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오지랖)

2019.08.10 14:37

안유미 조회 수:530


 1.요즘은 29와 만났어요. 29는 최근 만난 여자와 잘 되어 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전략을 짜다가...잘 안되는 중이었어요. 사실 연애는 내 전문이 아니지만 꼰대들은 잘 모르는 분야에도 당당하게 오지랖을 시전하니까요. 29가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썼던 전략을 이리저리 들어보니 좀 아닌 것 같았어요. 29가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연애 전략이 말이죠.


 이게 내 생각은 그렇거든요. (가벼운)연애를 하는 건 1인 광고회사를 차리는 것과 같아요. 자신이 자신을 pr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니까요. 



 2.이유는, 대부분의 남자는 브랜드가 아니거든요. 샤넬이나 에르메스같은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가 필요하단 말이죠. 예를 들어 원빈이나 이재용이라면 스스로를 광고할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보통 남자들은 압도적인 외모나 압도적인 생산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광고를 해야만 해요. '먼저 다가가야'한단 말이죠.


 이유는 이거예요. 조금 괜찮다 싶은 여자에게는 이미 내가 모르는 여러 남자들이 대쉬하는 중이거든요. 그녀와 진지하게 사귀어 보고 싶은 녀석, 그녀를 그냥 한번 어떻게 해보고 싶은 녀석들이 나름대로의 전략을 짜서 그녀에게 대쉬하고 있단 말이죠. 그게 좋은 대쉬든 구린 대쉬든, 대쉬를 한다면 적어도 그녀에게 노출되고 인식은 돼요.


 그런 사례들을 보고 나니 예전과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좋은 광고를 하는 것-광고를 아예 안하는 것-구린 광고를 하는 것 순으로 나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품이란 건 그래요. 소비자가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인 게 제일 나쁜 거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좋은 광고를 하는 것-구린 광고를 하는 것-광고를 아예 안하는 것 순으로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광고를 안 할 바에는 그냥 구린 광고라도 하는 게 좋다고 말이죠.



 3.그래서 29에게 말해 봤어요.


 '이봐 형, 그건 좋지 않아. 형이 하고 있는 건 '차별화'가 아니야. 그냥 '망각'이지. 형은 지금 차별화된 광고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광고를 안 하고 있는 거라고. 내가 보기에 지금 이 여자 주위를 맴돌고 있는 놈들이 적게 잡아도 5명이야. 적어도 걔네들은 이 여자에게 노출은 되는 중이지. 형이 계속 이렇게 가면 그 여자는 형을 인식하지도 못해. 있는 지도 모르는 상품을 살 수는 없는거라고.'


 그야 내가 29를 형이라고 부르는 거에서 알 수 있겠죠. 한국 사회에서 나이어린사람의 말 같은건 별로 상대에게 닿지 않아요. 29는 '내 방식대로 하겠어'라고 대답했어요.



 4.휴.



 5.저번에는 차이나를 만났어요. 차이나는 과중한 업무와 접대 탓인지...연예인에 가깝던 외모가 연예인에서 조금 멀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꼰대질을 좀 했어요. 운동을 해야 한다고요. 사실 차이나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회사에서 늘 꼰대질을 당하는 편일 텐데...꼰대질을 해놓고 생각해 보니 좀 미안했어요. 나라도 꼰대질을 좀 하지 말걸 하고요.


 하지만 뭐, 꼰대들은 그렇거든요. 이미 해버린 꼰대질은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철학이 있죠.



 6.요전에는 다시 차이나를 만났어요. 잠깐 사이에 차이나의 몸이 제법 커져있는 걸 보고 움찔했어요. '몸이 뚱뚱해진'것과 '몸이 커진'것은 다른 거니까요. 운동을 좀 했다고 말하는 차이나에게 말해 봤어요.


 '우리들은 무조건 운동을 해야만 해. 일단 나같은 사람의 경우엔 그렇거든. 외모가 별로 안 좋은 사람이 운동을 하는 건 줄을 긋는 것과 같아. 호박에 줄을 긋는 거지. 수박처럼 보이기 위해 말이야. 그리고 네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너는 원래부터 수박으로 태어났거든. 모처럼 수박으로 태어났는데 그 줄이 흐려지도록 내버려두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야.'


 '큭큭,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차이나를 보니 그래도 꼰대질보다는 덕담에 가까운 말을 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생각해 보니 요즘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의 말이 오지랖으로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7.꼰대들의 특징은 사람을 만나면 괜히 위한답시고 훈수나 조언을 늘어놓는 거죠. 훈수나 조언같은 좋은 뜻을 지닌 단어로 포장된, 자의식의 발산에 가깝겠지만요. 요즘은 꼰대력이 점점 강해지는 건지 나도 그래요. 상대가 무언가를 겪고 있으면 한 마디 거들지 못해서 안달이 나죠. 그 분야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면서 말이죠.


 하긴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러는 걸지도 모르죠. 전문가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너무 잘 알거든요. 온갖 케이스나 온갖 변수를 감안하며 말을 하기 때문에 화끈하게 말하거나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어요. 함부로 정답을 말할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친단 말이예요. 그러니까 얼마든지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말해줄 수 있죠. 


 아마 이러니까 모모가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거겠죠. 꼰대질 안 하고 그냥 들어 주기만 하니까요. 하지만 뭐...너무 혼자서만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너무 상대편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미덕은 아니긴 해요. 대화란 건 번갈아 가며 하는 캐치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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