋ) 올누드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식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벗겨버립니다. 하하하. 이 양반은 심지어 클라이맥스에도 벗고 날뛰는데, 몸매가 참 보기 좋습니다? ㅋㅋ 역시 이 장르에서 여성들에게 주던 역할을 반전시킨 거겠구요.


 에 또... 보통 이 장르의 전통대로 남자들은 정말 천하에 둘도 없이 혐오감이 드는 악당들입니다만. 그 '혐오감'을 조성하는 방향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뭐냐면 이 악당들의 '남성성'을 강조해서 보여주면서 그걸 계속해서 놀리고 비틀고 조롱을 해요. 그래서 자꾸만 고추가 나오고(...), 길에 서서 오줌 싸는 장면이 나오고 또 나오고요. ㅋㅋ 주인공에게 세상 둘도 없는 위험한 터프가이 행세를 하며 성폭력을 저지른 놈은 잠시 후에 자기보다 윗 서열인 주인공 남자 친구 앞에서 철저하게 쫄아서 찌질거리죠. 그리고 당연히 이 셋에게는 카리스마나 공포스런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다 그냥 찌질이들인데 성별을 남자로 타고 나서 주인공보다 센 것일 뿐이라는 걸 영화 내내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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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여자 앞에선 이렇게 치명적인 척, 위험한 짐승인 척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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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센 놈 앞에선 양순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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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엔 이렇게... ㅋㅋㅋㅋ)



 - 근데 사실 이런 식의 비틀기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식 정의롭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오래된 장르들의 차별적 요소를 비틀어보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아주 많았죠. 일단은 제가 예전에 정말 재미 없게 본 '매그니피센트7' 같은 경우가 떠오르구요.


 관건은 장르를 제대로 비틀기 위해선 일단 그 장르를 잘 알고 제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 영화는 그 점에서 특히 훌륭해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것저것 비틀고 변형한 건 있어도 이 영화는 그냥 훌륭한 강간복수극입니다. 굳이 노출씬 많이 넣지 않아도 주인공이 처음에 겪는 고통은 충분히 전달이 되구요, 굳이 주인공을 무적의 슈퍼 히어로로 만들지 않아도 복수는 충분히 통쾌하구요. 

 

 결정적으로... 그 와중에 이 장르를 살짝 존중하는 느낌까지 주더라구요. 장르 특징들을 의외의 것들까지 하나하나 제대로 살려냅니다. 예를들어 신체 손상이요. 보통 이 장르 영화들은 싸구려 B급 무비들이게 마련이고 그래서 '복수의 쾌감'을 악당들이 당하는 다채롭고도 강렬한 신체 손상 장면들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싸움만 벌어졌다 하면 순식간에 화면이 다 피범벅이 되고. 뭐 내장 흘러 나오고 뱃속 들여다보이고 살점 튀고 난리가 나요. ㅋㅋ

 그리고 또, 연약한 젊은 여성이 흉악하고 거친 남자 여럿을 잡아 해체해야 하는 장르이다 보니 이 장르 영화들은 대체로 각본상에 비약도 많고 말도 안 되는 부분도 많아서 보다 보면 좀 바보 같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것까지 대략 살아 있습니다. (쿨럭;) 일단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이 죽지 않고 살아나는 순간에 개연성이니 사실성이니 이런 건 다 안드로메다 도착한 상황이구요. 잠시 후에 등장하는 셀프 치료 장면까지 가면 정말... ㅋㅋㅋㅋㅋㅋ 이 영화에서 두 번째로 보기 힘든 장면인 동시에 가장 어처구니 없게 웃기는 장면이었네요. 


 그리고 중간중간 뭔가 상징적인 장면들이 짧지 않게 들어가요. 지나가는 거미를 굳이 집요하게 오줌빨(...)로 괴롭히는 남자들이라든가, 쏟아지는 피에 풍덩 빠져 떠내려가는 개미라든가, 여자가 한 입 먹고 던져둔 사과가 서서히 상하고 거기 벌레가 꼬이는 장면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강렬한 색감과 클로즈업으로 길게 잡아서 보여주는데, 이건 뭔가 60~70년대 자주 나왔던 '이 영화는 싸구려 장르물이지만 이걸 만드는 나는 예술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라는 느낌의 B급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같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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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뭣보다 배우님이 꽤 간지나십니다. 보다보면 이 분이 라라 크로프트를 맡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 또 그 와중에 놀랍게도 액션이 괜찮아요.

 해치워야할 상대가 셋 밖에 없으니 그렇게 막 배부른 느낌까진 아닙니다만. 대신 싸움 하나 하나에 모두 설정과 아이디어들이 있고 그 안에서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어차피 저예산이니 스펙터클한 구경거린 없지만 뭐 애초에 그런 게 나올 수 있는 스토리도 아니구요, 대신 싸움의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게 괜찮아요. 싸움 하나 안에서도 계속해서 상황이 바뀌고, 그래서 공수가 바뀌고 주도권이 오락가락하고... 이런 식으로 치열하게 치고 받는데 그게 상당히 재밌게 잘 되어 있습니다.



 - 뭐 대충 정리하자면요.

 오랜 세월 여성을, 그리고 여성의 육체를 불건전한 구경거리로 만들어 팔아왔던 장르를 제대로 비틀어서 만들어낸 수작입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장르 본연의 재미는 충분히 살려냈고 심지어 액션의 퀄리티도 (저예산이란 건 감안하고!!) 좋아요.

 물론 개연성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막가파류의 영화를 싫어하는 분, 그리고 피칠갑 고어물 못 견디시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겠지만요.

 하지만 그 외의 분들에겐 좀 소심하게 한 번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영화였네요. 자신있게는 추천 못 하는 이유는 애초에 영화가 B급 정서, 취향, 스피릿 만땅이라... ㅋㅋㅋㅋ

 암튼 그러합니다. 전 엄청 재밌게 봤네요.

 



 + 옛날에 듀게에서 관련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겼지만 당시엔 볼 길이 없어서 포기했던 영화인데, 며칠 전 timeinabottle님께서 추천을 해주셔서 찾아보니 vod로 출시가 되어 있더라구요. 덕택에 몇 년을 잊고 있었던 영화를 찾아서 재밌게 잘 봤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이런 짱 재밌는 영화를 만든 감독의 영화는 또 뭐가 있을까!! 하고 검색해봤는데... 이것 뿐이네요. orz

 이게 장편 영화로는 데뷔작이고, 이후로 아직까진 작품이 없습니다. 음... 왜죠.



 +++ 짤 검색하다 발견한 홍콩 버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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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첫인상은 웃기지만, 사실 영화와 꽤 잘 어울립니다. ㅋㅋ 보다보면 일부러 옛날 영화들 조악한 특수 효과를 재현(?)한 장면들도 종종 나오고 그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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