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단역들 외.

2020.09.13 03:42

잔인한오후 조회 수:614

사람 얼굴을 보통 못 알아 보는데 몇 번 알아보고 재미있어서 글을 써봐요.


[부부의 세계]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가해자 청년(이학주)이 얼굴에 익었는데 [뺑반]에서도 나오더군요. 

그리고 나서 어쩌다 [협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되었는데, 손예진의 위기관리팀에 취직했더군요. ( 알고보니 맨 처음부터도 아니었네요. )

거기에 그 부서 페어로 나오는 사람은 [메기] 주연인 이주영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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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 낮익은 두 분이 다른 일 하고 있으니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빙글 돌아서 이 극에서 '민현주'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부부의 세계]의 '민현서'가 생각나더군요.

민현- 하고 요즘 -서로 끝나는 이름이 많으니까 겹칠수도 있겠지만.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이 사람이 저기 나오고, 저 사람이 여기 나오고 다 아시겠지만 저는 주연도 잘 기억 못하거든요.

그런데 요즘 아주 가끔씩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그 사람 아닌가 하면 맞출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아,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에서의 니키가 (보다 말았습니다만) [아메리칸 파이]에서 나오더라구요. 

쟤 니키 아냐? 하고 찾아봤다가 틀린 적이 많아서 이번에도 틀린건가 했습니다.


영화 많이 보고 시네필(?)이면 필모그래피를 쫙 외워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알아보는게 용한 단계에서 영영 못 벗어날 것 같습니다ㅋ.

저 같은 사람은 가상 캐스팅 같은건 꿈도 못 꿔요.


--


코로나 스트레스가 수용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도 글이 적당히 깨져서 써지지만 새로운 직장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한참일 때는 글도 거의 못 읽었는데,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좀 그런 압박 상태가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인의 말을 빌리면, 보통 보다 걱정을 미리 다 하고 나중에 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코로나로 인한 여러 시나리오들이 일상에 어떻게 체감될 지 대충 끝냈고 이젠 그런가보다 싶은 심정이네요.

대부분의 것들이 불의의 사고처럼, 개인이 어떤 태세를 취한다고 해서 그다지 바뀌는건 없는 것이고..

손을 꾸준히 씻고, 마스크를 쓰고, 접촉자들을 최소한도로 줄인다는 원칙 외에 크게 달라질 게 없어요.

집단으로선 삐긋하면 더 많은 제한이 가해지고, 의료자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어쩌면 포스트-아포칼립스 같은걸 경험할지도 모르지만.


--


그럴싸한 말을 하고 싶은 욕구란 무엇일까 생각을 해요. 허세겠죠.

책을 읽기만 하고 아무 곳에도 인용하지 않는다면, 그걸 누군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별로 읽고 싶지 않아요.

( 돈 버는 것은 논외로 하죠, 그건 일이잖아요. )

어쩔 때는 글로 된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로 싸울까?]를 읽다 말다 하는데,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다 읽기 전까진 인용하고 싶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선 너무 힘드니까 딱히 읽을 맛이 나지 않아요.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십 몇 페이지만 읽으면 다 읽는데도 몇 달이 흘러버렸어요.

시대에 적합한 구간들이 있는데 아마 영영 놔두게 생겼어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읽으면서 그걸 글로 인용해본 적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아예 안 읽히나 봐요. 올 해 들어서 매 달 샀는데도.


혈액암에 걸렸다 나았다길래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사 봤어요.

사실 그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왜 안 좋아했던지 기억이 안 나서 말이죠.

인터넷상에서 어떤 작가를 미워하기는 참 쉬워요. ( 돌이킬 수 없는 주제들이 있기도 하지만요. )

집에는 한윤형의 [미디어 시민의 탄생]도 있는데 기억에 그의 평판도 좋지 않아졌던 것 같아요. ( 다만 그도 이제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길 위의 인생]을 읽어가고 있어요.

아마 이것도 다 읽지는 못할 것 같아요. 보통 그런거죠.


그래도 이 책은 꽤 여러 영감을 줘요. ( 진하게는 제가 )


[페미니즘은 금세 작은 덤불에서 시작된 불이 되어 전국으로 번졌고 어떤 사람들은 똑같은 위험경보라고 보았다. 종교적인 우파 및 상당수의 주류에게 우리는 신, 가족, 가부장제를 거역하는 이들이었다. 좌파 및 일부 주류에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제기하는 것은 계층, 인종, 그 밖에 그들이 더 심각하다고 여기는 이슈들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남자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등에 대한 생각은 급속도로 전염되어 우파는 곧 페미니즘을 세속적인 휴머니즘과 신을 믿지 않는 공산주의와 함께 최고로 위험한 사상으로 등급을 매겼다. 미국의 주류는 여론 조사에서 평등에 관한 이슈들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일부 이슈들, 즉 성추행이나 가정 폭력 등은 여전히 그냥 '삶'으로 인식 되었다.] 


1970년대 이야기죠. 


이야기 모임으로 번역된 무언가가 2장의 주제인데, 대중연설을 피하던 스타이넘이 마음을 바꿔 서서히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요.

이는 1977년 휴스턴에서 있었던 전국 여성 회의로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죠.

여튼 이 근처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에서는 경청하는 것이 보일 수 없다는 거요. (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 )


이런 짧은 글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 부족한건 작가가 아니라 독자라고. 더 다양한 책들이 나오지만,

인터넷에서는 오직 말하는 장면들만 보일 수 밖에 없어요. 우린 글이 되니까요.

표현됨으로서 실체가 구성되니까. 마치 함께 있는 것과 전화 통화를 끊지 않는 것 정도의 괴리랄까요.


듀나의 [사라지는 사람들]을 다시 읽고 싶은 밤이군요.

늦었네요. 잠 못 이루는 분들도 잠이 오시길 바랍니다.


p.s.


정세랑의 어떤 책 제목은 쉼표로 끝나더군요. 누군가가 그 뒤를 이어서 써야 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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