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력십걸

2023.11.30 22:44

돌도끼 조회 수:119

1985년 유가량 감독작.


유명한 [소림36방]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36방]은 국내에서도 히트한 시리즈이지만 이 세번째 영화는 거의 안알려져 있죠.

국내에 출시되었던 DVD 박스셋에도 2편까지 밖에 안들어가 있고... 이렇게 외면을 받는 건 극장개봉을 안한 탓도 있겠지만, 영화의 결이 전작 두 작품과는 많이 이질적입니다. 뭐... 제목에도 '36방'이 안들어가있고하니 국내에 박스셋 낸 사람들이 3편도 있다는 걸 몰랐을 지도...(영어제목을 보면 시리즈라는 걸 바로 알 수있긴 합니다만...)

글고 애초에 이 시리즈가 뭐 연결성이 희박했어요.

삼덕화상이라는 인물과 36방이라는 장소만을 공유할뿐 세편 다 제각각 다른 이야기입니다. 매편마다 설정 충돌도 좀 있고 2편에서는 삼덕화상으로 나오는 배우도 달라요.

제목이 말하는 '번개10걸'은 소림사 전설에 단골로 나오는 10명의 호걸들입니다.

방세옥, 홍희관 등등... 무협영화를 많이 안봤어도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봤을 사람들.

근데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방세옥 한사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니까, 방세옥 영화죠.

방세옥은 아마도 중국무술계에서 이소룡, 황비홍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이겠죠. 이미 청나라 때부터 전설의 주인공이었고 나름 역사적 인물 대우까지 받고 있는데... 방세옥의 행적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 청나라 때 나온 '소설책'이라는...

근데 뭐 예로부터 중국의 인민들은 목계영이나 화목란 심지어 흑선풍 이규같은 문학작품 속 캐릭터들도 실제 역사속 위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더랬으니까 뭐 그딴 거 안중요한지도 모르죠.

뭐 어쨌든... 20세기 들어 나온 방세옥 영화만도 수십편이라니까, 방세옥이 걍 하나의 장르인 거죠.

방세옥을 연기한 배우도 한다스는 넘습니다. 여기서는 소후라는, 국내에는 거의 안알려진 배우가 방세옥 역할을 합니다.

영화 시작하면 다짜고짜, 세번의 싸움이 연속으로 벌어집니다.
대충 상황은 이렇습니다. 뇌노호라는 만주인이 힘자랑하며 한족들을 멸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빡친 소년 방세옥이 나서서 뇌노호를 격살합니다. 그 뒤로 뇌노호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과 싸우는 거죠.

아무 설명도 안하고 오프닝 크레딧 배경으로 그냥 싸우는 장면만 연속으로 보여줘요. 그니까 대충 홍콩 관객들(최소한 무협영화 팬들)에게 이정도는 상식이었단 거겠죠.  소림사 전설에서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


글구 이 오프닝의 연속대결은 그 뒤로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소림사 전설과는 상관이 없는 오리지날이거든요. 그니까 뭐 소림사 전설 몰라도 보는 데 지장 없습니다.

개초딩 방세옥이 사고치고는 소림사로 도피해서 삼덕화상의 제자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전설에서는 삼덕화상과 방세옥은 사형제간인데, 유가량의 36방 유니버스에서는 삼덕화상이 원래 사부인 지선선사와 섞여있어서, 홍희관, 방세옥 등 소림사의 네임드 제자들의 사부 역할까지 합니다.

밖에서 새던 바가지가 절 안에 들어갔다고 안샐 리는 없으니까 얘는 여기서도 사고를 치고, 그게 라스트의 대판 싸움으로 이어집니다.

제목이 '벽력10걸'이니 당연히 10명의 소림 영웅이 나올텐데, 일반적인 영화 상영시간 안에 10명이나 되는 캐릭터(+삼덕화상까지)를 다 소화시킨다는 건 물리적으로 무리죠. 그래서 영화는 깔끔하게 방세옥 한명만 팝니다.
다른 9명 중에 두명은 초반부터 나왔던 방세옥의 형제들이니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고, 나머지 7명은 우르르 몰려나와서 10초안에(진짜로!) 각자 소개를 끝내고, 그 뒤로 9명은 단독 클로즈업도 없이 단체 배경으로만 나옵니다. 마지막 대운동회 때에 같이 모여서 싸우기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죠.

10걸중에 홍희관은 방세옥 다음가는 소림 전설의 간판이고, 호혜건, 동천근 등은 각자 개인 주연 영화를 하나 이상씩은 가진 인물들인데 이렇게 막 대하네요ㅎㅎ

방세옥은 악동입니다. 나이도 어리지만 성격이 오만방자하고 경박해서 사고도 많이 칩니다.
그런 성격이 이 인물의 인기 비결이기도 한데(중국 고전에서 이규나 장비같은 인성에 문제있는 사고뭉치들이 늘 인기 짱먹잖아요), 여기서의 방세옥은 오만방자한 것을 넘어 아마도 역대 나온 모든 방세옥 영화를 통틀어서 제일 싸가지 없고 재수없는 넘일겁니다.


70년대 장철 영화에서 부성이 연기했던 방세옥은 사고 치는 악동이긴 해도 미워할수 없는 매력이 있었거든요(그런 부성의 캐릭터성을 변주한 게 성룡) 근데 여기선 그런거 없습니다. 진짜 노답인 애예요. 자기만 알고 뭐든 막무가내ㅂ니다.
영화 내내 방세옥이 혼자서 헛다리짚고 지맘대로 오해해서 내는 사단이 이어집니다. 그걸 주변사람들이 수습하느라 애쓰고.

그러다 보니 이 시리즈 전통의 미덕인 '성장'이 없습니다.

전작 두편의 주인공들(1편의 삼덕화상과 2편에서 삼덕화상에게 감화를 받는 사기꾼)은 소림사에서 무술 수련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성숙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의 방세옥은 소림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절정고수였고, 영화 끝날 때까지도 그냥 개초딩인채로 있습니다.
엔딩도 뭔가 확실한 결말을 안내고 중간에 끊은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시리즈물의 파일럿 같은 느낌이 들기도...

그래도 뭐 어쨌든 36방 영화니까, 이번에도 전작들에 안나왔던 새로운 방들이 선을 보입니다.
30개가 넘는 방을 영화 한편에 다 보여줄 수는 없으니 속편 나올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공개하는 거죠. 전부 다 나오려면 몇편까지 나왔어야했을지 모르겠지만....ㅎㅎ
근데 방의 임팩트도 전작들보다 약해요. 2편에 나왔던 의자 파이팅이 은근슬쩍 코스로 편입되어 있기도 하고... 이번에는 벽타고 달리기와 수중전이 부각됩니다.
벽타고 달리기 같은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거라서 와이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어, 이부분이 또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전작들은 와이어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었고, 2편에서는 무술영화에서 와이어 쓰는 걸 인조크로 써먹기까지 했었는데 말이죠.

근데 이건 그동안 유가량의 성향이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래 전통무술 계승자이다 보니 첫 [36방]을 만들 때만 해도 전통 무술의 동작에 집중해 액션을 짜내는 쪽이었는데 80년대부터는 유가량도 와이어를 신나게 써먹게 되거든요. 그렇지만 '36방'에 굳이 와이어를...? 싶은 생각도 안드는 건 아닙니다.

스토리나 캐릭터, 액션의 아이디어 등등 여러면에서 전작들에 비해서 좀 쳐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유가량이 만든 무술영화로서 기본 이상은 합니다. 액션 구성의 전체적인 임팩트는 전작들이 더 나을지 몰라도 3편은 템포가 더 빠르고 더 아크로바틱해지고 화려해졌습니다. 방세옥역의 소후는 국내에선 인지도가 바닥인 사람이지만 홍콩에선 스턴트로 알아줬던 분이고, 1편에 이어 삼덕화상역으로 유가휘가 복귀한 것도 반가운 일이고...



-'쿵푸허슬'로 국내에 뒤늦게 이름이 알려진 원추가 오프닝에 소후의 상대역들 중 한명으로 나옵니다.



북경어 더빙 예고편
80년대 쇼부라다스 로고는 저랬는데 디비디 내면서 셀레스쳘 넘들이 싹다 바꿔치기했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3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58
125129 이 영화 제목 알고싶습니다. 장님여성과 연쇄살인마 [8] 도둑까치 2024.01.01 513
125128 프레임드 #661 [2] Lunagazer 2024.01.01 61
125127 2024년 1월 1일 오후 4시경 일본 도야마 현에 진도 7.6 강진(쓰나미 경보, 동해안에도 영향) 상수 2024.01.01 143
125126 (스포) [동경의 황혼]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4.01.01 220
125125 남산에서 새해 해돋이를 보고(꿀팁 약간 있음) 상수 2024.01.01 181
125124 2023년 마지막 촛불시위! [4] Sonny 2024.01.01 269
125123 [핵바낭] 새해 복 많이! & 작년 듀게질 결산 & 올해의 첫 일상 핵바낭 [20] 로이배티 2024.01.01 403
12512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라인하르트012 2024.01.01 142
125121 씨네 21 특집 대담 영상 - 하마구치 류스케 X 이제훈 상수 2024.01.01 208
12512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왜냐하면 2024.01.01 107
125119 2024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를(건강, 정신건강이 최고입니다) [4] 상수 2024.01.01 173
125118 고 이선균 배우의 목소리 [1] soboo 2023.12.31 514
125117 프레임드 #660 [4] Lunagazer 2023.12.31 58
125116 최근 읽은 책과 읽을 책 [6] thoma 2023.12.31 306
125115 [영화바낭] 올해의 마지막 영화는 쌩뚱맞게 뤽 베송, '니키타'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2.31 298
125114 [넷플릭스] 인비저블 게스트 [2] S.S.S. 2023.12.31 209
125113 디즈니 100주년: ‘마우스 하우스’가 실패한 이유(Feat.워너) - BBC 코리아 상수 2023.12.31 201
125112 [디플] 이니셰린의 밴시 [6] S.S.S. 2023.12.31 245
125111 어제의 대설주의보와 누가 걸어간다(한국소설의 기억을 되살리다) [2] 상수 2023.12.31 158
125110 레트로튠 - through the years [1] theforce 2023.12.31 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