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제목에 적은 대로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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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문구가 어떤 면에선 거짓말이 아니기도 합니다. 특정 관객 층들은 아마 이걸 보고 나서 두통이나 몸살이 왔을 것...)



 - 화장실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하고 울먹거리는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이 분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면 이 곳이 학교라는 걸 알 수 있구요, 이 분이 지나가는 미화원을 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혼자 남아 엄마를 기다리는 학생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교사라는 것도 알 수 있죠. 손에는 뭔가 요리해 온 것을 들고 있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학생에게 보여줘요. 그게 뭔진 몰라도 학생은 귀엽다고 하네요. 그러고 잠시 후엔 학생에게 '너처럼 아직 하교 안 한 학생도 있는데 벌써 청소를 하면 바닥이 미끄러워져서 위험하잖니. 저기 청소 아줌마한테 니가 직접 말씀드리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학생이 되어야해.' 뭐 이런 소리도 하고. 그러고 홀연히 길을 가다가 마주친 다른 여성에게 '혹시 무슨 모임 가시는 길 아니신가요?' 하고 말을 걸어서 함께 숲 속 성당으로 가요. 성당 2층에는 모임 준비가 되어 있고, 동네 여성들이 대략 7~8명 정도 모여 있네요. 서로 아주아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제 본격적으로 모임을 시작하려는 순간 우리의 주인공이 지금껏 소중히 들고 온 음식을 개봉하는데... 딸기 파이인 듯 해요. 다만 그 위에 새겨진 문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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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 원 테이크로 연출된 영화들이 그렇게까지 막 드물진 않지만... 그 중에서 정말로 원테이크로 찍은 영화는 의외로 또 별로 없죠. 뭔가 편집 트릭을 사용해서 원테이크 흉내를 낸 게 많더라구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게 궁금해져서 확인해 보니 진짜로 원테이크가 맞다고 합니다. 5일간 하루에 한 번씩 (시간대가 중요하거든요) 다섯 번 찍었고 그 중에 네 번째 테이크를 골라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자칫하면 별 의미 없는 테크닉의 과시로 떨어지기도 좋은 컨셉입니다만. 이 영화의 경우엔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어요. 영화의 테마상 실제로 그 장소와 그 시간에 함께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이 중요한데 그게 아주 압도적으로 전달되거든요. 물론 종종 어지럽고 불편하긴 합니다만, 영화의 내용에 비하면 헬드핸드 카메라의 움직임 정도는 불편의 '불'자도 꺼내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티가 나진 않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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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팀입니다만. 주인공은 얼굴이 안 보이는 짤을 골라 버렸네요.)



 - 그러니까 결국 도입부에 나오는 숲속 성당 2층의 소박한 마을 여성들 모임... 의 실체는 마을 인종 차별 주의자들 대화 모임이었던 겁니다. 거기 앉아서 내내 나누는 대화도 다 그런 쪽이구요. 한참을 떠들다 밖으로 나와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장소도 옮기고 그러지만 계속 그렇게 하나의 테마로 대화가 이어져도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는 않아요. 정말 실시간으로 그 인물들의 92분을 보는 거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래서 결국 이 영화의 컨셉이란, 온라인 상에선 흔히 보이지만 현실 세계에선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레알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정신 세계와 행동거지를 관객들에게 92분 동안 아주 리얼하게 체험시켜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체험이란... 제목에 이미 적어 놓았듯이, 정말로 고통스럽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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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분이 주인공이십니다. 아마존 프라임의 '테일즈 프롬 더 루프'에서도 교사 역으로 나오셨는데. 미인인 동시에 교사처럼 생기시긴 했어요. ㅋㅋ)



 -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들은 내내 정말 멍청한 소리들을 해댑니다. '우리 이렇게 모임도 만든 김에 뭐도 하고 뭐도 하고 열심히 해보자!'며 열심히 으쌰으쌰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데, 거기에서 이 양반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 중 무엇 하나라도 정말 저지른다면 난리가 나고 세상이 뒤집어지고 글로벌 수퍼 스타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워낙 이렇다 보니 캐릭터들 컨셉이 너무 과해서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지만 '지금껏 내가 한 얘기들 중에 뭐 하나라도 틀린 게 있음??' 이라며 정색하는 주인공의 표정을 보면 정말 현실에서 이러고 노는 사람들이 있겠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어쨌든 그래서 웃깁니다. 일단은 웃겨요. 한심하고 소름 끼치지만 또 너무 멍청하니 웃음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그냥 수다로만 끝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중반부쯤에 일어나는 소소하게 기분 더러운 사건을 거쳐 영화의 마무리를 장식할 큰 사건이 벌어지면 잠시 까먹고 있었던 이 영화의 장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호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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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나 찌질하고 무식들 하신지 웃음이 나오... 긴 합니다만. 그보단 이들의 우악스러움에서 나오는 혐오감이 더 크다는 게 문제.)



 - 굉장히 교육적인 영화입니다. 실제로 미국 같은 나라에선 학교에서 학생들 교육용으로 틀어줘도 큰 문제가 없을 법 하구요. (다만 R등급입니다. ㅋㅋ)

 같잖은 논리로 자신의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고 사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뭉쳤을 때 얼마나 황당하고 난폭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가... 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잘 보여주는 영화에요. 물론 그 모든 걸 92분 안에 하자니 비약이 없진 않습니다만. 실제 미국의 혐오 범죄들 목록을 뒤져보면 이보다 더한 것도 많을 테니 뭐 괜찮(?)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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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말려 보려다가 결국 휩쓸리고 마는 이 남편 캐릭터야말로 가장 교육적인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 단점 아닌 단점 하나가 있습니다. 뉘신지도 잘 모르겠는 배우님들이 하나 같이 다 연기가 쩔고 연출도 절묘해서 초반에 실소를 할 때부터 막판의 숨막히는 상황까지 아주 몰입해서 보게됩니다만. 문제는 그게 어쩔 수 없이 순도 99%의 불쾌함으로 채워져 있다는 거죠. 그래서 중간에 슬쩍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내가 무슨 죄로 지금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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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말로 아무 죄도 안 짓고 고생하는 분들은 여기 두 분이시구요...)



 - 어쨌거나 잘 만든 영화이고. '재미있다'라고 말하긴 좀 그런 이야기지만 탄탄하게 잘 짜여진 작품이면서 상당히 강력한 긴장과 스릴과 충격의 도가니로 인도해 주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해드릴만 하겠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사실 태어나서 줄곧 한국에서 붙박이로 살고 있는 입장에선 아직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크긴 하지만, 어차피 한국도 그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아주 인상적으로 잘 봤습니다.




 + 아마존 드라마 '더 보이스'에 나오는 캐릭터 '스톰프론트'를 보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요. 이게 미국에 실제로 있는 네오 나찌 커뮤니티 이름이었나 보군요. 이 영화 덕택에 뒤늦게 알았습니다.



 ++ 난 절대로 유색 인종들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냥 같은 인종끼리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그리고 이 땅은 우리가 발견(??)해서 자리 잡은 우리의 고향이잖아요? 라는 대사를 듣고는 좀 웃었습니다. 이거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아주 자주 보게 되는 논리인데요.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그 외에도 공정 드립 계속 나오고 무임 승차 얘기 계속 나오고 그럽니다. 아이고 두야...



 +++ 아. 제목의 뜻은요. 도입부의 그 화기애애한 모임에서 자기들끼리 뉴스 레터를 만들어 유익한 정보(?)를 나누자... 는 얘길 하는데 이 때 한 명이 동네 이민자 리스트를 만들어 뉴스 레터에 공유하잔 얘길 하거든요. ㅋㅋㅋ 그러자 주인공이 '그건 안 됨!' 이라면서 쓰는 표현이 이 영화의 제목입니다. 일단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조용히 활동하며 서서히 스며들어야 한다. 그래야 공격 받지 않고 우리 편을 확보할 수 있다. 뭐 그런 거에요. 잠시 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본인들 주제에 맞지 않는 너무 고차원적인 얘기였다는 게 곧 드러납니다만.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영화 특성상 요약할만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좋아요.


 그래서 도입부의 그 정겨운 마을 여성 모임, 무려 '아리아인 연합의 딸들' 회동은 훈훈하고 감동적으로 진행됩니다만. 멋모르고 장소 빌려줬던 성당 신부님이 우연히 이 양반들 이야기를 듣고는 '죄송한데 당장 나가서 사라져 주시죠?'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좀 일찍 끝이 나 버려요.

 그리고 모임 멤버들 중 다섯 명의 여성은 주인공네 집에 가서 와인 마시며 못 다 한 수다를 이어가기로 의기 투합을 하죠. 근데 또 멤버들 중 한 명이 동네 주류 판매점 주인이어서 그 곳으로 가는데... 그때 동양인 젊은 여성 둘이 가게에 들어옵니다. 마침 나누던 대화가 대화이니만큼 주인공들은 '가게 문 닫았으니 그냥 나가라'고 요구하는데, 이 젊은이들이 요즘 젊은이들답게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죠. 결국 술을 팔긴 팔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은 동양인들에게 마구 폭언을 퍼붓고, 근데 이들이 거기에 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싸가지 없는 것들! 본 때를 보여주자!!!'라며 불타올라요. 이 때 주인공의 남편이 등장해서 주인공을 말려 보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을 평생 쫄보라고 생각하며 살면 좋겠어?" 라며 싸다구를 날려대는 서슬에 그만 남편까지 덩달아 파티원이 되어 그 동양인들의 집을 향하죠. 


 다행히도(?) 일단 그 집은 비어 있었는데. 적당히 난장 부리다 떠났어야 했을 것을, 집 주인의 여권을 찾아서 태워 버리자느니 어쩌느니 하다가 결국 도중에 귀가하는 집주인을 맞닥뜨리게 되죠. 어찌해야할지 혼비백산하는 주인공들입니다만, 이 때부터 그동안 귀여운 막내에염 뿌잉~ 하던 캐릭터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초반에 이 분이 감옥에 다녀왔다는 게 슬쩍 언급되는데. 그런 경력을 살려 아주 거칠게 폭주하고, 나머지 곱게 자란 양반들도 얼떨결에 그 페이스에 휘말려서는 결국 집주인을 결박해놓고 고문하기 시작해요. 운 없게 시간차를 두고 그때 귀가한 집주인 동생도 결박하고. 주인공들 중 한 명이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던 권총까지 꺼내들자 주인공 남편은 "안 되겠군. 나는 여기에서 나가야겠어!" 라며 집을 떠나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폭주하는 막내의 제안으로 집주인 동생의 입을 벌리고 온갖 음식들을 쏟아 붓는데... 불행히도 이 동생은 땅콩 알러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뒤늦게 그걸 알고 에피펜을 가져오기도 전에 동생은 사망. 주인공들은 본격적으로 멘탈이 나가 버리죠.


 결국 그동안 쭉 리더 행세를 하던 주인공은 막내에게 살살 빌다시피하며 상황 해결을 부탁하고. 막내는 "성폭행으로 보이면 우리가 혐의를 벗을 수 있다"며 냉장고에서 채소를 꺼내와서... 음... (천만 다행히도 직접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런 후에 살아 있던 집주인도 쿠션으로 눌러 질식사 처리. 그러고선 밖에서 자루를 가져와 두 명의 시체를 넣고 거기에 무거운 캔 같은 것도 넣고, 그러는 동안에 나머지 멤버들은 자기들 흔적 없앤다며 저엉말 어설프게 여기저기 문지르고 닦고... 그런 후에 차에 싣고 출발해요. 목적지는 근처의 호수.


 원 테이크니까 가는 동안에도 내용이 필요하겠죠. 주로 이들의 찌질 모자람을 보여주는 말다툼이 한참 이어지는데... 그 와중에 시체를 담은 자루가 슬쩍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아무튼 도착은 했고, 계속 아웅다웅 찌질거리며 조각배 노를 저어 나아가 시체 자루를 버리고 주인공들은 멀어져가구요. 주인공들이 떠난 자리를 한참 꼼짝 않고 응시하던 카메라... 에 물의 흔들림이 보이고. 잠시 후 질식사 당한 줄 알았던 집주인 여성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솟아 올라요. 숨을 가다듬고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가는 그녀를 보여준 후,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다행히도 해피엔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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