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9 11:27
- 2016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39분. 장르는 호러입니다. 스포일러 없을 거에요.
(본격 생고기 스릴러!!!)
- 외딴 길을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뭐라도 본 듯 격하게 핸들을 꺾고, 길가의 나무에 부딪혀 멈춰섭니다. 잠시 후 길 반대편에서 누군가 나타나 자동차 쪽으로 다가가며 장면 전환.
엄마, 아빠, 딸의 3인 가족이 도로 식당에 있어요. 딸은 자긴 채식주의자라며 으깬 감자 하나만 주문을 하죠. 근데 직원 아줌마가 과잉 친절로 고기 완자를 넣어 버렸네요. 딸은 그냥 뱉어내고 계속 먹으려 하지만 엄마는 매우 깊이 빡쳐서 점원에게 따지고... 성깔이 장난이 아니신가봐요.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 셋이 도착한 곳은 대학교입니다. 딸이 엄마, 아빠가 졸업한 수의대에 입학하고 오늘이 첫날인가 봐요. 보아하니 언니도 역시 같은 과에 재학 중인 듯. 온 김에 얼굴이나 보려고 부모가 전화를 해보지만 연락을 안 받고, 부모 대화를 보니 언니는 반항기인가 봅니다.
그래서 결국 혼자 기숙사에 들어온 딸은 기숙사 룸메이트가 남자라는 걸 알고 기겁합니다만 ('게이라서 여자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나보지' 라고 그 남자가 말합니다. 헐. ㅋㅋ) 잠시 후 그런 문제는 그냥 잊어요. 갑작스레 시작되는 신입생 환영회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무슨 90년대 대한민국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나 악명 높은 모 학교의 '사발식' 같은 건 쨉도 안 될 정도로 괴이한 신입생 환영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주인공 딸래미는 선배들이 내미는 토끼 생간(만병통치!!!)을 억지로 먹게 되고. 이후로 몸 상태가 격하게 안 좋아졌다가... 갑자기 생고기의 충동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다가올 감독의 변태력을 알지 못한 채...)
- 음. 일단 이 영화를 보시려면 최대한 아무 정보도 안 찾아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장르와 영화 제목만 봐도 대략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능하고 정말로 그런 방향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야기의 전개가 예측 불허의 연속이라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일단 이게 제가 꼽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도대체 다음 장면에 뭐가 나올지, 잠시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힘들어요. 닳고 닳은 장르 호러의 세상에서 이건 아주 분명한 미덕이죠.
사실 전 평소에 영화 정보나 뉴스에 관심이 없어서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걍 어느 날 iptv에서 볼만한 호러 없나 찾다가 포스터 이미지가 뭔가 성의 있는 퀄이라 메모만 해뒀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며칠 안 돼서 듀게에서 이 영화 언급을 봤고, 그러고 또 며칠 안 지나서 감독의 깐느 수상 소식이 들리고. ㅋㅋ 그래서 어젯밤에 보게 됐네요.
(최대한 스포일러 없는 짤만 찾으려다 보니 올릴 게 이런 것 밖에 없네요. ㅋㅋ 주인공 언니입니다.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
- 깐느에서 큰 상 받으신 감독의 영화답게 아트 하우스 영화의 느낌이 가득합니다. '아트 하우스 호러'라고 그러던가요. 그리고 감독님은 21세기의 여성 감독답게 시종일관 여성 주인공으로 여성의 내면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고로 여성주의 영화를 선호하는 분들도 좋아하겠죠.
근데 뭐랄까, 심플하게 말해서 아주 과격합니다. 느릿느릿 흘러가면서 분위기로 승부한다든가 그런 영화 아니에요. 시종일관 아주 강렬한 자극이 가득한데요. 그 자극은 어떤 종류냐면... 역시 간단하게 말해서 이런 겁니다. '으악 설마!!!? 하지마!!! 하지 말라구요!!!!!! 헝헝헝...' <- 요고의 반복이에요. ㅋㅋㅋ
강렬한 고어라든가 깜짝 놀라는 쇼크 장면 같은 건 거의 없어요. 근데 그냥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장면, 제발 안 그랬으면 하는 상황들을 아주 성실하게 찾아내서 그 길로 성실하게 갑니다. 그러니까 아주 '고통스러운' 영화에요.
얼마 전에 본 '이블데드' 리부트도 상당히 보기 힘든 구석이 있는 영화였는데. 둘이 비교하자면 하드코어한 고어 투성이인 '이블데드' 보다 이 영화 쪽이 압도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사고를 치는 문제의 장면에선 실제로 몸을 배배 꼬면서 육성으로 '하지말라고!!!' 라고 외쳤습니... (쿨럭;)
(생고기 마이쩡!!!!!!)
- 그러니 엄청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며 고통스러운 영화입니다만. 두루두루 호평 받는 영화답게 그게 무의미한 괴롭힘은 아닙니다.
얘기하고픈 게 많은 영화에요. 개인에 대한 집단의 폭력. 여성의 성장과 성숙. 대략 이런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갑니다만, 워낙 이야기가 혼돈의 카오스라 그게 그렇게 단순하고 알기 쉬운 메시지로 정돈되어 제시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뭐 괜찮았어요. 상당히 매력적인 카오스라서요.
그리고 그런 메시지가 어쩌니 이런 걸 떠나서 그냥 영화가 재밌습니다. 몸이 막 뒤틀리고 손으로 입을 막고 싶을만큼 고통스럽지만 재미는 있어요. 보고 나서 '뭐 이딴 영화가 다 있어!!!'라고 성질 낼 사람들도 엄청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분들도 이 영화가 지루하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에요. ㅋㅋ
(여주인공&게이 룸메이트 조합이라니. 로맨틱 코미디인 줄. ㅋㅋㅋ)
- 앞서 말했듯이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볼 때 가장 재밌는 영화인지라 제 잡소리는 걍 여기까지만 하고 결론을 내겠습니다.
첫 상영 때 관객들이 뛰쳐나갔다!! 라는 기사들은 그동안 여러번 봐 왔지만 이 영화만큼 그게 납득이 가는 경우가 없었어요.
굉장히 보기 불편한 영화이고 이 점에서 격하게 호불호가 갈리겠습니다. 솔직히 '이건 쓰레기야!!!'라고 욕을 해도 다 이해할 것 같아요. ㅋㅋ
하지만 '도대체 이거 각본 쓸 때 무슨 약을 하셨쎄여?' 라고 묻고 싶어지는 개성적인 이야기(정확히 말하자면 큰 틀에선 그렇게 특이할 게 없는데 디테일들이 그렇습니다)이기도 하고. 또 분명하게 재미는 있습니다.
본인이 영화를 보면서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세요.
그리고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아트하우스 호러를 좋아하는 분들도 한 번 시도해볼만 합니다.
다만 '미드소마'나 '세인트 모드' 정도는 정말로 귀엽고 예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영화라는 거... 잊지 마시구요. ㅋㅋㅋ
+ 전세계 영화 감독들을 모아 놓고 변태력 배틀을 벌인다면 유럽 사람들이 금은동 메달 다 딸 것 같지 않습니까. 양키들이나 동쪽 섬나라 분들 변태력도 상당하지만 유럽쪽의 변태력은 뭔가 클래스가 다르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ㅋㅋㅋ
++ 주연배우님은 매우 동글동글 안전한 느낌으로 귀엽고 예쁘게 생기셔가지고 진짜 심신이 피폐해질 것 같은 역할을 맡아 열연을 보여주시고... 이 감독님의 어제 상 받은 신작에 또 나오셨네요. 하하.
(감독님 덕택에 깐느 두 번이나 갔으니... 이젠 도망쳐!!!!!)
+++ 근데 정말로 프랑스 대학에 저런 신고식이 있으려나요. 진짜 너무 심한 데다가 스케일이 거대해서 그냥 지어낸 설정일 거란 생각이 드는데, 사람 사는 모습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괜히 궁금했습니다. ㅋㅋ
++++ 국내 vod에는 블러가 들어간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아니에요.
+++++ 언니가 키우는 그 강아지의 습관은... 음... 나름 유머였던 걸까요. ㅋㅋㅋ
2021.07.19 11:45
2021.07.19 11:59
뻘소리지만 요즘 육회 전문점이라고 주장하는 배달 식당들이 갑자기 확 늘어나더라구요. 물론 다들 매우 캐주얼한 부페 식당 퀄리티 육회 수준이지만 어차피 럭셔리한 육회 같은 건 비싸서 못 먹으니... ㅋㅋ
맞아요 저 감독님 사진들 찾아보면 대체로 뭔가 좀 호쾌한 느낌. 실제로 말하는 영상은 안 봤는데 사진만 봐선 그렇더라구요. ㅋㅋㅋ
2021.07.19 11:47
2021.07.19 12:02
저야 일단 영화가 '괴상하다!' 싶으면 다 좋게 보는 사람이니 적절한 추천이었습니다. 덕택에 잘 봤어요. ㅋㅋ
농담으로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결코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를 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그런 캠페인으로 아주 적절하지 않습니까.
저 영화는 예고편이 댄스 신동의 스타 탄생 스토리처럼 흘러다가다 마지막을 불길하게 맺네요. 구해볼 방법도 없다니 안타깝지만 기억해 두겠습니다!
2021.07.19 12:19
2021.07.19 13:12
ㅋㅋㅋ 글 올려주시죠. 전 그냥 '재밌다!'로 소감을 끝내는 단순한 사람이어서요.
2021.07.19 13:39
2021.07.19 15:27
좀 부담스러운 영화니까 살짝 마음의 준비는 하고 보세요. 보시고 나서 저를 변태라고 욕하셔도 어쩔 수 없....
2021.07.19 14:00
저도 며칠 전 듀게 언급과 칸 수상 소식으로 봤는데 채식하는 사람한테 자꾸 고기 권하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줄 것이야,인가? 싶었어요.
동물 나올 때 제일 보기 힘들더군요. 사람이야 연기라는 걸 알지만 동물은 모르니까.
변태력이라 언급 하시니.. 소설 읽다 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특히 좀 개*반인 것 같습니다.
2021.07.19 15:29
그래도 동물은 (요즘 영화이니 당연히) 실제로 학대 당하는 건 없었으니까요. 하하.
20세기에 유럽 국가들에게 가졌던 로망 내지는 선망 같은 게 많이 사라져버린 요즘인데요. 그래도 여전히 어떤 측면으론 부러운 부분도 있지만, 전 그냥 한국에서 사는 게 제일 맞는 것 같아요. ㅋㅋㅋ
2021.07.19 16:58
2021.07.19 17:55
음. 저는 어떻게 봐도 괜찮다는 생각인데, 깊게 생각은 안 해보았고요, '육식'에 대한 질문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육식의 끝에는 뭐가 있겠는가라는.
집단 속에서 소수자 끼리 상처내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겠고, 생각해 보면 더 좋은 해석도 가능할 것 같네요.ㅎ
2021.07.19 20:09
2021.07.19 17:49
날고기가 엄격히 더 맞는거 아닐까요 생고기 는 '생육'으로
2021.07.20 03:30
날고기는 뭔가 먹으면 안 된다는 느낌인데 생고기는 맛있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ㅋㅋ 음... 하긴 그래서라도 '날고기' 쪽이 더 적절한 번역이겠네요. 영화 내용을 생각해보면요.
2021.07.19 18:04
언젠가 찾아볼거 같긴한데 아직은 엄두가 안나는 목록에 있는 영화입니다.
로우는 시놉시스만 접했을때 왠지 클레르드니의 트러블에브리데이가 생각나더라구요.
본지 오래된 영화인데 아직도 생각하면 힘들어요.
로우쪽이 더 과격할거 같긴 합니다만.
보시고 리뷰 남겨주십사하고 괜히 낚는거 절대 아님. 아무튼 아님.,;
당시에 좋아하는 밴드가 통째로 ost를 담당해서 본건데 오히려 영화때문에 노래 듣기가 힘들어진 케이스에요. 크흑
2021.07.19 18:33
2021.07.20 03:32
낚는 거 아니라면서 이렇게 능숙하게 낚으시다니!!! 라고 생각했으나. 바로 여기저기 뒤져봤는데 구해서 볼 방법이 없군요(...)
클레어 드니 감독이면 제가 최근에 재밌게 본 '하이라이프' 감독님이신지라 보고 싶은 맘이 크지만, 그냥 안타깝게 파닥거려 봅니다. ㅠㅜ
2021.07.19 21:41
그챦아도 로이배티님이 이 영화 리뷰를 곧 올릴 것 같단 기대감이 있었는데 역시! 음, 저는 불쾌감을 못견딜 것 같습니다. 미드 소마를 귀엽게(?) 봤지만 듀나님이 리뷰에서 적은 '현실감있는 신체 손상'을 잘 견딜 자신이.. ㅠㅠ 이번 신작은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영화제에서 크로넨버그 언급이 있었다고 하네요. 크로넨버그 류 변형이면 '비현실적이어서' 괜찮은데 이건 좀;; 유럽의 변태력을 언급하시니 김기덕이 이래서 그쪽 세계에서 그리도 환영받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피에타 후반부는 신체 손상 측면에서 되게 보기 괴로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전혀 다른 감독과 테마일테지만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 말이죠.
암튼 평가도 좋고 한 번 볼까 말까 하던 영화였는데 리뷰보니 더 못보겠네요. 어뜨케...
2021.07.20 03:34
네. 듀나님 말씀대로 고어의 수위는 그리 심하지 않은데 그게 굉장히 생활 밀착형 고어라서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어요. ㅋㅋㅋ 노리님은 패스하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음.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긴 전부터 김기덕의 상상력이 유럽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많았구요. 그게 결국 '변태력'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고 봐도... ㅋㅋㅋ
2021.07.20 01:10
'근데 정말로 프랑스 대학에 저런 신고식이 있으려나요. 진짜 너무 심한 데다가 스케일이 거대해서 그냥 지어낸 설정일 거란 생각이 드는데' ------- 프랑스 대학의 신입생 신고식 실제로 있습니다. 상당히 악명 높아요;; (영화를 안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묘사됐는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미테랑 대통령도 본인 내각에 임명한 모 장관에 대한 사담을 하다가 대학 신입생 시절에 그 장관이 선배랍시고 미태랑을 신고식에서 호되게 골탕먹였던 일화를 기자에게 얘기해서 이게 기사화될 정도였죠.
2021.07.20 03:36
뭐 대략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당장 sns에 올라와서 화제가 된 후 교육부에서 고심 끝에 그 대학을 해체할만한 정도? 됩니다. ㅋㅋㅋ
근데 유럽이나 미국 명문대(오히려 전통 있는 곳이 더하다는 글을 아주 옛날에 읽은 것 같은데 확실치는...;)라면 비슷하게 가능할 것 같기도 하네요.
꼭 신입생 신고식이 아니어도 그쪽 젊은이들이 과격하게 놀 땐 원래 한국 같은 덴 쨉도 안 되게 막 놀기도 하니까요.
2021.07.20 13:56
통째로 드시시 말고 배랑 같이 채를 쳐서 장설파마후참깨한다음 생노른자하나 얹어먹으면 훨씬 먹을만 하실텐데.
감독님 사진을 보니 지나데이비스 상이시네요. 호탕한 변태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