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오랫만입니다.

2023.12.20 20:07

가라 조회 수:336

오랫만입니다.

듀게를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댓글 달 시간은 더더욱...


1.

지난 여름에 회사 협력사가 기습(?)파업을 했습니다.

파업권은 초여름에 이미 획득한 상태였으니 기습은 아니지만, 전날 '우리 월요일 0시부터 파업한다'를 토요일 저녁에 통보했습니다.

회사 제품의 포장과 출하를 하는 협력사였고, 그래서 저희가 그 자리에 투입되었습니다.

협력사라고 하지만, 그 회사 사장이 저희 회사 OB 부장들이 퇴직하며 내려가는.. 실질적인 자회사죠.

일단, 원청사 직원이 대체근로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답니다.


저는 크레인을 원격으로 조종해서 제품을 트럭에 싣는 일을 했는데... 탑승하는 크레인은 자격증이 있어야 하지만, 원격 크레인은 자격증이 없어도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3개월동안 주2~3일씩 크레인 조종을 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제 업무도 하고요.

사업부장이 '파업 근무 핑계로 본업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너네 추가 수당 받잖아?' 라는 말을 하고 다녀서 회사에 정내미가 뚝 떨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첫 일주일은 휴무없이 8시간씩 투입되었고, 기습(?)의 여파가 좀 가라앉고 나서는 주3일 근무, 3일 휴무로 돌았습니다. (빨간날 안따지고 무조건 3일 근무, 3일 휴식) 휴무라고 쉰건 아니고요.. 월~수 1근 근무하고 나면 목~금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그 다음주 일~화는 다시 현장 2근 근무 들어가고.. 그런식이었죠.

현장 근무했다고 바로 퇴근한것도 아니고요. 오전 8시간 근무하면 사무실로 와서 다시 일을 하다가 퇴근하고, 오후 8시간 근무할때면 아침에 정시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오후에 현장 일을 하러 갔죠. '파업 근무를 핑계로 본업에 소홀하면 안되니까'


그나마 제정신 박힌 팀장들은 사무실 근무를 안시키거나 진짜 급하지 않으면 빨리 들어가라고 하면서 모랄 관리를 했지만, 우리 팀장은 사업부장한테 충성충성 하는 사람이라 사업부장 말을 고대로 옮기는 짓 밖에 안하는 사람이라...  책상위에 '좋은 팀장이 되는 법' 같은 책을 두지나 말지..


2.

그래서 파업이 잘 끝난게 아니라...

그냥 파업한 분들 해고엔딩이었습니다. 회사는 폐업했고, 자회사가 생기면서 '한달만 기달려 준다. 그 이후에는 채용시작한다.' 였는데 25% 정도 복귀를 했고 나머지는 법적 투쟁 들어간답니다.

외주관리를 하는 팀장 말로는 소송걸면 대법 확정까지 5-7년 걸리는데, 그 중에 몇이나 버티겠느냐... 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윤석열 정권이잖아요?


원래는 월말에 출하량이 많을때 며칠만 파업하면 회사측에서 뭔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겠지..? 했다는데, 원청사인 저희 회사 노조가 '쟤네 올려주면 우리가 덜 받아' 라는 ㄷㅅ 같은 마인드로 회사쪽에 (자격증이 필요한) 대체 인력 투입을 용인했고, 나머지는 사무직 투입...  

같은 노동자로서 파업 대체 근로를 하면서도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마음도 계속 불편했습니다. 특히나 제가 외주관리하는 팀장님이랑 자리가 가까와서 얘기를 좀 듣고 했는데, 회사측은 전혀 협의할 생각 없이 날짜 채워서 해고하고 폐업할 생각을 1주차부터 하고 있는걸 보면서 무력감도 느꼈죠. 하지만, 사무직은 노조원도 아니고, 현장 노조조차 이기적으로 구는데 뭐 방법이 있나요... 까라면 까야지... (....)


3.

그래서 2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였습니다. 회사가 어려울때도, 여기저기 오퍼가 올때도, '그분'을 상사로 모실때도 회사를 그만둘까까지만 생각했지, 이직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하지만, 지금은 좀 많이 늦었죠. 이제 제 직급, 제 나이면 팀장이나 임원 자리로 가야 하고, '당신 연차면 어디서 모셔가는게 아니면 존버할때' 라는 말도 많이 들었죠.


어디는 '아이고, 너무 오버 퀄리파이드시네요.. 저희가 15년차까지만 받고 있어서' 라고 까이고... 어디는 당연히 서류탈락이고.. 

중소기업 이사 자리도 까이고... 중견기업 부서장 자리도 까이고... 국내 대기업은 나이 때문에 서탈이고..


그러다가 외국계 한군데에서 최종면접까지 진행했고, 2차 면접을 통과했을때 HR 채용 담당자가 3차 대표님 면접은 형식적이라는 늬앙스로 얘기를 해서 기대를 했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채용이 홀딩 되었답니다. 홀딩이 풀리면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야이... 외국계라 진행이 무지하게 느려서 서류지원부터 대표면접까지 5개월이나 걸렸구만...

헤헌 통해 오퍼 온 자리도 갑자기 채용이 프리즈 되었다... 라고 하는데..

이게 진짜 채용 보류가 된건지 그냥 고연차/고연봉이라 짤린건지 잘 모르겠네요. 사실 제가 그렇게 고연봉도 아니고.. 하지만, 지인 헤헌 말로는 회사 입장에서 제 연차에 맞는 포지션들은 연봉 몇천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하더구만요. 그리고 국내 기업들은 나이 때문에 안 뽑을거다.. 외쿡계를 노려라.. 라는 조언도..

 

내년 경기가... 진짜 총선 끝나면 뻥 터지려는지..  면접은 불러주겠지 할 정도로 JD가 딱 맞는 포지션도 서탈이고.. 진행되던 면접도 홀딩이고..

멘탈에 타격이 좀 왔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파업 대체 근무 + 이직 준비 하느라 반년 정도 듀게에 흔적을 못 남길 정도로 바빴는데... 

육체도 밸런스가 무너진것 같고, 멘탈도 많이 깨진것 같고..

얼마전에는 팀 전체 회의 하는데 팀장에게 들이댔죠. 그 다음날부터 올해 고과 입력하는 날이었는데.. 

팀장이 삐져서 거의 3주간 말을 안걸더군요. 


결론은 바빠서 못 왔다는 얘깁니다.

해외출장을 왔는데, 사람들 술 먹으러 가는데 저는 위가 아파서(진짜로) 컨디션 핑계 대고 숙소 들어와서 쉬다가 글씁니다.


P.S) 협력사 파업 유발하고 직원들 모랄빵 나게 만든 분은 오너가 아주 이뻐하셔서 이번에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셨답니다. ㅋㅋㅋ  그놈이 그놈...

그래서 사업부장이 바뀌었는데 다행히도(?) 이분은 원래 성격도 정 반대이고... 공장의 사기를 올리고 퇴사 러시를 막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분위기 바뀌었다고 다시 안주하면 안되고... 오늘도 링크드인과 피잡 등을 살펴보지만.. 건진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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