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습관대로 짤도 넣어야지... 하고 검색을 했더니만 온통 다 혐짤(...)만 튀어나와서 그냥 포기하고 사진 한 장 없는 텍스트 온리 글로 적어 봅니다.



 - 그러니까 듀나님의 새 리뷰들 중 '뉴노멀' 리뷰를 읽고 댓글까지 읽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한국 호러 영화인 저 '뉴노멀'이 일본 드라마 '토리하다'를 리메이크한 건데 슬쩍 숨기려고 하고 있다... 는 댓글을 보고 호기심에 검색을 해 보니 바로 유튜브 링크가 뜨더라구요? 상냥하게 한글 자막까지 붙어 있는 40여분짜리 영상인데 호러에다가 옴니버스 형식이라니 제가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 되게 전형적인 일본식 괴담 모음집입니다... 만. 정확히 말하면 에... 딱 이거다 하고 정해진 형식 없이 가는 듯 합니다. 

 지금까지 세 편을 봤는데, 몇 번째인지도 모르고 처음으로 본 것과 두 번째로 본 1화, 그리고 방금 전에 본 2화가 다 조금씩 달라요. 아주 짧은, 대략 6~10분 길이의 단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액자 역할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전체적으로 마무리 해주는 게 기본인 듯 하고. 또 2화 같은 건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통으로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거나 저거나 결국 비슷한 느낌으로, 그래서 하나로 묶일 수 있게 해주는 건 역시 '일본식 호러' 특유의 스타일 내지는 문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저 중에서 아마도 기본 형식인 듯한 옴니버스 형식을 보면,

 에피소드마다 다 다르지만 진짜로 무슨 줄거리랄 게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아주 수상한 여자를 만났고 사람들이 그 여자를 보고 도망치길래 당황해서 여자를 쳐다보니 그 여자가 겁나게 무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끝. 가는 데마다 아주 수상한 분위기의 여자를 마주치는데, 그러다 결국 지하철 플랫폼까지 나타난 그 여자가 나를... 끝. 뭐 이런 식의 에피소드가 거의 절반이에요. 나머지 그나마 줄거리가 있는 것들은 전형적인 일본 괴담들이고, 그 중엔 이미 저도 알고 있는 유명한 것들이 다수입니다. 어떤 미친 놈이 혼자 쑈를 하는 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잘 보니 그 놈이 쑈를 하는 장소가 내 방이더라. 이런 이야기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상당히 잘 먹힙니다. 가끔은 실소가 나올 때도 있고,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연출부터 스토리까지 의도와 결말이 빤히 보이지만 그래도 먹히는 게 많아요. 보는 중에는 긴장되고 다 보고 나면 딱 호러 팬들이 기대함직한 불쾌하고 찜찜한 기분이 남는. 그런 게 많아서 결과적으로 재미나게 잘 보고 있는데요. 그게 연출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도 있지만 역시나 핵심은 '일본 호러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 그러니까 대충 이런 식이죠. 대부분의 경우에 주인공은 '일본식 미소녀'입니다. 학생이거나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거나 그렇죠. 배경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2층 단독 주택 가정집 아니면 혼자 사는 원룸 비슷한 공동 주택일 때가 많구요. 이들을 위협하는 빌런들은 '그냥 아주 괴이하게 생겨서 자꾸만 내 근처에 나타나는 사람'이거나 싸이코패스 변태이거나... 그렇구요. 대체로 엔딩은 배드 엔딩에다가 그 빌런이 승리하고 불쾌한 웃음을 흘리는 장면이 많아요.


 그리고 일상 생활의 디테일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퇴근 때마다 정기적으로 집앞 편의점에 들러서 도시락을 사 가는데 그 편의점에 아주 수상한 직원이 있다든가. 하루 종일 붙들고 사는 핸드폰에 갑자기 내가 적은 적이 없는 불쾌한 메시지가 자동 완성으로 뜬다든가. 식구들 다 여행 가고 혼자 남은 집에서 새벽에 티비를 보는데 거기에서 아주 수상한 걸 보게 된다든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어느 날부터 매우 신경이 쓰이는 풍경이 보인다든가... 등등. 아무래도 생활 괴담들을 끌어 모아다가 변형해서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그런 거겠죠.


 근데...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딱히 무슨 특징이 안 보이지 않습니까? ㅋㅋㅋ 딱히 일본 호러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요. 그렇다면 대체 일본 호러의 그 대체 불가(?)스런 포스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 아마도 그 동네의 어떤 문화라든가 미적 감각, 기본 정서 같은 게 본의 아니게 호러에 최적화된 게 아닌가 싶은데. 그걸 제가 분석해내지는 못하겠구요.

 아무튼 분명한 건 이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호러물들에는 '일본 스타일'이라고 부를만한 일관성 같은 게 존재하고. 그게 타국 사람인 제게도 아주 잘 먹힌다는 겁니다. 심지어 안 무서워서 실소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도 조금씩의 불쾌함이나 찝찝함은 남아요. 근데 그게 대체 왜 그런 건지 설명을 못 하겠다는 게... ㅋㅋ




 - 근데 그렇게 재밌게 이 티비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작 정말로 무서운 일본 호러 영화를 본지는 꽤 오래 됐거든요.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 봐도 그나마 좋게 본 최근의 일본 호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주온: 저주의 집'인데 이게 벌써 나온지 3년이구요. 그보다 전에 본 괜찮았던 일본 호러가... 글쎄요...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정도? 그리고 이건 2016년작입니다. 그동안 별 하찮아 보이는 일본 호러들도 나름 성실하게 체크해가며 봤는데도 그래요. 


 그래서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좋게 본 일본 호러물들 중 다수가 요 '토리하다' 같은 단편 모음이라는 게 떠오르더라구요. 별 줄거리 없이 짧고 간결한다 못해 허망할 수준의 이야기... 들은 은근 좋은 게 많은데. 이야기 하나로 영화 한 편 분량을 채우는 작품들 같은 경우엔 제게는 타율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짧은 이야기들은 대체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일상 디테일 괴담류에 가까운 게 많았죠. 그렇다면 이 동네 사람들은 일상 괴담류를 한국인들보다 훨씬 즐기는 것인가... 이런 아무렇게나 결론 같은 것도 떠올려 봤구요.




 - 암튼 뭐 됐습니다. ㅋㅋㅋ 원인은 모르겠고 설명도 못하겠지만 결론은 '어쨌든 일본 호러는 대체로 포스가 있다'라는 것이구요.

 그래서 이 '토리하다' 시리즈도 즐겁게 보고 있다는 얘기를 쓸 데 없이 길게 적어 보았네요. 뭐 괜찮습니다. 영상 제작도 진도를 많이 빼서 다시 여유가 생겼... ㅋㅋ

 그리고 제가 이렇게 알맹이 없는 글로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다들 아시잖아요. 그래서 일본 괴담류 영상들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러니 이런 류의 컨텐츠를 좋아하시는데 이 '토리하다'는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한 번 보시면 됩니다. 유튜브에 한글 자막 달린 영상들이 막 올라와 있고 길이도 편당 40여분 정도라 부담도 없구요. 심야의 킬링타임 호러물 하나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시도해 보세요. 끝입니다.




 + 처음엔 이런 구구절절 뻘소리 없이 걍 스토리 요약, 재미로 읽는 스포일러 글이나 올려볼까 했으나... 위에 이미 적었듯이 이게 글로 적으면 너무 하찮아서 조금 적다 포기했습니다. ㅋㅋ



 ++ 그래서 맛보기로 영상 링크 몇 개 올려 보지요.


1부


https://youtu.be/bdMjNHbFbBY?si=XLSrV8Flt3GHPAKt



2부


https://youtu.be/eCC8xoOxZAo?si=OmN_q0Eiy35p76Lv


이건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되어 있고, 호러라기 보단 사이코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안타깝게도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걍 대충 완주할만한 정도는 되구요.



특별편


https://youtu.be/KJ9IGxFYZkw?si=U1DdaBBsFi7BZuZg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으로 본 에피소드입니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본 셋 중에 가장 나았던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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