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4년에 나왔으니 이제 70주년! 런닝타임은 1시간 3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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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흑백이어도 포스터는 컬러!!!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괜히 웃음이... 그리고 오른쪽 타이포 참 박력 넘치네요.)



 - 뭐 대충 어선 하나가 바다에서 괴상한 소리를 듣다가 침몰하구요. 그걸 수색하러 갔던 배도 침몰하구요. 자꾸만 침몰하구요. 사건 바닷가 마을 주민들 중 할아버지 하나가 '고지라가 노한 거야!' 같은 이상한 소릴 하구요. 그러다 급기야는 거대 공룡 모양의 괴물이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구요. 정부에서 조사하러 보낸 고생물학자 할배는 이게 놀라운 발견이라며 연구해 보자는 소리를 하지만 당장 사람들 죽어 나가는데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구요. 군대가 출동해서 고지라와 일전을 벌이지만 그게 잘 될 리가 없구요. 그런데 그 와중에 독일 유학파 젊은 천재 과학자 한 분의 비밀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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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1954년의 일본 영화다!!!)



 - 저번에 원조 킹콩을 봤으니 이번엔 원조 고지라.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봤습니다. 둘 다 OTT엔 없지만 올레티비 vod로 있더라구요. 화질은 준수한 편이지만 비율이 좌우로 좍 늘린 제 멋대로 와이드 버전이라 티비 설정으로 강제 4:3 비율로 만들어 봤습니다. 정확한 원조 비율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비슷하니까요. 암튼 한국 vod 사업자님들아 제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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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대략 이런 느낌으로 감상을 했단 얘깁니다. 보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구려...)



 - 1950년대 영화! 라고 하면 한국인들 입장에선 아 뭐 그런 게 있긴 했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본은 전혀 상황이 달랐죠. 이미 오즈 야스지로에 구로사와 아키라에 미조구치 겐지 등등 쟁쟁한... 이란 표현으로는 형용이 한참 부족한 감독들이 설치며(?) 서양 쪽에서까지 호응을 받던 시절이니까요. 근데 사실 저는 저 사람들 영화만 조금 알지 그 시절 평범한 일본 오락 영화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는데요. 그래서 이제사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놀랐습니다. 와 이게 50년대 퀄이라니;


 당연히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있습니다. 하필 고지라가 처음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장면이 대낮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말이죠. 산 너머에서 고개를 쏙! 하고 내민 고지라의 귀여운(?) 얼굴과 그 앞에서 연기하는 실사 배우들의 어색한 조합이 웃음을 유발합니다만. 그런 장면은 딱 이거 하나 뿐이고 이후엔 계속 밤중 아니면 물 속에서만 등장하는데, 덕택에 이런 어색 웃김은 전혀 없고 심지어 꽤 근사합니다.


 고지라의 거대함을 강조하기 위한 (그리고 특수 효과의 한계를 가리기 위한) '일부분만 보여주기' 장면들은 다들 자연스러우면서 또 실제로 그 위압감이 충분히 전달되로고 잘 연출되어 있구요. 사람이 수트 입고 연기하는 풀샷 장면들도 미니어처들 퀄리티가 상당해서 (물론 어두운 조명도 한 몫 하지만요) 감탄이 나옵니다. 다시 한 번, '와 이게 50년대 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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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정말로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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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 말씀을 경청하는 고배우님의 열정적 눈망울이 인상적입니다.)



 - 이야기도 상당히 잘 짜여져 있어요.

 정체불명의 무언가 등장 -> 실체를 파악하기 전까지의 몇 번의 사건 -> 패닉에 빠지는 대중들과 허둥대며 대책을 마련하는 윗분들 -> 윗분들의 대책 실패 -> 비장의 무기 등장 -> 클라이막스... 대충 이렇게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만. 다시 한 번, 이게 1950년대 크리쳐물이잖아요. 그 시절이 이렇게 딱 교과서적인 스토리 전개를 깔끔하게 보여준다는 것도 훌륭한 일이고. 또 이게 대체로 착착착 잘 진행이 됩니다. 완벽하진 않은데, 그래도 훌륭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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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아주 익숙한 명배우님이 뙇! 하고 나와주시지만 캐릭터가 영...)



 - 단점을 말하자면 뭐... 인간들 드라마가 영 시시하면서 대충 건성이란 느낌이긴 합니다. ㅋㅋ


 엄밀히 말하면 영화는 그 쪽에 진심인데 별로 와닿거나 진지하게 봐줄만한 느낌이 안 들어요. 대표적으로 그 고생물 박사님 말이죠. 당장 고지라가 난리를 치며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인간 세상이 파괴되고 있는데 "아 뭐 해결책은 모르겠지만 암튼 죽이면 안 된다고!!!" 라는 식으로 우기니 대체 이건 뭐하는 놈인가 싶구요. 또 결국 설명 셔틀 역할일 뿐 이야기에 거의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아요. 


 그리고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셋, 주인공 커플과 이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들이대는 천재 과학자님... 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주인공 커플은 말이 주인공이지 사실상 역할이 없다시피 하구요. 천재 과학자님은 "나의 연구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니 절대 비밀로 할꼬얌!" 이라고 버티다가 결국 협력하게 되는 캐릭터인데... 공감 가능성이 거의 저 고생물학자님급이에요. ㅋㅋㅋ 아마도 원자력 개발하다 핵폭탄 만들게 된 서양 과학자들의 모습을 비추고 싶었나 본데, 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저 커플이 과학자 설득하려드는 부분 분량이 기이할 정도로 길어서 영화가 후반에 급격하게 루즈해지구요. 클라이막스도 너무 약합니다. 당시 기술력과 예산 문제로 되게 화려한 무언가를 만들긴 어려워서 이랬나보다... 싶긴 한데요. 그래도 대괴수가 나와서 인간 세상 때려 부수는 영화인데 가장 큰 볼거리가 클라이막스보다 수십 분 전에 나와 버리면 그게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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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먼 훗날 '킹 오브 몬스터'에서 오마주 형식으로나마 부활해주십니다. 근데 저 안대는... 그냥 폼이었을까요. 아주 선량한 캐릭터인데요. ㅋㅋㅋ)



 - 좀 뻘한 얘기지만 보면서 뭔가 얄밉더라구요. 조선 말 혼란에 일제 강점기, 6.25 크리를 맞고 한국이 헤롱헤롱 몸부림 치는 동안 이 동네 양반들은 이미 이런 고퀄의 오락물을 만들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ㅋㅋㅋ 이 영화만 보면 일본이 헐리웃 뺨 후려 갈기는 오락 영화 강국으로 크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거든요.

 암튼 후반의 그 공감 0% 멜로드라마틱 전개와 허전한 클라이막스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의 완성도와 재미만으로도 극찬을 받을만한 영화였습니다. 이 정도면 70년간 캐릭터 이어 오며 사랑 받을만 했네요. ㅋㅋ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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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우리 고지라쿤의 사랑의 행방은!!!!!?)




 + 보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던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죠. 이 영화에서의 고지라 연출이 이후 일본 거대 뭐뭐 물들에 미친 영향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특히 안노 히데아키 이 양반은... ㅋㅋㅋㅋ 음악을 에바 음악으로 바꿔 틀어놔도 별로 위화감이 없겠다 싶은 장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거대 뭐뭐 액션은 물론이고 '윗분들' 나오는 장면들도 그렇고 말이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뭐 특별할 게 없습니다. 

 고지라는 날뛰고,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정부는 처음엔 이걸 시민들에게 비밀로 하자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삽질을 하구요. 그러다 이제 고지라가 대놓고 도시를 파괴하며 난리를 치니 군대를 출동 시켜 화력도 쏟아 부어 보고 고전압선에 감전도 시켜 보고 애를 써 보지만 애시당초 수소 폭탄 실험을 견디며 힘을 얻은 고지라에겐 기스 하나 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망해가는데...


 계속 고지라를 죽이면 안돼! 라는 뻘소리를 해대는 박사님의 아리따운 딸과 가까운 관계의 천재 과학자님이 독일(왜 하필 ㅋㅋ) 가서 배워 온 기술 갖고 뭔가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이름하여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라는 물건으로, 물 속에서 폭발 시키면 인근의 산소를 다 어찌저찌하며 유효 범위 안의 모든 생명체를 산화 시키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었습니다. 원래 이 양반이 개발하던 게 도대체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이 사람은 평화주의자라 이 기술이 위정자들 손에 넘어갈 걸 두려워해서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 딱 그 박사 딸래미에게만 보여줬던 건데... 암튼 이러다 일본이 다 박살나게 생겼으니 박사 딸은 자기 남친과 함께 가서 열심히 설득을 하구요. 죽어도 안 된다며 버티던 천재 과학자는 결국 계속되는 거대한 인명 피해와, 무슨 소녀 합창단(?)의 애달픈 평화 기원 합창을 듣고는 옥시전 디스트로이어의 사용을 허락합니다.


 다만 굳이 현장에 따라가서 '내가 직접 할 거야!'라고 고집을 부려대는 통에 그럼 니 맘대로 하세요... 라는 상황이 되구요. 고지라가 쉬고 있던 바다 속에 잠수복을 입고 내려가 옥시전 뭐뭐를 터뜨린 박사님은, 이 위력을 본 정부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기술을 얻어내 무기화 하는 전개를 막기 위해 그 안에서 로프를 끊고 고지라와 함께 산화합니다. 물론 고지라는 아무 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영문도 모르고 아주 불쌍한 표정으로 녹아내렸죠. 이렇게 좀 허탈한 엔딩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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