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이구요. 장르는 호러겠구요. 런닝타임은 두 시간 마이너스 오분입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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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눈을 뜨지 마라'는 뭔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에 저런 내용 없는데?)



 - 나름 디자인에 꽤 신경을 썼으나 왠지 그냥 게임 컷씬 같은 느낌이 드는 애니메이션으로 세계관 설정을 풀며 시작합니다. 근데... 나중에 설명이 또 추가가 되거든요. 걍 둘을 합쳐서 결론만 설명해버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붉은 눈'이란 게 붉은 달이 뜨는 어느 날 지상에 나타나서 자신의 짝인 '검은 눈'을 찾아간다는 겁니다. 이 때 이 붉은 눈은 무슨 케빈 베이컨의 6단계마냥 사람 몸을 하나 집어 삼킨 후 다른 사람으로, 다른 사람으로 징검다리 짬푸!를 하며 찾아가구요. 마지막 몸까지 점프에 성공하면 인간 세상은 망합니다. 뭔가 좀 애들 놀이 규칙 같죠. ㅋㅋ 암튼 하루에 점프 한 번이 규칙인 모양이에요. 그래서 제목이 저렇구요.


 그리고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승려 집단이 있는데... 집단이라 말하기도 뭐하네요. 걍 단 한 명이 그걸 알고 있고, 언젠가 그게 나타날 때를 대비해 늘 후학 한 명을 키우며 대를 잇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붉은 눈이 나타나고, 그걸 눈치챈 사부 승려는... 어라. 늙어 죽네요. 근데 죽기 전에 자기가 데리고 있던 동자승에게 '내가 죽걸랑 요기 주소로 가서 이 놈 만나봐'라고 말을 해뒀어요. 그래서 동자승은 갸를 찾아가겠고, 그게 이성민이고, 절을 떠나 이미 일반인으로 살아간지 오래였던 성민씨는 영화 주인공으로서의 숙명에 굴복하고 '붉은 눈'을 막기 위해 손도끼를 들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납니다. 근데 그걸 어떻게 막냐구요? 간단합니다. 방금 작고하신 스님께서 그 '징검다리' 중 마지막 직전 단계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어요. 그 분이 보내준 자료를 보고 그 사람을 찾아가서 죽여버리면 됩니다. 물론 무고한 살생이고 하필 그걸 수행하는 게 또 스님이라는 딜레마가 있지만 뭐 세상을 구하겠다는데 그 까이 거 대충 이해 좀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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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퇴마 도끼 액션!! 같은 거 안 나옵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 사실 전 영화 소감을 쓸 때 부정적인 얘길 쓰는 걸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입니다. 왜냐면 제가 평소에 적는 글들이 대부분 정상인의 범주를 살짝 벗어날 정도로 호평 일색이기 때문에, 어쩌다가 '이건 참 별로에요' 라고 글을 적으면 읽으시는 분들이 '이 인간이 재미 없다고 그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쓰레기길래!!!!' 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아서... ㅋㅋㅋㅋ


 무슨 얘길 하려는지 아시겠죠. 네. 구렸습니다. 내 두 시간 돌려내!!! 모드로 자판을 거칠게 두드리고 있어요.



 - 그러니까 좀 '오멘'의 불교 버전 같은 이야기인 거죠. 세계 종말이 다가왔고, 그걸 알아내고 막으려는 자들이 존재하는데 그걸 막으려면 악마도 무찔러야 하지만 그 전에 사바 세상의 법과도 싸워야 하니 힘들죠. 그리고 이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지상에 온 그 거대한 존재는 이상할 정도로 하찮으면서 애들 놀이 규칙 같은 단계를 지켜야 한다는 핸디를 안고 있구요. 결국 그 거대한 존재는 걍 소박한 아무 호러나 봐도 나오는 흔한 동네 유령들보다 딱히 대단해 보이지 않는 소박한 힘을 뽐내면서 으시대다가 마지막엔... 뭐 그런 것인데요.


 이걸 불교랑 결합시켜서, 구체적으로는 또 거기에다 무속 신앙까지 결합시켜서 뭔가 한국적인 삘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을 수도 있겠구요. 또 그러기 위해서 룰도 만들고 캐릭터들도 만들고 배경 스토리를 통해 비극적 드라마도 만들고 여러모로 열심히 애를 썼습니다만. 뭐 그래도 별로였어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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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만사 모두 결국엔 비주얼의 문제로다...)



 - 솔직히 '그냥 영화를 잘못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1. 영화가 산만해요. 너무 설명이 많은 가운데 캐릭터도 많고, 편집도 이야기를 여기저기로 막 분산 시켜서 산만합니다. 도입부가 특히 그렇구요.

 예를 들어 이성민의 등장을 생각해보면요, 이 분은 그냥 우리 동자승씨가 사부를 잃고 하산해서 찾아가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면 되거든요. 근데 뭐 단독 주인공 예우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쓸 데 없이 그보다 한참 전에, 맥락 없이 공사장에서 일 하다 밥 먹는 모습으로 툭하고 등장합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이 걍 넘어갔다가 한참 뒤에 다시 나오는 거죠. 이때 이성민의 등장 전과 후가 전혀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서 그냥 보는 사람 머리만 혼란스러워지구요. 

 또 영화 내용을 보면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빨빨거리며 이 지역, 저 지역을 넘나드는데 그게 참 별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장소를 바꿔도 풍경은 다 비슷비슷한 오래된 골목길 아니면 버스 터미널의 반복이고 내용상으로도 굳이 지역을 옮겨다니게 할 이유가 없어요. 뭐하러 대전, 대구, 수원, 창원에 광주까지 넘나드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스케일 커 보이려고?

 그리고 몇몇 등장 인물들은 좀 쳐내든가, 둘을 하나로 합쳐 버리든가 하는 식으로 해서 정리를 해주는 게 나았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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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분들, 정확히는 왼쪽의 두 분 말이죠. 쓸 데 없이 너무 분량을 잡아 먹습니다.)



 2. 이야기의 전개도 좀 괴상합니다. 제목이 '제 8일의 밤'이고 우리의 붉은 눈은 대략 하루에 한 명씩 점프를 하거든요. 그리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분위기 빡 잡는 자막으로 날짜 경과 알림까지 해 주죠. 그럼 그 여덟 번의 점프 과정을 보여주면서 주인공 무리가 그걸 막기 위해 여러번 붉은 눈과 부딪히는 전개가 되어야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근데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중 마지막 징검다리 말곤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가 되기 전까진 둘이 만날 기미도 안 보입니다. 뭐 그 자체는 이야기 설정상 논리적이라고 해 줄 수도 있다 치겠는데 문제는


 1) 이렇다 보니 붉은 눈의 점프 과정을 막을 사람이 없죠. 쾌속 진격!! 그래서 그 많은 징검다리들이 다 대충 하찮게 처리됩니다. 심지어 그 중 상당수는 아예 생략. 결국 '호러'가 매우 부족해지구요.

 2) 그렇게 싱겁게 붉은 눈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주인공들이 하는 일이라곤 둘이서 꽁냥거리며 마지막 징검다리 찾아다니는 일 뿐이고 그렇게 한 시간 5분여를 까먹습니다. 그러니 주인공들이 런닝 타임 절반 넘도록 하는 일이 없어요.

 3) 결국 50분 정도 남은 런닝 타임 동안 마지막 징검다리를 놓고 주인공과 악마가 다투게 되는데, 이 또한 웃기는 것이 실제로 양측이 다투는 시간은 그 중 절반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만나서 한 5분 정도 싸우다 찢어진 후 끝나기 20분쯤 전까지 걍 각자 돌아다니며 각자 할 일 해요. 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싱겁습니다. 많이 싱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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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에서 제법 그럴싸해 보였던 이 분. 실제로 봐도 그럴싸했지만 이 분 말곤 그럴싸한 게 없고 그럴싸하지 않은 것도 별로 없다는 거.)



 3. 그리고 또 뭐냐... 제게 결정적이었던 건 캐릭터들의 무매력이었습니다. 처음에 등장 인물들 설정이 좌라락 펼쳐지고 나면 딱 드는 생각이 '아 이성민은 이런 캐릭터, 동자승은 그런 캐릭터, 김유정은 조런 캐릭터로 나오면 참 뻔하게 재미 없겠다' 인데 영화 내용이 거기에서 한 치도 안 벗어나요(...) 특히 김유정의 캐릭터는 상태가 아주 심각한데요. 오죽하면 보면서 '저런 역할이면 출연료도 좀 할인해주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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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낭비의 표본 같은 캐릭터였네요. 참 예쁘죠. 근데 걍 시종일관 저 표정으로 멍하니 걸어다니기만 합니다.)



 -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이성민은 열심히 연기 합니다. 김유정과 남다름은 예쁘고 귀여워요. 그 외의 조연들도 자기 할 일 열심히 합니다. 애초에 캐릭터가 재미 없을 뿐.


 그리고... 그냥 그만 찾을래요. 더 못 찾겠거든요. ㅋㅋㅋ



 - 정리하겠습니다.

 시도는 좋고 아이디어도 그 자체론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그걸 이야기로 풀어낸 결과물이 나쁘고 연출도 대략 조치 안씁니다.

 결정적으로 호러 주제에 정말 1도 무섭지 않아요. 음. 좀 심했나요. 위에 짤로 올린 그 여고생은 좀 괜찮았네요. 그러니 1은 무서웠던 걸로.

 오멘류의 이야기를 불교에다가 무속신앙까지 투입해서 한국적으로 풀어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신선함을 마구 느낀다면 좋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뭐 그런 건 됐고 일단 재밌어다오... 라는 주의라 영 별로였어요.

 결론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뭐 그래도 궁금했던 분들은 그냥 한 번 보세요. 같이 죽자는 건 아닙니다. ㅋㅋㅋ 영화 보고 나서 찾아보니 Djuna님도 나름 호평이시고, 긍정적으로 본 분들이 적지 않더라구요. 물론 다수는 거품 물고 욕 하고 있...




 + 수원!이 언급되고 구체적 주소까지 튀어나오는데 그게 또 제가 아는 동네라 신났습니다만. 아니 뭐... 정말 짧더군요 수원 분량은. ㅠㅜ



 ++ 이성민의 선배 스님께선 뭐하고 있었던 걸까요. '저 사람이 마지막 징검다리다!'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냥 본인이 미리 처단을 하든가... 뭐 붉은 눈이 나타나기 전에 그러면 대타로 교체된다든가 하는 설정도 가능했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설명은 없었거든요. 영화 속 규칙을 게임처럼 만들어 놓으면 이런 게 문제입니다. ㅋㅋ 



 +++ 동자승이 국밥 속의 고기를 보고 멈칫하자 이성민이 고기만 건져가고 그랬더니 동자승이 그냥 신나게 먹습니다. 롯데리아 버거를 먹다가도 이성민이 패티를 빼주니 역시 신나게 먹어요. 갑자기 헷갈리더라구요. 요즘 채식주의자라면 고기가 담겼던 국물도 거부할 텐데요. 스님들 룰로는 직접 고기를 씹어 먹지 않으면 괜찮은 건가 보죠. 하긴 뭐 고기로 육수 낸 냉면도 드시는 듯 하니.



 ++++ 도대체 대한민국엔 '포시즌'이라는 이름의 숙박 업소가 몇 개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호텔, 모텔에 여관까지 다 하면 헤아리기가 불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까. 거의 지역마다 하나씩은 다 있는 듯.



 +++++ 이건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이해할 소린데요, 저 동자승 엄마는 도대체 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영화에선 대충 당연한 듯이 넘어갑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황당합니다. 아니 왜 자기 자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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