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작. 스티븐 킹 원작으로 브라이언 싱어가 만든 스릴러 영화죠. 1시간 51분이고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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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를 20년간 봐 왔는데 남자애 졸업식 모자에 입혀진 사진은 방금 처음 알았습니다. 관찰력 제로. ㅋㅋㅋ)



 - 영화 속 배경은 1985년입니다. 미국이구요. 공부 참 잘 하고 머리 좋은 우등 고딩 브래드 랜프로가 주인공이에요. 이 녀석이 수업 시간에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우고선 그 끔찍함에 매혹(...)되어 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구할 수 있는 자료란 자료는 다 늘어 놓고 사진 하나하나 수십번씩 보고 또 보면서 빠져드는데... 어익후?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사진 속의 인물을 발견하네요. 나치 전범이 우리 동네에 숨어 있었다니!!

 그런데 우리의 똑똑한 주인공은 이걸 그냥 신고해서 포상금 탈 생각을 안 하고... 갸가 갸가 맞다는 증거를 확보한 후 찾아가서 협박을 해요. 주인공의 엉뚱한 소망은 이렇습니다. 신고 안 할 테니까 니가 그때 저질렀던 짓들을 낱낱이, 실감나게 나에게 들려줘. 호기심이 돈과 정의를 이겼네요.

 졸지에 동네 고딩에게 약점 잡혀 호구가 된 우리 매그니토 할배는 결국 이 페이스에 말려들어 호구잡이를 당합니다만... 그래도 간지나는 경고 한 마디는 잊지 않죠. 명심해 고딩. 넌 지금 불장난을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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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산교육의 현장.)



 - 23년전 과거인 이 당시로 돌아가보면, 브라이언 싱어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초대박으로 장래가 매우 촉망되던 젊은 감독이었습니다. 그러고 3년 후에 만든 게 이 영화인데, 유주얼 서스펙트로 인한 기대치에 비하면 좀 자잘한 성과였다는 반응... 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영화의 완성도 자체는 대체로 호평이었죠. 그리고 2년 뒤 뮤턴트들을 만나면서 엑스맨 전문 감독(...)의 길을 걷게 되구요.


 그래서 지난 20여년간의 브라이언 싱어를 구경한 후에 이 영화를 이제사 보니 당시에 봤음 별 생각 없었을 포인트 몇 가지가 보입니다. 홀로코스트와 동성애요. 일단 영화의 소재 자체가 홀로코스트, 나치, 유태인 학살이구요. 그리고 영화 시작부터 괴상할 정도로 주인공의 미모를 과할 정도로 강조해서 드러내죠. 특히 중간에 나오는 샤워장씬은 거의 브라이언 싱어가 영화로 사심 채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러다가 나중엔 아예 동성애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이후로 브라이언 싱어의 작품 세계를 지배할 테마를 티징해주는 영화였던 겁니다. 브라이언 싱어 비긴즈! 왠지 모르게 칙칙한 느낌의 화면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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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감독님 왜 자꾸...)



 - 아무래도 원작 버프도 있긴 하지만 영화의 도입부는 정말 근사합니다. 소재 자체도 신선하게 흥미를 끌구요. 빠르게 본론으로 훅 들어가면서 불꽃을 튀기는 템포도 좋습니다. 똑똑하지만 어린 청년 vs 큰 약점을 잡혔지만 만렙 나치 전범이라는 대결 구도도 흥미진진하면서... 거기에 리즈 시절 브래드 랜프로 & 이안 맥켈런의 연기 호흡도 아주 좋아요. 


 순수하지만 나쁜 유혹에 흔들리는 젊은 영혼 & 사악한 능구렁이지만 은근슬쩍 약한 구석을 내비치는 노인... 이런 식으로 둘 다 복합적인 면모를 갖춘 인물들인데 배우들이 참 잘 살려냅니다. 물론 마성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빌런 역할의 맥켈런이 보여주는 연기가 훨씬 강렬하고 폼이 납니다만, 젊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맞부딪히는 랜프로의 연기도 충분히 훌륭해요. 좋은 배우 구경에 취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둘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들만 봐도 흡족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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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장면.)



 - 아쉬운 점이라면...


 일단 뭐 소재를 그렇게 깊이 파는 영화는 아닙니다. 여기에서 나치는 그저 '거대한 악'의 상징일 뿐 역사적으로 뭐가 어떻고 유태인들이 어떻고 이런 건 이야기 속에서 전혀 건드리지 않아요. 그래서 매그니토 할배 캐릭터도 그에 따라가는데... 이런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뭔가 더 제대로 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더군요. 배우가 잘 살려내긴 했지만 그걸 걷어내고 따져보면 사실 그렇게 깊이 있다고 할만하진 않습니다. 캐릭터도, 이야기도.


 그리고 마무리가 좀 아쉽습니다. 되게 나쁘다기 보단 그냥 좀 아쉬운 느낌인데...

 둘의 대결로 시작된 이야기이고 그 둘의 대결이 워낙 매력적이었다 보니 끝까지 그렇게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엔 둘이 갈라져서 각자의 결말을 맞이해 버리니 뭔가 에너지가 팍 사그라들면서 늘어지는 느낌. 사족을 구경하는 기분이 좀 들었구요.

 또 그 마무리가 좀 쉽습니다. 마무리를 위한 마무리랄까... 좀 무리수를 두더라도 더 강렬하게 끝을 맺어줬음 좋았을 것 같아요. 본지 하도 오래 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원작 소설의 엔딩은 좀 더 거창했던 느낌인데요. ㅋㅋ



 - 암튼 대충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재미있어요. 마무리가 좀 아쉽긴 해도 적어도 그 직전까지는 상당히 집중해서 보게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깊이나 충격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장면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만든 스릴러 아닌가 싶었네요.

 특히나 배우들 '연기 대결' 구경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밌게 보실 거에요. 취향에 따라 랜프로의 연기가 맘에 안 드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뭐, 무적의 간달프&매그니토 할배가 계시지 않습니까. ㅋㅋㅋ




 +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잊혀지긴 했지만 이 브래드 렌프로도 사실 장래가 대단히 촉망되던 배우였죠. 세상을 등지기 전에 이미 출연작들의 실패와 마약 중독으로 커리어가 무너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비주얼로나 연기력으로나 많이 아까운 배우였습니다. 제임스 딘이나 리버 피닉스급으로 인기가 많지 않았다고 해도 그 시절엔 나름 팬들도 많았던 기억이구요. 암튼 참 아깝네요. 명복을 빌어요.



 ++ 그 시절 영화, 드라마들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다 기억하실 배우가 한 분. 그냥 아무나 다 아시는 배우가 한 분 조역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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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 잭슨. 기억하십니까. ㅋㅋ 검색해보니 요즘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내고 있더군요. 짧았던 리즈는 다시 오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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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분이야 뭐. ㅋㅋㅋ


 그러고 보면 이안 맥켈런이 참 희한합니다. 함께 공연했던 젊은이는 세상을 떠나고 다른 젊은이들이 세월 어택으로 푹푹 삭는 동안에도 건재하게 버텨내신... 그때 너무 늙으셨던 걸까요. 하하. 그리고 이 양반이 나치 역할과 유태인 생존자 역할을 다 해 보신 경우라는 걸 이제야 눈치챘구요.



 +++ 그리고 브라이언 싱어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것도 이 글을 적으면서 알았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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