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소비와 출혈)

2019.05.16 14:09

안유미 조회 수:439


 1.요즘은 새 모임앱에 일부러 들어가지는 않지만 가끔 초대가 오는 경우는 가보곤 해요. 그리고 그런 모임의 사람들은 마치 유형화가 되어 있는 것처럼, 어째 매번 비슷한 인간들이 있곤 하죠. 친절한 사람, 시비거는 놈, 허세쩌는 놈...뭐 이런 놈들이요.


 그런 유형화된 캐릭터들 중 하나는 '여왕벌 타입'의 모임장이예요. 모임을 운영하는 여자인데, 일반인치곤 그럭저럭 예쁘고 술을 잘 마시고 대장 노릇을 하는 걸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죠.


 그리고 이상하게도...나는 그런 타입들과는 꼭 한번씩 갈등을 일으키곤 해요. 문제는, 뭔가 사건이 일어나서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란거예요. 단 한번도 얼굴을 본 적 없고 단 한번도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데도 나는 그런 '여왕벌 타입'의 모임장에게는 일단 찍히는 경우가 많아요.



 2.최근에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어느날 초대가 와서 들어가보니 역시 성격이 괄괄해보이는 여자가 그곳에서 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어요. 나갈까 말까...고민하다가 일단 가입인사를 써 봤어요.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미 가입인사부터가 그녀의 마음에 안 든것 같았어요. 물론 그건 느낌에 불과하거나, 정황증거에 불과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나도 확실히 찍힌 건지 아닌 건지...확신을 가지기 전에 여러 각도로 시험해보곤 해요.


 일단 모임장을 하는 여자는 모임장이니까, 모든 회원의 가입인사에 '엄지척'과 환영 댓글을 남기는 법이예요. 그리고 2~3일 가량을 두고보는데 나 이전의 가입인사와 나 이후의 가입인사에는 모조리 '엄지척'과 환영인사를 남기면서 나의 가입인사만 쏙 빼먹는다면? 그정도면 80%가량 확신하기에 충분하죠.


 그래도 나는 신중한 사람이니까요. 나머지 20%를 채우기 위해 의례적인 인사나 안부 채팅에, 1대1 채팅으로 답해보곤 해요. 거기서도 다른 사람들의 안부 인사에 일일이 답을 해주면서 나한테만 답톡을 안한다면? 100%가 되는 거죠. 


 

 3.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쩌겠어요? 뭐 보통은 짜증나서 그냥 나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심심풀이로 삼을 게 별로 없잖아요. 시간도 많고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나는 이런 마음을 먹는 거죠.


 '좋아. 내가 모임에 나가서 너의 기를 존나게 꺾어 주마.'


 라는 마음 말이죠. 그런 마음을 품고 모임에 나가는 거예요.



 4.휴.



 5.그야 물론, 이런 마음을 처음부터 너무 내보이면 안 되죠. 애초에 처음부터 나댔다간 모임장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회원들에게 백안시 될 거니까요. 일단 처음 나간 날은 정찰 좀 하고, 내 편으로 삼을만한 놈이 있나 한번 둘러봐요.


 문제는 위에 썼듯 '여자 모임장'이란 말이죠. 남자 모임장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여자 모임장을 적으로 돌리는 게 빡센 이유는, 여자 모임장에게는 늘 친위대가 있기 때문이예요. 남자 친위대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찌됐건 모임에서 같은 편을 좀 만들어야 해요. 적어도 '모임장 마음대로 자를 수는 없는'정도의 사람은 되어야 하죠. 뭐 이런 일상얘기들은 나중에 써보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디폴트가 아니예요. 기본적으로는 역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디폴트니까요.



 6.휴...오늘은 뭘하죠? 


 사실 내가 말하는 '뭘하죠?'는 어차피 고를 게 두가지밖에 없어요. 낮에 점심을 먹으러 어떤 가게에 갈건지와, 밤에 술을 마시러 어떤 가게에 갈건지죠. 그리고 '원래 가던'가게에 갈 건지 '새로운'가게에 갈 건지...이 두가지의 선택밖에 없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이것도 일종의 감옥이죠.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사는 거니까요. 


 고를 수 있는 건 '어디 가서' '어떤' 소비자가 될 건지에 관한 것뿐이죠. 자연성 따윈 없는 이 도시에선 말이죠. 하긴 여러분과 같죠. 우리 모두는 매순간 돈을 벌거나, 돈을 쓰거나...둘중 하나는 늘 하고 있으니까요. 도시에서 사는 한은 말이죠.


 

 7.뭐 그래요. 어딘가에 가서 의미있는 소비자가 되려면 그 방법은 하나뿐이죠. 돈을 많이 쓰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국밥집에 8천원짜리 국밥을 먹으러 갈땐 '먹으러 간다'라고 하지 '팔아주러 간다'라는 말을 안 쓰잖아요? 말 그대로 합리적인 소비...한끼 때우기 위해 가는 거니까요.


 나이키 매장에 가서 30만원짜리 에어맥스를 사도, 발렌시아가에 가서 180만원짜리 트리플s를 사도 그걸 '팔아주러 간다'라는 말은 안 쓰고요. 왜냐면 원래 30만원에 파는 신발을 30만원에 사고, 원래 180만원에 파는 신발을 180만원에 사는 것뿐이니까요. 그 가게는 물건과 돈의 중개만을 수행할 뿐이기 때문에 갑질같은 건 하면 안돼요. 그 가게는 갑질을 당할 만큼의 돈을 남기지 않았고, 사는 사람은 갑질을 할 만큼의 돈을 쓰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우울한 도시인들은 그렇단 말이죠...의미있는 사람이 되보고 싶단 말이예요. 의미있는 사람이 될 기회가 없으면 의미있는 소비자라도 되서 기억되어 보고 싶고요. 


 그러려면 30만원짜리를 30만원에 사면 안 되는 거예요. 30만원짜리를 150만원에 사주거나 180만원짜리를 500만원에 사줘야 하는 거죠. 그래야 '사러 가는' 사람이 아니라 '팔아주러 가는' 사람이 비로소 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해야만 기억될 수 있다면, 인간은 그렇게 하는 거죠.   


 솔직이 말하면 그건 소비가 아니예요. 출혈인 거예요. 그 사람이 뭐 다이아수저들의 다이아수저가 아닌 이상, 그런 식으로 돈을 쓰는 건 절대로 소비의 영역이 아닌 거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거예요. 출혈을 감수하면서라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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