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함께읽는책에서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보통의 독자>를 샀는데 번역이 참 턱턱 걸립니다.

비록 원문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옛날에 솔출판사에서 나왔던 책과 비교해서 말이죠.

지금은 절판됐지만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온 적이 있었죠. 

마침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이라는 챕터를 복사해놓은 게 있어서 비교하자면 이렇습니다.

 

보통의 독자 번역

[결국 우리는 샬럿 브론테의 천재성, 격정, 분개 사이로 젖어든다.

주목할 만한 얼굴, 튼튼한 몸매와 뼈마디가 굵은 모습 등도 우리 앞으로 지나가지만, ]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번역

[마침내 우리는 샤로트 브론테의 분노와 격렬함과 천재성에 완전히 흠뻑 스며들게 된다.

놀라운 얼굴들과 강한 윤곽과 비뚤어진 외모의 인물들이 명멸하며 우리를 스쳐간다.] 

 

원문을 알 수는 없습니다만 샬롯 브론테의 인물들을 생각하면 '튼튼한 몸매와 뼈마디가 굵은 모습'보다

'강한 윤곽과 삐뚤어진 외모'가 적절하지 않나요?

 

보통의 독자 번역

[제인 에어의 문제는 멀리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번역

[제인 에어의 단점은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전후문맥상 후자가 옳아요.

 

보통의 독자 번역

[그녀의 페이지를 밝게 비추는 것은 심장의 불꽃에서 나오는 붉은색의 깜박이는 빛이다.]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번역

[그녀의 페이지를 밝히는 것은 가슴의 불에서 나오는 그 붉고 발작적인 광채이다.]

 

후자가 훨씬 와닿는 것은 취향 탓일까요...

 

보통의 독자 번역

[그 문장은 마무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렇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우리에게

그녀 자신이 그렇게 말할 것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번역

[그리고 문장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그런 식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녀 안에서 그렇게 말하게끔 한 그것을 우리가 느끼도록 그녀가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전자의 번역은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밖에도 문장구조가 비비꼬여 있다든지 전혀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한 부분들이 보이네요.

제가 예전에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아했던 에세이라 이런 식으로 번역돼 나오니 너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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