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미시스 4 천사의 절규'

2024.04.07 10:09

돌도끼 조회 수:101


1996년 앨버트 피언 감독작품.
유럽에서 먼저 공개되었고 미국에는 98년에 출시되서 98년작으로 표기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피언이 감독한 마지막 속편입니다.

전작이 알렉스가 미래로 돌아가는 것을 암시하면서 끝났는데...
4편은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알렉스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찌어찌 미래로 돌아가긴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땠는지는 일체 나오지 않습니다. 전작의 마지막에서 단체로 실종되어버렸던 사람들이 어찌되었는지 일언반구도 없고요.

그니까 3편은 진짜로 미완성이었고, 피언은 그걸 그냥 생까고 4편을 만들어버린 모양이예요.
아니 그게 다가 아니고...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 이미 끝났답니다.
허무하게도...
걍 인간과 기계가 대충 합의보고는 같이 살기로 했답니다.

알렉스가 기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중요인물인 것처럼 (무려 세시간 동안!) 그렇게 바람을 잡아놓고 정작 그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안보여주고 건너뛰어버린 겁니다. 3편 마지막에 나온 다음편 예고 몇초가 알렉스가 전쟁에서 활약하는 걸로 추정되는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그장면이 이 영화 앞부분에도 나옵니다)

그리고는 이미 전쟁 끝난 세상을 배경으로 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 1,2,3편의 내용과는 진~짜로 아무 관계도 없는 생판 딴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번에도 알렉스가 주인공이고 여전히 수 프라이스가 연기하고 있지만, 여기서 알렉스는 살인청부업자이고, 이미 한세월동안 그 일을 해왔답니다.(그래서 이번에는 배우의 외모와 나이가 맞게된 듯...)

연대도 아귀가 안맞는데다, 아무리...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희망이었던 존재가 말단 킬러 따위나 하고 있다니요... 이게 터미네이터 세계였다면, 존 코너가 기계와의 전쟁 끝난 뒤에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게 아니라 하찮은 존재로 몰락했다는 거죠. 그거 나름대로 이야기 거리가 될만은 하지만,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로 몰락한 이후의 모습만 나왔다면 사람들이 납득할까요? 걍 이름만 같은 다른 인물이다... 생각하는 게 속 편할 것 같아요ㅎㅎ

영화가 나왔던 90년대 기준으로 거의 100년 후의 세계가 배경인데 90년대의 지구와 다를게 없습니다. 이미 1편에서 미래스러운 비행선같은 게 나왔더랬는데 그보다 몇십년 후의 세상이면서 기술은 퇴보했는지 평범한 헬기가 날아다니고 있고요, 사람들은 벽돌폰으로 통화를 하고, 90년대 오디오기기로 음악 듣고, 건물이건 자동차건 뭔가 '이것이 미래다' 싶어 보이는 게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동유럽의 도시예요.(예, 이번에 시리즈 처음으로 해외로케를 했습니다ㅎㅎ 크레딧에도 동유럽쪽 이름이 많이 보이는 걸 보면 그동네와 합작했나봐요.)

거기다 이 세계가 불과 얼마전까지 기계와 인간이 오랫동안 전쟁을 벌였던 곳이라는 걸 납득할 단서가 없습니다. 그냥 폐건물 잔해 한번 보여줄 뿐이고, 과연 전쟁이 있긴 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걍 완전히 다른 세계 같아요. 앞부분에 나온 설명 자막만 빼면 도무지 기존의 [네미시스] 영화들과는 접점이 없어보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야말로 상관없는 딴 영화를 슬그머니 [네미시스] 속편으로 둔갑시킨 것 처럼 보인단 말이죠. 뭐... 3편의 비디오 세일즈가 시원찮아서 원래 생각했던 이야기 포기하고 바꾼 거라나본데... 그렇더래도 무슨 접점은 있어야죠.

그럼 이번엔 뭔 내용이냐면,
알렉스는 언제나 맡은 일을 실수없이 처리하는 프로였는데 어쩌다 한번 실수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또 마피아 최대조직의 아들을 죽게만든 거였다나요. 그래서 킬러 세계 전체에 막대한 현상금을 걸고 알렉스를 제거하라는 명이 떨어집니다. 알렉스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계속해서 자기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킬러들을 처치해야만 하는 처지에 몰립니다.(이건 [존 윅]...ㅎㅎㅎ 아 참 스타헬스키가 이 시리즈와 관련이 있었던 가요..?ㅎㅎ)

나오는 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사이보그 혹은 돌연변이(근데 그 둘을 딱히 구분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입니다. 대충 끼워맞춰보자면 알렉스가 돌연변이의 원조이고 다른 인간들도 돌연변이화 되면서 싸이보그들과 붙어볼만 하게 되었다... 뭐 이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어쨌든 그래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신체가 변형되는 기믹을 가지고 있고요. 특수분장으로 만든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꽤 나옵니다. 전작에서의 무분별한 CG 사용을 스스로 반성했는지 CG는 조금 자제한 편이고 구질구질해 보이는 구식 이펙트를 같이 쓰고있어서 전작 보다는 살짝 낫게 보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여전히 후집니다.

글구 알렉스가 노출광이 되었어요. 누굴 죽일 때면 옷을 다 벗고 있고... 아니 거의 영화 내내 벗고 나옵니다. 안팔리니까 이번엔 벗기기라도 해보자 한건지... 그니까 에로그로 계열이랄까... 근데 수 프라이스가 쭉쭉빵빵이 아닌 온몸이 울퉁불퉁 근육이라서 특정취향이 아닌 사람들에게 폭넓게 어필할 스타일이라고 할수는 없을 것같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일본 만화의 영향력이 꽤 보였던 영화인데 이번엔 '크라잉 프리맨'으로 함 가보자 싶었던 것도 같아요.


어쨌든 뭐... 속편들 중에서는 그나마 4편이 제일 낫다...고 할수 있겠네요. 좀더 피언 영화다운 영화라고할 수 있을 것도 같고, 피언 본인도 이 4편을 제일 마음에 들어한다고 했다나봐요.
그렇지만 여전히, 남들한테 보라고 추천할 영화는 아닐 것 같습니다.



뭐... [네미시스] 시리즈의 정체성은 '알렉스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것 뿐인 것 같아요.
1편, 2/3편, 4편이 각각 완전히 따로 노는 별개의 영화고, 거기다 2/3편은 미완.
세 개의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건 설명 자막과 플래시백으로 삽입된 앞 영화 장면들 뿐이라 그거 빼면 같은 시리즈라는 걸 알아채지도 못할 영화들입니다.

글고 2017년에, 무려 21년만에 5편이 나왔습니다. 글쎄 그걸 기다린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ㅎㅎㅎㅎ 




-'죽음의 천사'와 '천사의 절규'라는 두가지 부제가 있습니다. 아옘디비에서는 전자를 공식제목으로 채택했는데 울나라 비됴는 후자의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영화 내용상으로도 'cry'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절규'가 적절한 번역이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근데 뭐 '크라잉 프리맨'을 원작자 본인이 '절규자유인'이라고 한 사례도 있으니까요...(그것도 적절한 번역이란 생각은 안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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