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8521.html

 

안그래도 출근길에 춥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 기사를 보니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집니다. 그나마 취업해서 월급받으러 나오는 직장 출근길도 이렇게 추운데, 고(공)시생들의 겨울은 얼마나 더 추울까요. 아, 물론 대형 오피스텔에서 나와 외제차 끌고 고시학원으로 가는 럭셔리 고시생들도 있다고는 합니다만ㅋ.

 

기사 중간에 보면 "노량진에 가면 인간관계를 다 끊어야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글쎄요... 생각해보면 주변에 고시생이 꽤 많았습니다만, 저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제가 가끔 고시촌에 가 고기 사주며 "오늘 고깃값은 스폰서쉽 계약금"이라고 농담했던 친구들은 다 떨어지긴 했습니다. 지금 제가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중에 고(공)시를 붙은 사람은 사법시험에 붙은 한 명이 유일한데, 그나마 시험 준비 기간에는 저랑 연락할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에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모르겠네요. 기사에 주로 언급되는 건 흔히 말하는 고시도 아니고 7급, 9급 공무원 시험인데, 거기에서도 인간관계를 다 끊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 정말 저같은 사람은 그런 시험 안치길 잘했습니다. ㅡㅡ;  물론 실제로 도전하지 않은 이유는 능력부족. 커트라인이 100점에 가깝다는 말을 듣고나니 못치겠더군요. 덜렁거리는 성격에다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어서("내가 이런거까지 알아야해?"라며 시험범위를 맘대로 정하는 타입ㅋ) 아무리 쉬운 시험을 쳐도 90점 언저리에서만 노는 인간 ㅠㅠ

 

전에 어떤 분이 "지금껏 나라의 성장동력이 되어왔던 이공계를 학생들이 기피하고, 죄다 고시로 몰려가는 현상을 개선하지 못하면 정말 큰일날 거다. 그 똑똑한 친구들이 고시 붙어서 고위공무원 되어봤자 뭐할 거 같냐? 새로운 성장동력은 공무원에게서 절대 안나온다. 오히려 새로운 시도에 대해 행정적으로 태클이나 걸기 쉽고, 그냥 현상유지나 해주면 다행이지. 그렇게 똑똑한 친구들이 필요한 곳이 아닌데 말이야." 하셨는데, 어느 정도 일리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만 생각하면... 지금 젊은이들이 고시로만 몰려가는 걸 누가 탓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가장 유력한데다 공정하기까지한 인생역전 수단인데다(고시생들 사이에서는 고시제도 유지에 기여한 유명환 장관 부녀 동상이라도 세워줘야 한다는 농담이...), 이공계 가서 그 잘난 성장동력 만들어봤자 얼마 못 가 짤리고, 경험을 살려 재취업하려 해도 기술 유출로 고소당할까봐 그것도 못하고, 그렇다고 짤린 후에 니나노 놀고 먹을 수 있는 복지국가도 아닌데 말입니다. 에효.

 

쓰다보니 궁금해져서 마무리는 설문. 보통 3대 고시라고 하는 사법, 행정, 외무고시에 붙은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이거야 범위를 잡기 나름이니... 흠.. 전화해서 "나야~" 혹은 "저예요~" 라고 할 수 있는 정도? "저로말할 것 같으면 댁과 같은 학교를 다녔던 김모 라고 하는데 혹시 기억 하시는지..." 말고요) 그 사람 공부할 때, 정말 인간관계가 아예(혹은 거의) 끊어졌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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