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지만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데 그게 뭐 의미가 있을지는...



 - 스티브 카렐은 아내 줄리언 무어를 사랑하지만 아내는 케빈 베이컨과 바람을 피우고 이혼해달라고 합니다. 카렐의 13세 아들은 자기 집에 오는 베이비시터이자 아빠 친구 17세 딸을 사랑하지만 그 딸은 자기 아빠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구요. 잘 나가는 플레이보이 라이언 고슬링은 술집에서 만난 엠마 스톤을 꼬시려다 참으로 드물게 실패하는데 엠마 스톤에게 이미 지루하고 센스 없지만 마음은 착한(?) 남자 친구 조쉬 그로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 후 혼자 살며 몇 안 되는 친구에게도 버림 받고 빡친 스티브 카렐은 맨날 혼자 술집에 가서 바에 앉아 술을 홀짝거리며 주변의 모두에게 아내와 아내의 새 남자 친구 욕을 하다 라이언 고슬링의 눈에 띄어 '내가 널 매력적인 남자로 만들어주마!'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피나는 지출(...)과 교육 끝에 첫 헌팅 상대로 마리사 토메이를 만나게 되는데...



 - 쟁쟁한 배우들의 이름이 눈에 확 띄는데... 이 정도 캐스팅에 이 정도 복잡한 인물 관계도라면 당연히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다 함께 얽혀 돌아가는 군상극스런 (그러니까 '숏컷'이나 '러브 액추얼리' 같은) 이야기를 짐작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스티브 카렐이 원탑 주인공이고 나머진 조연 내지는 단역이에요. 그나마 라이언 고슬링의 비중이 큰 편이지만 그래도 막판의 취급을 보면 '주인공'이라고 우기긴 어렵구요. 몇몇 배우들은 거의 카메오급의 안습한 비중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조쉬 그로반... 뭐 대단한 비중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뭐 한 시간이면 다 찍었을 분량인데다가 노래도 안 하더라구요. ㅋㅋ 옛날옛적 '앨리 맥빌'에선 그래도 에피소드 하나 주인공급 역할도 했었는데. 노래도 했었구요.


 근데 뭐 이게 단점은 아닙니다. 스티브 카렐은 다들 아시다시피 좋은 코미디 배우이고 여기에서도 잘 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캐릭터들과 그 사연이 별로 특별히 개성적이거나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냥 스티브 카렐에게 집중해버린 게 잘 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은 '제게는' 좀 미스캐스팅입니다. 배우가 뭘 잘 못 하는 건 없는데, 그냥 천하의 바람둥이, 말만 걸면 여자들이 다 훅훅 넘어오는 마성의 남자 역할... 과는 이미지가 너무 안 맞지 않습니까. ㅋㅋㅋ 차라리 스티브 카렐의 멀쩡하게 생겨서 탁월하게 매력 없는 동네 아저씨 역할의 젊은 버전 같은 걸 했음 더 설득력 있고 재미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 oldies님께서 이 영화를 제게 추천하시면서 '로맨스가 아니라 코미디로서 추천하는 거다!'라고 하셨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무슨 의민지 이해가 되더군요. 내용상 로맨틱(!)과 관련되는 부분들은 대체로 좀 엉성하고 성의가 없습니다. 아주 나쁜 건 아닌데, 다 조금씩 (가끔은 많이) 모자라요. 너무 뻔뻔스런 클리셰거나, 아님 신선함이 없거나요. 다들 아시다시피 로맨스물이란 건 워낙 흔해서 뭐 하나라도 차별화되고 신선한 장면이 있어야 느낌이 확 사는데 이 영화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대신에 그냥 코미디로서는 괜찮아요. 카렐이 워낙 잘 해주기도 하고, 또 설정부터가 되게 막장 아닙니까. 그 막장 설정에서 뽑아 먹을만한 아이디어들은 대체로 잘 건져내는 편입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좀 헐거운 느낌이라 이것도 되게 훌륭하진 않지만, 부분부분을 놓고 보면 꽤 웃기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어요.



 - 결론을 내자면 뭐... 그냥 적당히 키득거리며 보기 좋은 킬링 타임용 코미디 영화입니다. 스티브 카렐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비중에 큰 기대를 하거나 로맨스물의 매력에 중점을 두거나 하지 말고 기대치를 적당히 낮추고 보면 괜찮아요.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닌 애매한 결론이지만 애초에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영화입니다. 나름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게 다 이유가 있었... (쿨럭;)




 - 다 좋은데 스티브 카렐의 아들은 좀 너무 빌런이었습니다. 첫사랑에 빠진 13세의 주체할 수 없는 열정!!! 이라는 쉴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첫 장면에서의 행동은 너무 나갔어요. 한 번 그렇게 불편해지고 나니 끝까지 내내 불편하더라구요. 이야기의 마무리도 영 거시기했구요. =ㅅ=



 - 베이비시터의 아빠 역할 배우 얼굴이 낯익어서 검색해보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중 '프릭쇼' 시즌에서 살인마로 나왔던 양반이더군요. 왠지 보는 내내 그 사람 얼굴 잡힐 때마다 괴상한 기분이 들더라니...

 '드래그 미 투 헬'에서 주인공 인생 망쳐 놓는 동양인 남자 배우도 잠깐 나옵니다. 한 5초 정도? ㅋㅋ 미드나 영화 보다 보면 엄청 자주 나오는데 대부분 형사역이고 비중은 작아요. 박리다매로 생존 중이신 듯... 한데 뭐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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