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는 Afflicted. 2013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6분. 장르는 훼이크 다큐 & 호러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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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악 징그러워!!! 라고 놀라서 제게 화내시기 전에 다시 한 번 잘 봐주세요. 저거 지도입니다. 아... 그래도 징그럽긴 마찬가지일까요;)



 - IT 업계에서 나름 잘 나가던 '데릭 리'라는 동양계 청년이 문득 '나는 이런 삶을 원했던 게 아니야!!'라며 직장을 때려 치우고 그동안 모은 돈을 들고 세계 일주 여행에 나섭니다. 죽마고우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클리프'라는 친구도 하나 꼬셔서 앞으로 1년 동안 세계를 누빌 거라네요. 그리고 그 여정을 다 찍어서 프로 퀄리티로 편집까지 해서 여행 도중에 계속해서 업데이트한다... 뭐 이런 아름다운 계획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끼어드는 설정이 데릭 리의 건강 사정인데요. 뇌 혈관이 뭐가 잘못되어서 자칫하면 한 방에 세상 하직할 수 있는 상태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다!! 포기하지 않아!!!


 그래서 영화의 내용은 이들이 만들었다는 설정의 다큐멘터리 내지는 푸티지 형식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시작은 아주 상큼 발랄 유쾌 상쾌합니다만 애초에 영화의 장르가... 뭐 그렇죠. 어쩌다 우리의 데릭군은 뱀파이어에게 습격을 당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두 젊은이는 본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운데 여행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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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콤비의 행복했던 시간)



 - 그러니까 훼이크 다큐입니다. 적어도 초반은 그래요. 그래서 음악도 들어가고 그래픽도 들어가고 아주 상큼 발랄하게 흘러갑니다만. 이제 뱀파이어의 습격 이후로는 둘 다 편집해서 올리고 그럴 상태가 아니라는 걸 반영해서 흔한 파운드 푸티지 형식으로 슬쩍 전환이 되죠. 

 여기서 약간 영리했던 부분이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노라면 그 둘의 차이가 그렇게 눈에 띄게 체감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은근슬쩍 장르를 바꿔치기 하면서 영화의 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방식엔 문제점도 하나 있는데...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문제점 그대로입니다. 이걸 도대체 누가 모아다 이렇게 이어 붙였지? 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아마 감독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양반은 그냥 시원하게 해결을 포기합니다. ㅋㅋㅋㅋ 대충 무시하고 편할대로 막 나가요. 그러니까 후반의 푸티지들은 그냥 극영화에요. 헬드 핸드를 들고 자신들을 찍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극영화... 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말이 좀 괴상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 그리고 늘 그렇듯 이런 푸티지 형식은 뭣보다도 제작비 절감의 의미가 가장 커 보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들인 특수 효과처럼 보이는 게 거의 안 나옵니다. 나올 때 카메라 구도상 중요한 건 다 가려버리고 분위기만 풍긴다거나, 보이긴 보이는데 흐릿하고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거나, 아니면 특수 효과를 그냥 화면 컷으로 때우는 거죠. 후반에 자주 나오는 주인공이 붕붕 날아다니는 장면들 같은 게 그렇습니다. 이건 뭐 이 장르 영화들이 다 그런 거니까... 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걸 아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편이에요. 막판엔 그런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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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영상을 찍어 놓고도 욕을 먹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 여기까지 적다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크로니클'이요. 물론 그건 파운드 푸티지치고는 제작비를 제법 들인 축에 속하기 때문에 스케일은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영화의 형식을 영화의 내용과, 특히 액션과 열심히 결합하는 모습이 아주 약간은 닮은 느낌이 듭니다. 뭐 이 영화쪽은 제작비의 한계로 훨씬 스케일이 작지만요. 그래도 영화의 규모와 장르를 생각하면 상당히 액션의 비중이 큰 편에 속하긴 해요.



 - 근데 솔직히 그렇게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어요.


 그러니까 전 시놉시스만 보고는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인물의 모습을 밀착해서 파고들며 기괴하고 음울한 뭔가를 잔뜩 보여줄 거라 기대했는데, 그런 내용들이 실제로 나오기도 하지만 상당히 빨리 끝나 버립니다. 그러고 후반은 뱀파이어 액션물 비슷한 게 되는데, 그게 제작비 대비 잘 찍었다는 느낌은 들어도 그 자체로 뭔가 훌륭해다고 칭찬해주기엔 좀 애매... 


 스토리 측면에서도 특별할 게 없습니다. 음... 좀 야박하게 말하자면 형식을 제외하면, 그리고 (정말 이 말만 계속 반복하게 되는데) 돈을 적게 들여 경제적으로 잘 찍어냈다는 걸 잠시 제껴두고 말하자면 정말 그냥 너무 흔해서 오히려 요즘엔 보기 힘들 정도로 단순하고 얄팍한 뱀파이어 스토리라서요.


 그리고 역시 앞서 말했듯이, 푸티지 영화라는 형식을 지나칠 정도로 자기 편할대로 휘두릅니다. 정말로 돈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라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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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티지 형식을 활용한 액션씬 연출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나오는 건 이 짤 뿐이군요. 워낙 듣보 영화이다 보니 짤이 많지 않아요...)



 - 그래서 대략 정리하겠습니다.

 어제는 좀비가 되어가는 여성을 다룬 영화를 보고 이번엔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남성을 다룬 영화를 보고... 한 김에 비교를 해보자면요.

 만듦새는 뱀파이어쪽의 압승입니다만. 살짝 좀 별 매력 없는 무난한 공산품 같은 느낌이 강해서 아쉬움이 크구요.

 소재에 집중해서 파고든 쪽으로는 좀비 쪽이 낫습니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뭔가 시놉시스에서 기대함직한 걸 정직하게 보여주려고 애쓴 영화였어요.

 그래도 뭐, 어쨌거나 '본격 뱀파이어물'을 파운드 푸티지 형식으로 만들어낸다는 발상의 신선함과 막판에 벌어지는 몇몇 액션씬의 준수함 덕분인지 사람들의 평가는 꽤 괜찮은 편인 것 같고. 본격 호러보단 그냥 호러삘의 액션물로 생각하고 본다면 괜찮을 수도 있긴 해요. '크로니클'의 뱀파이어 버전이랄까요. ㅋㅋ

 결국 그냥 큰 기대 없이 시간 죽일 B급 영화 중 하나... 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전 추천은 안 할래요.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었으니까요.




 + 주인공 데릭 리 역을 맡으신 배우는 데릭 리라는 이름의 배우이고 이 영화의 연출도 맡았습니다. 주인공 친구 '클리프' 역을 맡으신 배우는 클리프 프라우스라는 이름의 배우이고 이 영화의 연출도 맡았구요. 둘이 각본도 함께 썼네요. 어렸을 때부터 오랜 친구라는 설정도 실제 본인들 이야기인 듯 싶구요.



 ++ 위키를 찾아보니 총 제작비는 31만 달러 정도. 본인들 돈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가족과 친구들에게 끌어 모았다는데 북미 흥행 기록이... 10만 달러였습니다. ㅠㅜ 그래서 그런지 이후로 8년간 두 분 다 아무런 소식이 없군요. 허허... 그래도 비평적으론 꽤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체스 영화제 같은 데선 상도 받았는데요. 여기저기 vod 판권 판 걸로라도 조금은 흑자를 보셨기를 기원해 봅니다.



 +++ 국내 번역제인 '엔드 오브 디 어스'는 사실 꽤 근본이 있는 번역제목입니다. 극중에서 주인공들이 여행 영상을 올리기 위해 만든 사이트 이름이자 그들의 프로젝트명이 '엔드 오브 디 어스' 거든요.



 ++++ 진짜 바보 같은 얘기 하나. 사실 전 이 영화 시놉시스를 대충 읽고 재생하는 바람에 주인공이 좀비가 되는 이야기인 줄 알고 봤습니다. 그래서 중반쯤에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반전을 혼자 체험하며 자학을 하는 시간을... ㅋㅋㅋㅋㅋㅋ



 +++++ 어제 봤던 좀비 영화는 '낯선 사람이 건네는 음식 같은 거 입도 대지마!' 라는 교훈을 담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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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관광지 같은 데서 만난 낯선 사람과 함부로 섹스하지 말라는 교훈을 전해줍니다.

 따지고 보면 호러 장르만큼 교훈으로 가득한 장르가 별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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