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한번은 교회에 갔더니,  그 날 일정에 어느 탈북자 한 분의 강연이 있었어요. 강단에 올라온 그 사람은 40대 정도의 약간 마른 아주머니였는데, 자신의 아들과 함께 중국, 태국 등을 거쳐 해외 이곳저곳을 목숨을 걸고 전전하며 겨우겨우 탈북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럭저럭 남한 땅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분이 당시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가 있었는데 안타까워서 아직도 잊지를 못하고 있어요. 시골의 어떤 여성이 아직 어린 자기 딸만은 어떻게든 살게 해주고 싶어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광장에 딸을 데려가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딸을 살 사람을 찾았대요. 결국 나중에 딸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에게서 받은 돈으로 먹을 것을 이것저것 사서 딸에게 들려주면서 '엄마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라고 말한 뒤 딸을 그 사람과 함께 보냈답니다. 딸이 탄 기차가 멀리 떠나자 그녀는 그 다음 기차가 들어오던 순간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했대요.

 

 

 또 하루는 제 어머니가 어디 봉사활동을 가셨다가 탈북자의 체험담을 듣고선 제게 들려주셨는데, 북한 시골에서 예전에 식인 사건이 있었대요. 한 남자가 자기 옆 동네에 살던 중년의 여성을 잡아먹은 사건이었는데 한동안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꽤나 떠들썩했던 일이었다는군요. 피해자 여성은 남편이 밀수입 비슷한 일을 해서 비교적 풍족하게 사는 편이었고, 그래서 유독 주위 사람들에 비해 뚱뚱한 편이었답니다. 다들 못 먹고 굶주려서 바짝 말라있는데 그녀는 푸짐하니 아무래도 고기(?)가 많아 보였나보죠. 범인이 그녀를 잡아서 죽인 뒤 구워 먹고 이웃들에게도 나눠줬는데 이웃 사람들이야 당연히 반가워서 덥썩 집어먹었겠죠, 쌀도 없어서 굶고 있는데 웬 고기가 생겼으니.

 

 헌데 그 중에서도 이를 유독 수상하게 여긴 몇몇 이웃들이 이를 공안 당국에 신고했고, 나중에 조사하고 보니 그게 사람 고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혔답니다. 결국 남자는 공개 처형을 당했는데, 처형되기 전에 사람들을 보면서 "당신들도 언젠간 나처럼 될거다."라고 외쳤었다는군요. 제가 이 얘기를 들은 건 초등학생 시절이었는데 지금의 북한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