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얼마 안 됐죠. 런닝타임은 1시간 3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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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답게 포스터 이미지는 게으르지만 그냥 전종서 얼굴이 열일을 해서 나쁘지 않네요.)



 - 편의점 강도들이 점원을 협박하는 사이로 슥 들어와서 태연히 현찰로 계산을 하는, 그러다 거슬러 줄 현찰이 부족하다 하니 옆에 서 있는 강도의 돈가방에서 스스로 거스름을 챙기는 좀 이상한 여자 전종서의 액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유는 당최 모르겠으나 히키코모리스런 삶을 살고 있는 이 분에겐 인생 유일한 절친이 있는데 이 분 직업이 발레리나구요. 근데 이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자살합니다. 전종서 앞으로 남겨진 유서에는 인스타 주소 하나만 달랑 적혀 있구요. 그래서 그 주소를 갖고 이러쿵 저러쿵해서 찾아낸 친구의 원쑤는 에... 뭐 이건 스포일러는 아니니까요. '물뽕'을 갖고 클럽에서 여자들을 잡아다가 아아아아아주 나쁜 짓을 하는 녀석이었던 거죠. 게다가 조폭 조직의 중간 보스쯤 되는 놈이었구요. 뭐 어쩌겠습니까. 다 죽여야죠. 마침 우리의 전종서씨 직업이 대략 사설 용병 비슷한 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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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죽여버리겠드아!!!!!!)



 - 그러니까 '너클걸'을 보고 입은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 이기도 하구요. 또 그걸 보고 나니 요 '발레리나'는 어지간히 실망스러운 퀄이어도 분명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바로 이어서 달려봤습니다. 기왕 볼 영화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너클걸' 다음으로 바로 감상하는 것 이상의 좋은 상황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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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영화 모두 주연 배우들은 비슷비슷하게 잘 한 것 같아요. 드라마 연기는 괜찮고, 액션은 좀 아쉽지만 준수했고. 다만 감독의 역량 차이가...)



 - 제게 이 영화의 문제이자 가장 큰 단점은 시작하고 45분 즈음까지의 거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빌드업 구간이에요. 주인공 캐릭터 소개하고, 주인공과 발레리나 친구의 드라마를 통해 감정선 깔아 주고, 빌런 소개 하고 또 그 뒷배경도 보여주고. 그러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추적을 시작하고... 하는 데에 영화 런닝타임의 절반이 배정되어 있구요. 그 동안엔 의도적으로 영화가 되게 정적으로 흘러갑니다. 뭐 이런 선택 자체는 괜찮은데. 문제는 그 알맹이가요. 


 단적으로 주인공의 캐릭터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도 당최 알 수가 없을 뿐더러 되게 믿을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대충 일본 만화책 같은 데 나올 것 같은 '고독하고 거칠고 외로운 영혼' 같은 캐릭터인데 그 친구와 교류를 나누게 되는 과정은 그냥 주변의 흔한 친구 없는 사람(...) 같아서요. ㅋㅋ 두 친구가 나누는 아름다운 추억 같은 것도 보면 성격 되게 이상한 애 둘이서 쿵짝쿵짝 잘 노는데 난 잘 모르겠다... 이런 느낌이었구요. 


 영화가 다루는 소재가 아무래도 되게 시의적절하고 예민한 소재인데, 이걸 이런 얄팍한 캐릭터들 데리고 풀어내겠다니 뭔가 되게 안 믿음직한 거죠. 뭐 그랬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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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영화라지만 자꾸 이런 분들이 친구 없는 고독한 아싸 흉내를 내시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추적과 복수가 시작되면서부턴 영화가 갑자기 재밌어집니다.

 일단 액션이 나쁘지 않구요. (완전 좋다고까진 못하겠습니다만 ㅋㅋ) 액션 장면에서든 이야기 전개에서든 뻔하게 가다가 슬쩍 비틀어주는 요소들이 자꾸 튀어나오는데 그것도 재미에 많은 보탬이 되었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때부터 자꾸 영화가 웃깁니다. 대표적으로 그 무기 거래 장면도 그렇고. 또 조폭들이 우루루 튀어나와서 대화 나누는 장면들 같은 것도 흔한 K-조폭물 비슷하게 흘러가다가도 슬쩍슬쩍 비틀어서 갸들의 진지 살벌함을 개그로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연출이 돼요. 참 다행이었죠. 진지하게 이런 놈들을 카리스마 빌런처럼 그리는 건 법으로 금지해도 전 반대하지 않을 거라서요. ㅋㅋ


 솔직히 이 후로도 '완전 재밌다!' 까지는 좀 많이 못 갑니다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가 있어요. 꼭 '너클걸'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재미가 있긴 합니다. ㅋㅋㅋ 왜냐면 이 때부턴 이제 영화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다 해주거든요. 겁나 짱 센 전종서가 수많은 조폭들을 다 때려 죽이고 쏴 죽이고 마지막까지 자비심 없이 자기가 목적한 바를 다 이룹니다. 그리고 이 부분의 액션은 그 전까지 나왔던 좀 아쉬웠던 액션들에 비해 많이 좋아져요. 괜찮습니다. 이럼 됐죠. 우리가 이 장르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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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막스의 액션은 확실히 괜찮습니다. 특별히 훌륭하진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데. 아쉽게도 이런 퀄의 액션이 그리 많이는 안 나와요.)



 - 근데 좀 신기했던 게. 바로 전에 언급한 '중반부터 등장하는 비틀기와 놀리기' 장면들의 센스가... 뭔가 되게 20년 전 박찬욱스런 느낌이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 보이' 같은 영화 만들던 시절의 박찬욱 감성 말이죠. 마가 뜨는 듯 뚱한 분위기로 튀어나오는 개그라든가. 또 그런 개그 장면들을 무덤덤하게 잡아내는 카메라라든가. 배우들 캐스팅이나 그 분들의 연기도 그렇구요. 감독님이 박찬욱 팬이셨나... 하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뭐 전종서가 장도리를 들고 복도를 달리는 건 아닙니다만. ㅋㅋ 아주 살짝 비슷한 느낌의 액션 장면도 있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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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벽지 집착의 원조는 박찬욱일까요 김지운일까요.)



 - 전종서는 사실 좀 뻔하다 싶을 정도로 그냥 자연스러운 캐스팅(?)입니다만. 뭐 그렇게 캐스팅한 보람은 충분히 뽑아내주니 괜찮습니다. 요즘 활동하는 제가 아는 유명한 배우들 중에 이런 역할에 이만큼 잘 어울릴 사람도 별로 없죠. 예쁘고 강해 보이는 데다가 뭔가 불안정하고 진짜로 불량스러운(?) 느낌 같은 게 있잖아요. 각본이 조금만 더 받쳐줬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간지나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이 정도만도 괜찮았구요.

 빌런 역할을 맡은 남자 배우들도 다 잘 했습니다. 사실 이 캐릭터들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혐오스런 조폭 빌런 캐릭터들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데요. 애초에 이들이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 혐오스런 조폭 빌런이었기 때문에 잘 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들이 '멋지게' 폼 잡는 장면이 하나도 없어서 덜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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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걸로 한국 영화판의 벽지 집착남이 최소 한 명은 더 추가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구요.)



 - 단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앞서 말 했듯이 전반부의 느릿하면서 얄팍한 클리셰에 의존하는 빌드업 파트는 솔직히 지루했구요. 본격적으로 액션과 복수가 시작된 후의 전개도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하나만 짚어 보자면 템포가 좀 느립니다. 불타는 분노... 보다는 헤어날 수 없는 우울함 같은 정조를 깔고 가는 영화더라구요. 보신 분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겠지만 제겐 좀 아쉬웠구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다루는 소재가 워낙 심각하니까요. 그걸 유쾌 상쾌 통쾌로 처리해 버릴 순 없는 노릇이었겠고. 또 이런 소재를 다룬다는 책임감에서 피해자의 드라마를 소홀히 할 수도 없었겠구요. 장르물과 사회적 발언 영화를 동시에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 조금 감안할 수 있겠다 싶었네요.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메인 빌런과의 대면 장면 같은 건 빌런이 하는 짓이나 거기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이나 정말 그런 범죄들의 가해자들을 저주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겠다는 외도가 아주 선명하게 보여서 템포고 뭐고 그래 잘 하셨네요.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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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감한 소재를 선택해서 나름 최선을 다 했다는 점에선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어지는 부분도 있구요.)



 - 결론적으로 장단점이 확실한 여성 액션물이었습니다.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곤 못 하겠지만 다루는 소재나 배우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괜찮게 보실 수 있을 거구요. 그냥 여성 액션물 좋아하는 분들도 전반부를 대략 버텨내고 나면 후반은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뭐 그랬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하루 전에 '너클걸'을 본 사람이어서요. ㅋㅋㅋㅋ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전종서는 빌런놈의 아지트를 알아내고 이 놈의 정체와 수법을 파악한 후 클럽에서 다음 범죄 대상을 찾고 있는 빌런에게 일부러 들이대서 모텔로 따라가 마약을 마시고 뻗은 척을 하죠. 그러고선 온갖 변태 아이템을 들고 걸치고 자기를 성폭행하려는 빌런에게 칼빵을 놓구요. 근데 이 놈이 생각보다 튼튼하고 싸움도 잘 하는 녀석이라서 좀 애를 먹다가, 간신히 승기를 잡았지만 밖에서 출동한 빌런의 부하들 때문에 (무려 샷건을 쏘며 등장합니다!! ㅋㅋ) 완전히 처치하진 못하고 옆방에 있던 다른 피해자 한 명만 구출해서 도망쳐요.


 사실 조직에서 중간 보스 밖에 안 됐던 빌런은 왕보스에게 엄청난 갈굼을 당하고 전종서를 찾아 헤매구요. 전종서는 구해낸 피해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자기 옛 직장 선배를 찾아가 무기도 좀 구하고, 또 발레리나와의 추억도 회상하며 열심히 드라마 빌드업을 한 후에, 악당들에게 기껏 구해낸 피해자를 다시 빼앗깁니다. 악당들은 갸를 럭셔리 승마장의 마굿간으로 데려가 다시 또 학대를 하고. 화가 머리끝까지난 전종서는 빌런의 똘마니들을 족쳐서 행선지를 알아낸 후 똘마니들은 다 죽여 버립니다.


 그럼 이제 승마장에서 마지막 액션만 남았겠죠. 운 없이 메인 빌런보다 먼저 전종서를 마주친 조폭 보스님은 우아하게 똥폼을 잡으며 '우린 서로 피를 볼 이유가 없잖아? 여기 앉아. 같이 술이나 한잔...' 하다가 총 맞고 즉사. 그리고 주변에 있던 수십명의 조폭들은 몽둥이와 칼 등등을 들고 주인공에게 덤비다가 다 총 맞아 죽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메인 빌런 & 그 파트너와 대면을 하는데요. 정확히는 아까 빼앗긴 피해자를 운반하고 있던 파트너를 먼저 만나고, 처단하려는 순간에 메인 빌런이 뒤에서 나타나 다짜고짜 총을 갈겨 버려요. 하지만 주인공답게 팔만 좀 스쳤는지 후닥닥 숨었다가. 멍청하게 수고비 1억 주는 게 아까워서 자기 파트너를 뒤에서 쏴 버린 메인 빌런 덕에 1:1이 되어서 숨겨뒀던 총을 다 꺼내서 제압하고. 죽이지는 않고 트렁크에 실어 바닷가로 달려갑니다.


 거기에서 이제 중간에 만났던 코믹 무기상들에게서 득템한 화염 방사기(ㅋㅋㅋ)를 꺼내드는 전종서씨. 구해낸 피해자의 도움을 받아 으쌰으쌰 쏠 준비를 하구요. 메인 빌런님은 목숨을 구걸하다가, 나중엔 다 포기하고 되게 무시무시한 악당인 척하다가, 하면서 이런 범죄의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뻔뻔하게 늘어 놓음직한 소리들을 좔좔 읊어대구요. 마지막으로 "너, 나 이대로 죽이면 내가 지옥 가서 니 친구 찾아내서 전에 하던 짓 계속 할 거다!" 라는 괴상한 협박을 하네요. 그리고 전종서는 눈물을 삼키며 "해봐, 내가 거기까지 따라가서 똑같이 해 줄테니까." 라며 화염 방사기로 빌런을 구워서 멸균 처리를 완료합니다. 


 그러고선 또 또 다시 '발레리나'와 전종서의 회상씬이에요. 알고 보니 빌런을 태워 버린 바닷가가 둘의 추억이 어린 곳이었군요. '난 다음 생엔 물고기로 태어날 거야! 사실은 물고기가 지구의 지배자라고 생각해!!' 라며 해맑게 웃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름답게 끝이 나구요.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며 카메라가 바다 위를 날다가 풍덩~ 하고 들어가면 정말로 바다 속에서 우리 친구 발레리나가 아름답게 발레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말로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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