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5분.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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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덜 혐오스런 포스터 찾으라 고생했습니다. 혐짤이라고 화내지 말아주세요. ㅠㅜ)



 - 우리의 주인공은 '사만사'라는 젊은 여성. 자기 소개가 좀 복잡한 사람입니다. 일단 레즈비언이구요, 너무나 사랑하던 애인에게 최근에 차였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연락하고 찾아가며 질척거리는(...) 중인데, 사실 이 애인이 인생 첫 레즈비언 애인이었고 그 전까진 이성애자로 살아온 듯 하네요. 원예가가 되어 먹고 살고 싶지만 아직은 데뷔(?)를 못해서 식당 서빙 알바를 하고 있는데, 최근에 무슨 경연 대회 같은 데 출품을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형편이 안 좋아서 본인이 얹혀 살고 있는 홀엄마는 딸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아주 보수적인 사람이라 우리 사만사의 최근 연애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사만사의 절친 앨리스라는 여자는 속으로 사만사를 짝사랑해서 사만사가 전 애인을 떼어내길 원하고... 그 와중에 또 사만사를 짝사랑해서 스토킹 비슷한 행각을 벌이고 있는 훈남이 있고... 중얼중얼중얼.


 근데 뭐 됐고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이 사만사가 울적한 맘에 참석한 파티에서 얼떨결에 첨 보는 남자가 건네는 술을 마셔요. 그래서 의식을 반쯤 잃어버린 상태로 그 남자의 차에서 섹스를 하... 그러니까 사실상 성폭행을 당하구요. 그 다음 날부터 신체적 이상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갑작스런 폭풍 하혈에다가, 피부가 말라비틀어지고... 정상적인 음식을 못 먹게 되고 등등. 이렇게 영문을 모르고 변해가는 자신의 몸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대략 한 시간 동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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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비교적 멀쩡한 상태의 주인공님)



 - 주인공의 캐릭터가 저렇게 이런저런 디테일들이 많으니 혹시 이 영화는 좀비화를 어떤 은유로 삼아서 21세기 현대 여성의 삶과 내면의 고통을 그리는 심리극이자 풍자극 같은 게 아닐까... 라고 짐작하신다면 틀리셨습니다. 그런 거 없어요. ㅋㅋㅋㅋ 디테일이 많긴 한데 그냥 별다른 큰 줄거리가 없는 이 영화 속에 나름 소소한(?) 사건들을 제공하기 위해 쓰일 뿐입니다. 소재를 깊이 있게 파고 그러는 데는 애초에 관심이 없어요.


 뭐랄까... 그냥 호러물을 찍고 싶었던 감독이 '천천히 좀비로 변해가는 사람 한 명의 모습을 느긋하게 보여주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가 팔려서 만들어진 영화. 딱 그 정도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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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수 같은 건 좀 먹지 말라구요)



 - 일단 퀄이 구려요. 이야기는 둘째치고 비주얼이 구립니다. 완전 가난하고 허접한 수준으로 구린 게 아니라, 케이블에서 하는 도대체 누가 보는지 모를 티비용 영화 퀄 정도로 구립니다. 나오는 배우들도 분명 다 멀쩡하게 생기긴 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서프라이즈' 같은 데 나올 재연 배우들 분위기구요. 연기도 딱 그 정도만 합니다... 만 애초에 깊이 있는 연기 같은 게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서 거슬리진 않구요.


 스토리도 뭐 많이 난삽합니다. 그냥 주인공이 신체 변화 때문에 고통받고 두려워하는 부분들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 양반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건'을 만들어내는 부분들은 그냥 장르가 호러이고 좀비 영화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라는 맘으로 대충 만들어 붙인 느낌. '어차피 정신 나간 상태인데 뭘 한들 어떠하리'라는 스피릿으로 깊이 생각 안 하고 대충 자극적으로 써 본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드네요. 


 근데 사실 훌륭한 핑계이긴 합니다. 내가 좀비가 되고 있어요. 속도 안 좋고 몸에선 막 냄새 나고 음식은 하나도 못 먹어서 배고파 죽겠고 두통에 이명 같은 게 계속 들리고 머리카락 빠지고 눈은 충혈되고 살가죽이 썩어 떨어져나가며 몸 속에서 애벌레가 기어나오는데 원인도 모르겠고 해결 방법은 없고... 이 상태로 며칠째 계속해서 더 안 좋아지는 와중에 제 정신 붙들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면 오히려 그게 비현실적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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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한 경찰 대신 등장하는 무능한 의사 선생님. 감기약과 보습제 처방해주십니다. ㅋㅋㅋㅋ)



 - 그 와중에 또 무슨 '세계관' 떡밥 같은 게 있습니다. 처음에 주인공에게 이 좀비병을 주입한 녀석이 '정체불명의 빌런' 같은 존재거든요. 분명 의도적으로 이 짓을 한 것이고, 그러고서 본인은 멀쩡~ 하게 비슷한 짓을 반복하고 다니는 걸 보면 뭐 어딘가에 세상을 좀비로 물들여 끝장을 보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혹은 공포의 비밀 조직 이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영화 자체는 그냥 주인공의 상황에만 집중하다 끝이 나니 이런 부분이 궁금하면 2년 뒤에 나온 속편을 봐야겠지만... 뭐 굳이. 라는 생각이. ㅋㅋㅋㅋ



 - 그래도 장점이 없진 않아요.

 그냥 컨셉과 아이디어 자체가 장점입니다. '내 몸이 보기 흉하게 변해가!! 사회 생활이 불가능해!! 원인도 모르겠고 해결책도 없는 것 같아!!!' 라고 몸부림치는 죄 없는 영혼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어쨌거나 편치 않은 경험이구요. 또 그렇게 썩어들어가는 주인공의 신체를 큰 고어 없이, 대단한 기술 필요 없는 수공예 특수 분장들로 그냥 적절하게 불쾌한 수준으로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괜히 다양하고 복잡한 얘기를 늘어 놓을 생각 않고 주인공의 상황에만 시종일관 집중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딱히 칭찬받을 구석이 있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니지만 특별히 나쁘거나 불쾌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 정도는 되니까, 보다보면 어느 정도는 측은지심을 느끼며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아 허접하네...' 하면서도 지루하지는 않게 잘 봤습니다.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서서히 좀비가 되어 가는 사람의 신체 & 멘탈 구경이라는 심플하고 선명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B급 호러입니다.

 영문 모를 신체 변형에 대한 공포가 전체 내용의 90%를 차지하고 사람들이 '좀비 영화'에 기대할만한 장면은 클라이맥스에만 잠깐 나오고 말아요. 그래도 어쨌거나 신선한 맛은 있고 설정 자체가 나름 힘이 있어서 지루하진 않습니다.

 엉성하고 좀 대충인 부분이 많아서 '웰메이드'란 말은 절대 못 붙여주겠습니다만. 애초에 B급 호러들 찾아보면서 웰메이드만 보려고 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ㅋㅋ

 '재밌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불쾌하긴 했고... 남에게 추천은 못 하겠지만 욕 하고 싶지도 않은, 뭐 그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수를 함부로 마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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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된다... 라는 교훈을 주는 아주 건전한 영화였던 것입니다.



 ++ 위에도 적었지만 속편이 있어요. 한국에도 vod가 출시되어 있구요. 굳이 챙겨볼 생각은 없어서 검색으로 스포일러를 다 찾아봤는데, 뭐 안 보길 잘 했네요. '세계관' 떡밥을 키워가며 3편 제작을 기대한 모양인데 이후로 6년간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속편은 망한 거겠죠.

 참고로 1편에서 그 떡밥은 별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냥 '영문모를 일을 당한' 주인공의 처지가 중심이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요.



 +++ 그러고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좀비가 딱 하나만 나오는 영화였네요. 그동안 쏟아져나온 그 수많은 좀비 영화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런 영화가 또 있겠지만, 그렇게 흔한 경우는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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