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그래?

2021.08.07 13:15

어디로갈까 조회 수:574

고래 Whale를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열살 무렵 부모님 따라서 태평양 근처로 여행갔다가 봤는데 첫인상이 non-human person이었어요. 물론 돌고래였습니다. 그런데도 고래 한 마리의 음량으로 태평양이 하나의 콘서트홀이 될 수 있구나라고 강렬하게 느꼈고요.

남극 빙붕해에서 <일리아드> <오딧세이> 급의 장대한 서사시를 노래하면, 베링해에서 들을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상하이에서도 당연히 들을 수 있다고 하죠. 고래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이론상 인도양, 대서양에서도 가청할 수 있다더군요.
그 ‘대상 없는 진동체’의 체험을 우리는 무엇이든 '태평양’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태평양’은 광통신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청각적 체감적 진동의 체험이자 체험을 사랑하는 체험인 것이니까요.

깊은 바다 8km에서 울려퍼지는 20hz의 초저음은 바닷물이라는 미디엄에 녹지 않고 전지구의 대양에 4분만에 전달시키는 힘 그것이 고래입니다. 칼 세이건이 그런 말을 했었죠. 고래의 노래로 통합되는 태평양은 이미 “사운드로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망으로서 먼저 와 있는 포스트휴먼이다."라고. (정확한 기억은 아님.)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무엇의 영향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랬을 때만 나는 ‘생각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고, ‘생각’의 새로운 생산을 추구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이 생각을 해보는 건 오늘 누군가로부터 ' 너는 고래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제게 아무 영향 미치지는 못하는 표현이었으나 '개인의 고유 이미지는 보호해줘야지 뭐 저런 표현을 하지?' 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_-

고래는 매우 큽니다. 그 고래 한 마리의 음량에 의해 감지되는 ‘태평양’ 역시 진동이 큽니다. 그런데  고래 = 태평양이라는 도식은 어떤 발상으로는 작은 ‘새우’에 의해 뒤집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새우의 뿔과 뿔 사이에 “태평양이 있다”라는 화엄적인 발상이 동양에는 당연하게 있었습니다. “겨자씨 안에 우주가 담긴다”는 이야기의 태평양 버전입니다. 여기서 ‘새우’는 무엇일까요? 어느 철학자에 의하면 고래의 노랫소리 못지 않게 바닷속에서 만만치 않은 사운드를 내는 것이 새우의 타악기 소리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딱총새우’라는 종으로서 120 데시벨에 달하는 놀라운 음향가입니다.

제가 어릴 때 읽었던 글인데,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고래에게 삼켜져 고래 뱃속으로 들어 갔다고 해요.  들어가 보니 그 곳에서는 이미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더군요. 또, 곁에서는 옹기장수가 옹기지게를 버텨 놓고 도박 구경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나 뭐라던가.  - - 그런데 도박을 하던 사람이 잘못 옹기짐을 쳐 박살이 나자, 옹기 파편에 찔린 고래가 날뛰다가 죽고 말았다고 해요. 이로서  고래 뱃속에 있던 사람들은 옹기 파편으로 고래의 배를 째고 탈출했다고 합니다.

기운이 없으니 나아가고자 하는 의욕이 안드는군요.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잔꾀만 내는 정치인들에게 화는 나는 것보니 절규할 힘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단지 정신이 다 했을 뿐. 공회전의 언어들, 공회전의 그 무엇들, 덩달아 공회전하면서 시대를 알지 못하는 눈 먼 사람들이 현재 정치판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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