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한말씀을 듣고

2019.11.12 05:38

어디로갈까 조회 수:948

어제 보스의 특별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했습니다.  대화 중에  "그게 당신이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는 '세상이지~" 라는 말을 들었어요.  뭐랄까, 저의 한계를 돌아보게 한 말씀이라 잠을 자면서도 밤새 골똘했습니다. 

- 正
한 개인이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는 세상은 그게 어떤 세상이든, 어떤 관점에 의존한 것이죠. 어떤 관점이란 모든 관점이 아니기 때문에, 개개인이 생각하는 '세상'은 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세상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저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외골수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속한 세상에 만족하고 있는사람은 논외로 하고, 자신이 속한 세상에 익사해 위험한 지경에 이른 사람에 대해서만 '그사람은 힘든 혹은 나쁜 세상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그녀는 다른 세상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의문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反
중력은 뛰려고 하면 더욱 잘 의식됩니다. 걷거나 뛰는 행위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세상'이라는 것에도 중력은 작용되죠.  그리고 중력은 사람보다 먼저 있었 듯,  '세상'보다도 먼저 있기에, 아니 어쩌면 중력이 인간과 함께 세상을 만든 것이기에, 우리는 세상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 속으로 태어난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눈을 뜨고, 간신히 몸을 가누는 법을 배우고, 한 시절을 잘 걷고 달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자신의 세상이 몸과 마음에 들러붙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선택한다' 는 것은, 펼쳐져 있는 세상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세상을 선택한다고 믿는 동안에도 우리는 자신이 속한 세상의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을 뿐인 것입니다. 세상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한 부품으로서의 하루, 이틀을 살아낼 뿐인 거죠. 

- 合 (?)
두 대의 기차가 나란히 나아갑니다.
폭우가 쏟아져도 우산으로 견디며 길바닥에 부딪는 빗물의 미세한 무늬까지 다 세며  걷는 제가 있고, 말없이 긴 언덕을 하염없이 내려가는 - 삶의 흔적없음을 개관하는 - 제가 있습니다.
작은 인정이나 호의로도 삶의 조명이 한결 밝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긴 해요.  그러나 무게중심을 맞추기라도 하듯, '인생사에서 맹목 아닌 것, 허무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이 뒤를 이어 검은 진리인 양 빛을 냅니다. 
이런 양 극단에 대한 무의식적 왕복은 저로서는 맹목에 대한 경계이며 삶에 대한 경계이기도 한데, 공감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라......  (로 급 마무리.)

덧 :  https://www.youtube.com/watch?v=C4f6cYT5y9Y
포스팅하는 동안 이 음악을 들었어요. 팔레스트리나의 <사슴이 물을 찾듯 Sicut cervus> 
르네상스 시대 음악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격정이 싫을 때 저는 이런 음악을 들어요. 
종교음악은 의외로 자율적이면서 쾌락적이기까지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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