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략의 전개를 예측 가능한 정도의 아주 약한 스포일러는 가능합니다. 


- 사실 시즌5는 건너 뛰었습니다. 일반적인 평가도 별로였고 소재나 이야기의 얼개도 제 취향이 아니길래 굳이 볼 필요 없다 싶었죠. 암튼 그래서 시즌6의 몇 가지 변화점들이 시즌5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잡담입니다. 


- 이번 시즌이 맘에 들었던 건 여러모로 변화를 시도한 '나름' 도전적인 시즌이어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드디어 13화 구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10화로 짧아졌습니다. 에피소드 하나도 50분에서 40분 남짓 정도로 짧아졌구요. 매번 시작은 좋다가 뒷심 부족으로 허탈해지던 시리즈였으니 좋은 선택이었죠. 
 
 극중 극과 결합된 파운드 푸티지 형식과 같은 나름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디어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아이디어도 아니고 또 그게 최종적으로 구현된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그동안 '호러 소재의 막장 드라마' 느낌으로 흘러가던 시리즈가 처음으로 정말 호러다워지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느낌이라 대견했(?)습니다.
 
 호러 효과도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전까지는 걍 '구제불능 돌아이가 칼 들고 아무 데나 쳐들어가서 아무렇게나 막 설친다'는 설정에다가 무턱대고 강한 고어 장면을 넣는 게 호러 느낌의 전부였다면 이번 시즌에는 (초반 한정이지만) 나름 불길한 전조를 깔고 긴장감을 조성한다든가,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 심적으로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라든가... 하는 평범한 호러 영화들의 연출을 나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보였고 그게 또 나름 잘 먹혔어요. 덕택에 초반 다섯 에피소드 정도는 역대급으로 괜찮았습니다.


- 그리고 이번 시즌이 별로였던 건 역시... 평소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다운 부분들이었죠.

 에피소드를 열 개로 줄였음에도 여전히 뒷심이 모자랍니다. 전반부의 재연 드라마 부분은 정말 꽤 했는데 내용상 2부쯤 되는 리얼리티쇼 파트는 그냥 대충 만든 고어-슬래셔 무비 느낌. 하필 제가 싫어하는 고문 포르노 스타일 장면들의 비중이 커서 더 별로였구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늘 그랬듯이 억지 전개로 급마무리 해버리더군요. 특히 후반부에 출동하는 신캐릭터 1+3인은 그냥 어떻게든 전작 배우들 출연시키면서 한 회 분량 더 늘이기 위한 어거지 느낌이 완연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21세기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막판의 대충대충 사태 수습이 더더욱 허황되게 느껴졌구요.

 제가 바로 직전에 본 시즌4의 주인공들이 대체로 감정 이입이 가능한 사람들이었던데 반해 이 시즌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정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불쾌하고 짜증나는 사람들이라기 보다, 그냥 딱히 감정 이입하고 정을 줄만큼 캐릭터가 구축된 인물들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상으로 분명히 돈 벌기 위해 선정성에만 매달리는 미디어 종사자들, sns에 쓸 데 없이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풍자 같은 걸 시즌의 주제로 의도하고 있는데 그 묘사들이 너무 얄팍하고 과장이 심해서 하나도 안 먹혔다는 거.

 그리고 전통의 문제점인 작가 맘대로 편하게 등장해서 작가 편할대로 활동하는 유령들.

 음... 뭐 그냥 꽤 준수한 전반부 이야기에다가 그거랑 똑같은 분량의 사족을 붙여 놓은 것 같은 시즌이었습니다. 아예 그냥 7화 정도로 압축해버렸음 훨씬 나았을 듯.



- 어쨌거나 전반부가 꽤 괜찮아서 그 동력으로 끝까지 후닥닥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이 다음 시즌인 시즌7은 시리즈 최초로 초자연 현상이 아예 안 나오는 이야기라는데,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또 어차피 넷플릭스에 있는 마지막 시즌(처음에도 적었듯이 시즌5는 볼 생각이 없습니다)이기도 해서 일단 시작을 해 보려고 합니다. 간만에 해 보는 폐인 생활이니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그냥 끝장을 보는 걸로. ㅋㅋㅋ



사족으로.

이 시리즈 작가들은 '칼 들고 서 있다가 단번에 목 그어 버리기'를 참 좋아합니다.
전 시즌 통틀어서 이렇게 죽은 캐릭터들 숫자를 세어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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