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7 00:02
- 2002년작입니다. 장르를 뭐라 해야 하나... 그냥 사극이고요. 사무라이가 나오고 칼 싸움도 나오는 '드라마'라고 해두겠습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5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빨갛고 굵고도 큰 폰트로 적힌 저 말... 영화에 안 나옵니다. 그런 영화 아니에요. ㅋㅋㅋ)
- 전 역사를 잘 모르고 일본 역사는 더더욱 모릅니다만. 대략 사무라이의 시대가 끝나가던 시절의 일본입니다.
이 '사무라이'라는 존재의 실체가 전세계적으로 펴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건 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만. 암튼 우리의 주인공인 사무라이 '이구치'씨는 그냥 공무원입니다. 업무는 창고 관리이고 다만 검술을 익혔고 칼을 차고 다닌다 뿐이죠. 이 영화의 간지나는 제목인 '황혼의 사무라이'는 이 분의 별명인데,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저 매일매일 칼퇴를 해서 '황혼'에 집에 가기 때문... ㅋㅋㅋ
그런데 이 분의 칼퇴에는 슬픈 사연이 있어요. 아내가 폐병으로 얼마 전에 죽었는데, 몇 년을 앓던 통에 집안 재산 다 털고 빚까지 엄청 져버렸거든요. 가뜩이나 박봉의 하급 사무라이인데 이런 일까지 치렀으니 당연히 돈이 없겠죠. 근데 집에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토끼 같은 어린 딸 둘이 있단 말입니다. 도저히 하급 사무라이 월급만으론 생계 유지가 안 되어서 얼른 퇴근해 집에 가서 부업을 해야 합니다. 아아 눈물. ㅠㅜ
그러던 어느 날, 자기보단 훨 잘 나가는 절친 사무라이의 미야자와 리에를 꼭 닮은 미모의 여동생 때문에 뭔가 일이 꼬여서 지체 높으신 분과 결투를 벌이게 되고. 이 결투에서 보여준 압도적 실력이 소문나면서 우리 생계형 사무라이 '황혼' 이구치 선생의 소소한 일상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착한 아빠와 착한 큰 딸과 착한 작은 딸)
- 가끔은 보고 나서 정말 할 말이 없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너무 못 만든 영화는 여기에 해당이 안 되죠. 그런 걸 보고 나면 신나게 A4 몇 페이지 분량으로 떠들 수 있어요. 제 글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그런 영화를 보면 늘 신나서 장문의 후기를... ㅋㅋ
그냥 지나치게 무난하기만한 영화... 들이 일단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딱히 단점은 없는데 크게 칭찬할 만한 것도 없고, 뭔가 포인트가 될만한 게 없으면 수다 떨기가 힘들어요.
마지막으로, 평이한 스토리와 설정을 깔고 있는데 되게 흠 잡을 데 없이 잘 만든 영화... 를 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저같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흠 없이 깨끗하게 잘 만들어 버리면 그 '잘 만듦'을 풀어서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저 '와... 재밌네. 영화 좋네.' 라고 말하고 나면 할 말 종료. 그래서 뭐가 좋은데? 라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 뭐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를 보고 나서 그런 기분이었구요. 오늘 본 이 영화를 보고 난 지금도 비슷한 기분입니다.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을 못 하겠네요. ㅋㅋㅋㅋ
(미야자와 리에를 꼭 닮으신... 은 그만두겠습니다. 그냥 미야자와 리에 맞습니다. 당시 30세였네요.)
- 2002년 영화이니 뭐 20년 가까이 흐르긴 했어도 그 때 역시 21세기였잖습니까. 특히나 그 때면 세계적으로 좀 장르를 꼬고 비틀고 하면서 확 튀는 컨셉을 잡는 영화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을 보면 딱 그런 식으로 만들기 좋은 설정이에요. 생활고에 시달리는 궁상시런 사무라이라니, 딱 개그 코드로 잡아서 전개하기 좋은 이야기 아닙니까. 혹은 사무라이가 사라져 가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되게 처절하고 냉혹한 분위기로 '사무라이 느와르' 비슷한 걸 만들어도 괜찮았겠죠. 근데 이 영화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그냥 평범하고 온화하고 선량한 톤으로 가요.
일단 주인공의 캐릭터의 역할이 큽니다.
우리의 이구치 선생께선 참 성실합니다. 선량합니다. 정의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예의바르고요. 겉멋도 없고 쓸 데 없이 스케일 큰 세상 걱정 같은 것도 안 하구요. 수다쟁이는 아니지만 말도 조리 있게 잘 하죠. 자식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낍니다. 그리고 뭣보다 자신의 현실에 대해 큰 불만이 없어요. 가난하고 힘들지만 어쨌든 먹고 살고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도입부에서 이 양반의 일상을 한참 시간 들여서 보여주는데, 아니 이 가족은 진짜로 행복해 보입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그 구경이 재밌어요. 별다른 유머 코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보고 있으면 훈훈하고 흐뭇해서 기분이 좋아져요. 뭡니까 이게. 누가 사무라이 영화에 이런 걸 기대하나요. ㅋㅋ
그래도 두 시간 동안 이런 것만 보여주다 끝낼 순 없으니 몇 가지 갈등과 사건들이 투입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살짝 흔한 일본 소년 만화들 비슷한 전개를 구경하게 되죠. 우리 주인공은 사실 실력을 숨긴 절정의 고수였고. 절대로 그걸 티내고 과시하고 싶지 않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고. 그랬다가 그로 인해 더 큰 일에 휘말리고. 역시나 원치 않은 임무에 강제로 끌려 나가서 실력을 발휘... 뭐 이런 패턴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사실 애들 보는 배틀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전형화된 장르적 전개이고 이걸 어떻게 비틀거나 변형하려는 시도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만. 초장에 진중하게 잘 잡아 놓은, 그리고 이미 정이 듬뿍 가게 된 상태의 캐릭터들과 특별한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출 덕에 '뻔한 장르물'을 본다는 느낌 전혀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몰입이 됩니다. 이게 참 훌륭한 거죠. 원래 뻔한 전개의 뻔한 장면들은 아무리 영화가 재미가 있어도 몰입이 되진 않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그게 돼요. 아 제발 죽지 마. 다치지 마. 가족 곁으로 돌아오라고!! 이런 생각들을 하며 봤단 얘기죠.
- 그런데 그러한 전개 속에서도 칼부림 액션은 메인이 되질 못해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부턴 이제 로맨스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칼부림은 모두 (사실 두 번 밖에 안 나옵니다 ㅋㅋ) 둘의 로맨스를 위해 존재해요.
그러니까 그 미야자와 리에와 똑같이 생긴 친구 여동생과 주인공이 썸을 타는데... 둘 사이엔 참 장애물도 많습니다. 집안 레벨도 다르고, 그래서 경제력 차이도 무시 못하고, 또 주인공에겐 나름 극복하기 어려운 과거지사도 있구요. 근데 두 캐릭터 다 모두 너무 예쁘(...)고 또 서로 잘 어울립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사귀어라! 사귀어라!!" 이러면서 봤어요. ㅋㅋㅋ 것 참 누가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걸 기대...;;
(이런 걸 잔뜩 보면서 당황하게 되실 겁니다. 생계를 위해 큰 딸과 함께 가내수공업으로 새장 제작 중이에요. ㅋㅋㅋ)
- 아. 그렇다고 해서 액션이 소홀한 건 또 아닙니다.
딱 두 번(엄밀히 말하면 2.5번 정도...) 밖에 안 나오지만 두 장면 다 공들여서 잘 연출되었어요.
여기까지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쉽게 짐작하시겠지만, 액션도 대략 현실적인 스타일로 연출이 되는데. 그 '현실적인' 선 안에서 최대한 보는 재미를 뽑아낸 느낌이 듭니다. 일반적인 사무라이들과 다르게 짧은 검을 주무기로 쓰는 주인공의 검술 스타일이 디테일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잘 묘사가 되구요. 이 영화 전체가 그렇듯이 과도하게 폼을 잡지 않으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현실 세계에 검술 고수란 게 존재한다면 저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기분이 들도록 참으로 '적당히 멋지게' 잘 보여줍니다. 많이 나오질 않아서 그렇지 검술 액션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장면들 자체는 대부분 만족스럽게 보실 거에요.
- 음... '할 말이 없다'라고 서두에 적어 놓고선 또 뭘 한참 끄적거려 버렸습니다만. 이제 정말로 할 말이 떨어졌으니 마무리하겠습니다.
소탈하면서도 의로운 사람이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서도 계속해서 인간적으로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꽤 훌륭한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고, 거기에 꽤 괜찮은 검술 액션도 곁들여져 있구요.
그냥 간단히 말해서, 저는 사극 싫어하고 특히나 현실적인 톤의 사극을 싫어하고 훈훈한 인간 드라마를 잘 안 보며 로맨스물에도 취향이 없는 사람인데도 재밌게 봤어요. 그러니 이런 장르가 취향에 맞으시는 분이라면 훨씬 재밌게 보실 거라는 생각이 들구요.
시작에서 했던 얘기지만 '그냥 참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예고편이라도 한 번 보시고 어지간히 본인 취향이 아니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면 그냥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어차피 넷플릭스에 있으니까요. 맘에 안 드시면 가볍게 제 욕 하신 후에 끄시면 됩니다. ㅋㅋㅋ
+ 미장센이 참 좋습니다. 제가 소감글에 이런 아는 척하는 용어 잘 안 쓰는 사람인데 이 영화는 보면서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허투로 잡은 장면이 정말 하나도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화면들이 참 차분하게 예쁘고 멋져요.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은 많이 봐도 일본의 전통 문화 아이템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자기 분열적인 사람인데요, 영화 특성상 그런 전통 문화 아이템(?)이 내내 화면에 그득한데도 거부감 없이 잘 봤습니다.
++ 깜빡했는데, 영화 내내 주인공 딸이 나이를 먹은 캐릭터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옵니다. 되게 사람 좋은 할머니 같은 톤의 목소리인데, 그래서 이 영화의 훈훈하고 선량한 느낌이 더 파워업하는 느낌이더군요.
근데... 생각해보면 좀 웃겨요. 알고보면 우리의 주인공님은 엄청 수다쟁이였던 거죠. 뭐 직접 겪은 것도 아닌 별별 일을 다 알고 있어!!! ㅋㅋㅋ
+++ 너무 칭찬만 하고 있어서 스스로 좀 부담스러워집니다만. 암튼 참 일본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순수하게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은 게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그렇죠. 요즘들어 부쩍 더 잘 나가는 한국 영화들에 비해 많이 초라해진 일본 영화판입니다만. 원래는 거의 압도적이다... 싶을 정도로 거장들이 많았던 게 일본 영화판이었죠. 근데 어쩌다 이렇게 갑자기 훅 가버렸는지 참.
++++ 제목인 '황혼의 사무라이'는 당연히 중의적 표현이겠습니다만. 원제는 '황혼의 세이베이'라는군요. 세이베이는 주인공의 이름이구요. 근데 뭐 그래도 중의적으로 쓰인 건 맞을 거에요. 주인공은 결국 그 시대의 마지막 사무라이가 되고, 딸은 사무라이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거든요. 영어 제목도 'The Twilight Samurai'이기도 하구요.
+++++ 근데 전 이 시절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이 헤어스타일이 참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됩니다.
그나마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선 늘 미끈미끈하게 그려 놓으니 차라리 나은데, 영화로 이걸 이렇게 리얼하게 보니 참... ㅋㅋㅋ
아니 근데 영화도 마찬가지로 그냥 미끈하게 밀어주고 찍으면 되는 거였잖아요. 리얼함을 위해 일부러 이런 걸까요.
2021.06.27 00:33
2021.06.27 11:03
셋 다 검색을 해봤는데... '가족은 괴로워'는 뭔가 좀 혼란스럽네요. 한국 개봉제가 괴상하게 되어 있어서 헷갈려요. ㅋㅋㅋ 결국 vod의 썸네일로 판단하건데 1편은 볼 방법이 없고 2편만 vod로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뭐 일단 동경가족이랑 작은집을 먼저 보는 걸로. 추천 감사드려요!
2021.06.29 00:35
제가 본건 '가족은 괴로워 2편' 이었고, '동경가족: 두 번째 이야기' 가 있는데 영화소개를 바탕으로 가정해보면 이것이 사실은 '가족은 괴로워 1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공교롭게도 '동경가족'부터 '가족은 괴로워'까지 약간의 변주를 제외하곤 가족구성원을 연기한 배우들이 같아서였기 때문에 그런것 같네요. 같은 배우에게 같은 역할을 맡겼지만 '가족은 괴로워'와 '동경가족'은 톤은 굉장히 다르고 이것이 또 무척 재미있는 지점이었어요:). 나중에 여유 되실때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2021.06.27 02:11
글 초반부를 볼 적에는 기대하고 다른 영환가부다.. 보지 말까? 하다가 역시 봐야겠단 생각이.
"사극 싫어하고 특히나 현실적인 톤의 사극을 싫어하고 훈훈한 인간 드라마를 잘 안 보며 로맨스물에도 취향이 없는" 저도 잘 볼 수 있는 거겠죠?
제가 사극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킹덤도 안봤..; ( 사극 싫어함 > 좀비물 좋아)
우리에게 익숙한 스테레오 타입 사무라이 캐릭터가 아닌 그야말로 평범한 사무라이와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한 시트콤도 있답니다. 고양이 사무라이라고. 결코 추천하지 않아요! 전형적인 사무라이 같이 생긴 인물이 허당 짓을 하는 시시한 재미가 있긴 한데, 정말 시시한데다 노잼.. 고양이 때문에 봤네요.
(조금 딴 얘기)
제가 좋아하는 폼포코 애니도 그렇고 전부터 일본 만화들을 보면 자국의 신화나 민담, 설화들을 컨텐츠에 참 잘 녹여낸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마테라스나 오니, 인간으로 변신한 너구리니 하는 것들 말이죠. 웹툰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한국은 신과함께 정도만 떠오르네요. (옛날 만화로 강경옥의 두사람이다가 있네요. 영화가 망했다니 너무 아쉬워요-로이배티님 좋아하시는 괴작일지도? 원작은 아주 좋았는데) 드라마 쪽이야 민담, 설화는 전설의 고향이 이미 다 해먹긴 했지만요. 암튼 말씀하신 일본 전통문화 아이템은 복식이라든가 생활양식 같은 것들일테지만 그것도 저는 좀 재밌고 흥미롭더라구요. 교겐같은 것도 찾아보고(음양사의 노무라 만사이상 때문이지만).. 어? 어떻게 마무리하지.. 암튼 재밌겠다구요 ㅎㅎ
2021.06.27 11:13
일단 함 보세요. 원래 영화나 게임이란 게 본인 취향이 압도적이지만... 가끔은 그 취향을 극복해줄만큼 괜찮은 물건들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제게는 이 영화가 그랬습니다. ㅋㅋ
고양이 사무라이는 그 제목과 소재 때문에 웹상에서 화제가 되는 걸 목격했는데, 고양이만 화제가 되고 아무도 영화 얘길 안 하길래 잊어버렸죠. 말씀을 보니 잊어버리길 잘 한 듯.
그리고 강경옥을 언급하시다니 노리님 역시 배우신 분!!! ㅋㅋㅋㅋ 아뇨 그냥 제가 한때 강경옥 빠였거든요. '두 사람이다'도 만화책은 당연히 재밌게 봤는데 영화는 듀나님 리뷰를 읽고 깔끔하게 관람 포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맞아요. 일본이 그런 걸 참 정말로 잘 하죠. 어제 이 영화 보면서 사무라이들 뛰어다니는 걸 보니 아 왠 릭돔들이 뛰어다니네...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ㅋㅋ 그게 애초부터, 아주 먼 옛날부터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들을 봐도 온통 다 일본 신화, 일본 문화를 업데이트한 소재들이 가득하고 이 양반의 동시대 작가들 만화들을 봐도 비슷한 경우가 많구요. 한국 대비 아예 일찍부터 이런 대중문화 시장이 자리잡은 덕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칭찬할만한 부분인 건 분명하지요.
2021.06.27 08:42
2021.06.27 12:02
영화 보고 나서 감독 정보 검색하다가 놀랐어요. 말씀대로 거의 화석, 실라칸스급 연세에 경력인데 살아 있는 걸로도 모자라서 올해 신작이 나온다고 하니. ㅋㅋㅋ 마지막 부분 말씀이 되게 와닿네요. 그냥 성실하게 살았는데 괴인, '일본식 장인'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타국에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이름이 알려지진 않은 편이어서 더 괴인스런 느낌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의 기록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다 혼자서 연출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ㅋㅋㅋ
2021.06.27 09:53
이발비가 많이 들어요. 동료 칼퇴 사무라이 <칼에 지다> 주인공도 같은 꼴입니다.
2021.06.27 12:03
현실에선 그랬겠지만 이건 영화 아닙니까. ㅠㅜ 면도 좀!! 관객들 거슬린다구요!!! ㅋㅋㅋ
2021.06.27 09:54
그건 그렇고 한국에는 [황혼의 사무라이]만 수입됐습니다만, 이게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야마다 요지 감독이 같은 영화를 두 번 더 만들었어요. 사무라이의 칼솜씨가 중요하지 않게 된 변화의 시대에 눈에 띄지 않는 공무원으로 살아가던 소시민 사무라이가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게 되고, 그 사무라이가 사랑하는 여자와의 관계가 핵심에 놓여 있다는 구조가 완전히 똑같죠. [황혼의 사무라이]가 이미 완성해 놓은 성공 공식을 답습한 동어반복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실은 저는 두 번째 작품인 [비검 오니의 손톱 / 隠し剣 鬼の爪]이 더 좋더라고요. 일단 마츠 다카코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목에 나오는 "비검 오니의 손톱"을 비롯해 비장의 검술 테크닉들이 등장한다는 게 좀 더 소년 검술 액션물스럽기도 하고(하지만 물론 [황혼의 사무라이]와 마찬가지로 액션 중심은 아닙니다), 봉건 관료제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에도 좀 더 날이 서 있고, 야마다 요지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앗' 하게 되는 근사한 카메라 움직임도 있었거든요. 반면 세 번째 작품 [무사의 체통]은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인데 도입부의 설정은 제일 흥미로웠지만(주군의 식사를 미리 맛보는 일을 담당하던 관리인 주인공이 식중독으로 실명합니다) 같은 구조를 세 번째 반복하다 보니 역시 힘이 빠지는 데다 이 작품의 남녀 관계는 여자의 정조라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어서 아무래도 고리타분했고요.
하여간 [황혼의 사무라이]가 괜찮으셨으면 [비검 오니의 손톱]까지는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아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2021.06.27 12:56
일본 영화는 참 구해서 볼 수 있는 게 적어서 보고픈 게 생기면 피곤합니다. ㅠㅜ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도 온통 최근작 밖에 없고... 암튼 기회가 된다면 꼭 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2021.06.27 13:44
2021.06.28 11:38
너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무사'라는 느낌 드는 장면이 몇 번 안 나옵니다. ㅋㅋㅋ 근데 이게 당연하겠죠. 사실 이 영화 속 칼솜씨만 해도 실제에 비하면 넘치도록 과장된 거겠구요.
일본 사극도 단정하고 예쁘게 찍은 영화들에선 뭐 그렇게 나옵니다만. 제가 그런 영화에 취미가 없어서 맨날 구질구질한 것만 보네요. 7인의 사무라이라든가... ㅋㅋㅋㅋ
2021.06.27 16:14
이분 얘기를 안 하시다니. 그러면 섭섭합니다.
'메종 드 히미코'(오른쪽 사진)에서 처음 봤어요. 그때도 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검색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쟁쟁한 무용가 선생이십니다. 음 위에 감독님 정보도 그렇지만 일본 문화계의 노익장이란.
2021.06.28 11:40
기럭지가 어엄청 좋고 움직임이 간지가 나더라구요. ㅋㅋ 프로 무용수라고 하니 납득!
저도 별 기대없이 주연배우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말씀처럼 어디하나 허투루 된 곳이 없이 꼼꼼하고 정갈하게 만든 훌륭한 영화였어요. 로이배티님의 감상기를 보니 무척 반가운 마음이네요. 같은 감독의 동경가족이나 가족은 괴로워, 작은집도 혹시 보지 않으셨다면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