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휴...피곤하네요. 피곤...피곤...아까 전엔 빌어먹을 왕게임에서 져서 벌칙 삼아 카톡프로필을 이상한 걸로 바꿔야 했어요. 본 사람이 있을까봐 그냥 말해 봐요.


 한데 새벽에 일기를 쓰다가 자고 일어나서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니 '아까 전'이라기엔 좀 멀어졌네요.



 2.어느날 친구가 내게 물었어요. 언젠가 죽으면 돈은 어떻게 할거냐고요. 


 '자넨 돈을 모조리 쓰고 죽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해. 왜냐면 인간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잖나. 얼마만큼의 돈은 늘 여축해 둔 채로 살아갈 테니 말이야.'


 라고요. 그래서 정정해 줬어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요. 죽기 전에 돈을 다 쓰려는 게 아니라 늙기 전에 돈을 다 쓸 계획인 거라고 정정해 줬어요. 그러자 친구가 다시 지적했어요.


 '하지만 자네야말로 돈을 쓸 수가 없어. 왜냐면 네겐 노동소득이 없잖아. 네가 말하듯이 너는 돈을 버는 데 써야하기 때문에 사실 돈을 쓰는 데 쓸 수가 없는 신세지. 그것도 거의 대부분을 말야. 거의 다 묶여있어서 쓸 수가 없잖아?'


 이건 맞는 말이었어요. 내게 돈은 남들에게 있어서의 돈이 아니라 내가 부려먹는 직원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들 중 일부를 바꿔서 조금씩 쓸 수야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한 98%정도는 쓸 수 없어요. 왜냐면 그 98%는 불어나기 위해 늘 스탠바이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줄어들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니까요. 이건 딜레마예요.


 누군가는 그러겠죠. 쓰지도 않는 돈이 불어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하지만 의미는 있어요. 한번 예를 들어 보죠.



 3.최근에 이나영이라는 페미니스트의 인터뷰를 읽었어요. 댓글창에는 뭐...늘 그렇듯이 페미니스트를 조롱하는 사람과 페미니스트를 조롱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그녀가 거칠 것 없이 마음대로 살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녀의 주위에 존재했던 사람들...남편이라던가 온갖 주변 사람들도 문화와 관습의 규제를 받고 있었고 그 문화와 관습의 페널티를 모두가 일정 부분씩 분담하겠다는 합의 하에 그녀와 인연을 맺었던 거니까요. 


 전에 썼듯이 우리 모두는 어차피 문화와 사회의 존속에 소모되는 소모품이예요. 문화와 관습을 바꾸겠다고 목청만 높이고 날뛰기만 하는 사람들은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어요. 그냥 문화와 관습의 페널티를 함께 분담하기로 합의한 주위 사람들 몇 명의 인생을 힘들게 만들면서 본인의 에고를 발산할 뿐이죠.


 이나영이라는 사람 자체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예요. 다만 이나영이 정의라고 믿는 것, 행동들을 열거하는 인터뷰를 보며 브레이킹 배드의 대사가 떠올랐어요.


 '스카일러, 마약을 제조한 게 가족을 위해서란 건 핑계였어. 그건 날 위해서 한 거야. 난 그 일이 즐거웠어, 그리고 잘했었지. 그리고...나는...정말로...살아있었어.' 


 라고 고백하는 월터화이트의 대사 말이죠. 이나영이란 페미니스트도 그냥 살아 있고 싶은 기분을 느끼려고 그렇게 한 거지, 사실 정의니 뭐니 하는 건 몽땅 핑계인거죠. 하지만 뭐, 덕분에 이나영은 적당히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느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런 기분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겠죠.



 4.휴.



 5.기본적으로는 나도 똑같아요.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무언가를 하는 이유는 알죠. 그건 오직 하나...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거거든요.


 쓰지도 않을 돈을 괜히 계속 불리려고 하는 건 다른 무엇을 할 때보다 돈이 불어날 때...나의 통찰력이 조금은 옳았다는 걸 확인받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기 때문이예요. 근데 왜 하필 올림픽 주화나 네잎클로버 같은 게 아니라 돈이냐고요? 모두가 돈을 바라잖아요! 만화가도, 요리사도, 소설가도, 시인도, 작곡가도, 의사도, 바이올리니스트도...걔네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과 결과물의 댓가를 돈으로 바라고 있더라고요. '아무거나'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을 얻어낼 때 우리는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죠. 


 일기에 늘 쓰듯이, 죽기도 전에 죽어있고 싶지 않을 뿐이예요. 내가 그 98%의 돈에 손을 대는 순간 나는 살아도 살아있는 기분을 못 느끼겠죠. 왜냐면 그 98%의 돈에 손을 대는 순간 내 인생...내 잠재력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가는 패배감이 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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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참, 혹시나 페미니스트로 오해받을까봐 굳이 쓰자면 절대 페미니즘 같은 건 안 써먹어요. 세상과 맞서는 데 이념이나 종교 같은 허무맹랑한 걸 쓰는 건 결국 내가 떠맡아야 할 페널티를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면서 사는 행동이니까요. 그게 세상을 바꾸는 거라고 본인들은 믿겠지만-또는 스스로를 속이겠지만-그건 결국 사회가 가하는 페널티를 조용히,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신 떠맡아야 하는 거니까요. 자신의 불이익만을 강조하며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불이익을 보는 부분만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늘 빚을 지고 있는 거예요.


 최근 듀게글에서 '사회가 그러길 기대하기 때문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란 주제가 나왔죠. 내가 알기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존중받으면서 사회와 관습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딱 하나예요. 본인이 언터처블이 되는 거죠.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제약을 면제받는 대신 비용처리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요. 페널티를 비용으로 대신해 주는 사람은 언제나 주위에서 환영받거든요. 모두와 화목하게 지낼 수 있죠. 페널티에서 면제받고 싶다면 비용처리를 해줘야지 종교나 이념 같은 걸 들먹거리는 건 매우 찌질하죠. 


 왜냐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페널티가 싫다고 자신의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 그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냥 에고를 발산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야 죽어지내기는 싫고, 나대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으니까 이해는 해요. 그러나 그렇게 땡깡을 부리면서 사는 건 본인에겐 이득이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해악이고, 주변인이 아닌 제 3자의 시선에서는 조롱의 대상이 되거든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되고 주위에 없는 70억명의 사람들에겐 병신 취급을 받으며 사는 건 폼이 안 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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